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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소득세 전쟁 늪, 김영진 소득세법 개정안 뗏목으로 건너라?

소득세, 재산세와 노동세 속성 공존…디테일한 조정 앞서 대전제 수정 필요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6.08.11 16:55:29

[프라임경제] #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간한 '재정포럼 7월호'에 실린 현안분석 보고서를 보면, 근로소득자의 면세자 비율은 2014년(귀속분 기준)에 48.1%로 집계됐다. 면세자 비율은 2006년 47.6%에서 2010년 39.2%, 2011년 36.2%, 2012년 33.2%, 2013년 32.4% 등 하락세를 이어왔지만, 2014년에 급등했다.

이를 놓고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부과되는 것은 당연한데, 세금 제도가 왜곡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은 면세자 비율을 다시 낮춰야 한다고 본다. 다만 이 과정에서 증세 논란, 조세 저항이 있을 수 있으니 공평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뒤따른다. 고소득자에게 더 많이 세금을 물리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 직장인들에게서 징수하는 근로소득세 규모가 지난 5년 새 50% 가까이 늘어났다. 국세청에 따르면 작년 국세청 세수는 전년보다 6.4% 증가한 208조1615억원으로 집계됐다. 5년 전인 2011년과 비교하면 소득세는 2011년 42조6902억원에서 46.3% 뛰었다. 특히 근로소득세는 같은 기간 49.5%나 급증했다.

이 부분에 방점을 찍어 현재 소득세 시스템을 바라보면, 위의 근로소득세 개편 주장과는 다소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이미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이들이 많은 세금을 내고 있으니, 큰 개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8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소득세의 경우 외국에 비해 면세자 비율은 48%로 높지만, 최고세율 인상 등으로 고소득자가 부담하는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것과 유사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세금 전쟁이 9월 국회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당이 내달 초쯤 자체적으로 세법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근로소득세 면세자를 축소하는 방안이 9월 정기국회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현재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율이 높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직장인 2명 중 1명이 세금을 면제받는 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심지어 연봉 1억원 이상 고소득자도 1441명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기류가 미묘하다. 여권과 정부, 야권을 막론하고 근로소득세 정상화에 대한 문제 건드리기에 고심과 회피를 하는 기색이 엿보인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은 우선 자체 세법 개정안에 면세자 축소 방안을 적극적으로 미는 편은 아니다. 국민의당을 앞세워 이 근로소득세 부분을 논의 테이블에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풀이가 그래서 나온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현재의 근로소득세 더 나아가 소득세 수정 이슈에 소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 뉴스1

정부도 마찬가지. 유 부총리는 지난 1월 인사청문회에서 "근로소득세 면세자를 줄일 필요가 있다"며 문제의 포인트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위의 소득세와 근로소득세 발언을 보듯, 그는 현재의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 상황에 야권 일각의 주장처럼 처리에 시급성이 적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를 놓고, 근로소득세 면세점을 정상화하는 것이 사실상 증세로 이어지는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데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와 여당은 일단 시스템 개편에 소극적이고, 야권도 필요성은 느끼나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 때문에 조심스러워 하면서 의견차를 보이는 것.

◆'주된 전선은 어디까지나 법인세' 더민주 아집 수정 필요

민주당에게 사실상 세금 문제의 알파와 오메가는 19대 국회에서부터 줄기차게 주장하던 법인세 인상 문제 본격화였다. 윤호중 의원이 과세표준 500억 초과 대기업의 법인세율을 25%로 인상하는 안을 내놨었고, 20대 국회 첫 경제관련 대정부질문의 쟁점도 법인세였던 점만 해도 그렇다.

어찌 보면 법인세법을 올리는 문제와 부자 증세 논쟁 국면에서 근로자 소득세 문제는 더민주에게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정쟁거리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품을 수 있는 부분이다.

결국 부자 증세 측면에서 소득세(근로소득세)에서 고소득자 증세를 처리해야 하는데, 전체적인 뒤틀림 상황(근로소득세 면세 대상이 너무 많다는 것)을 먼저 처리해야 하는 달갑잖은 숙제를 해치워야 하는 것으로 거칠게 요약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근로소득세는 물론 소득세 전반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10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16 조세지출의 이해와 쟁점'에 따르면 올해 소득세 감면 규모는 19조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총 국세 감면액의 55.0%에 해당하며, 법인세 감면액(6조6000억원)보다 3배나 많은 수치다. 소득세 감면액은 2011년(13조8000억원)을 최저 기록으로, 그 이후에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반면 법인세 감면액은 2011년(9조2000억원) 정점에 선 뒤 매년 감소세다.

이제 중요한 것은 소득세 문제가 법인세 문제 못지 않은 중요 사항이라는 점을 더민주가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액을 대비한 위의 자료를 볼 때, '불공평함의 문제'는 어찌 보면 이미 역전이 됐다. 따라서 법인세 증세 전쟁을 치르려면 바로 이 '소득세를 먼저 다뤄야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

결국 전선의 확장은 피할 수 없되 다만 그 전쟁을 최대한 똑똑하고 빠르게 끝낼 수 있는 점에 초점을 둬야지, 지금처럼 근로소득세 문제는 경과를 봐서 처리하자는 식으로 언제까지고 대응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최창곤 전북대 교수는 9일 한국경제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경제성장을 통한 일자리 확대' 논문에서 정책적 측면에서 노동자의 근로소득세를 줄여 노동유인을 높이고, 기업체가 부담하는 각종 사회보험료 등 고용세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금용소득세·보유세 등 각종 자산세(재산세)를 늘려 노동 유인을 높여야 한다고도 그는 부연했다.

근로소득세와 소득세, 뒤섞어 이해하면 곤란 '따로, 또 같이'

일부 독자들은 눈치챘겠지만, 현재 각종 논의가 쉬워질 수 없는 원인은 소득세와 근로소득세 논의가 뒤섞여 제기되는 상황 때문이다. 교통정리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방치하는 데 있다. '유일호 경제당국호'가 묘한 항해 궤적을 보이면서 야권의 요구에 비껴가는 태도를 보일 수 있는 것도 여기에 이유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시스템에서 근로소득세는 따로 개별법이 없고, 소득세법을 통해 규율된다. 소득세법 제4조는 ① 거주자의 소득은 △종합소득 △퇴직소득 △양도소득 등으로 예정한다. 그리고 다시 종합소득은 △이자소득 △배당소득 △사업소득 △근로소득 △연금소득 △기타소득 등으로 이뤄진다.

즉 소득세란 개념 자체에는 일을 해서 올린 소득에 대한 세금뿐만 아니라 금융과 주식 등으로 거두는 이자 및 배당 등에 대한 소득 개념이 함께 들어가 있다.

세금을 근로세와 재산세로 명쾌히 일도양단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실제로 소득세의 개념 중 일부는 사실상의 재산세(현행 법으로는 양도소득세, 상속세 및 증여세, 종합부동산세, 지방세 등으로 처리되는 영역)로 들어가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이런 소득세와 근로소득세 이슈는 함께 논의되는 경우도 많지만, 또 달리 바라봐야 한다는 점에 정책 마련은 물론 정치적 의제 설정(어젠다 세팅)의 필요성이 있다.

그러므로 변재일 더민주 정책위의장이 9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근로자 면세비율이 박근혜 정부 세법 개정 전인 33~35% 수준으로 되는 것이 적정하다"면서도 "다만 어떤 방식으로 33~35%로 다시 돌아갈 것이냐, 일정소득 이상 자에게 세율을 (고쳐) 적용해서 33%대까지 근로자의 면세자 비율을 끌어내릴 것이냐, 아니면 소득공제와 세액공제 전체를 재조명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냐에 대해서는 정부와 협의해서 하겠다"라고 말한 것은 유념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

더민주 중심 세력의 고심이 순전히 이런 지엽적인 부분에만 매몰돼 있다면, 이는 비판의 소지가 커 보인다.

이런 기술적인 문제의 갈림길에서 고심하면, 정작 차별화도 이루지 못하고, 표가 깎일까 여야 간에 책임 소지 따지기에 급급하다는 인상마저 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더민주 지도부가 자기 당 초선인 김영진 의원이 내놓은 소득세법 개정안에 별달리 주목하지 않거나 그 활용 가능성에 인색한 것처럼 보이는 현재 상황이 안타깝다는 풀이도 나온다.

더민주가 근로소득세 면세점 해법 와중에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영진 의원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먼저 띄우고 세부안을 국민의당과의 정책 공조로 푸는 시나리오가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김영진 의원. ⓒ 뉴스1

현재 '잊혀진 명작'처럼 방치된 감이 있는 김 의원의 안을 먼저 띄우고, 세부적인 근로소득세 개정 문제를 국민의당과 공조해 푸는 방법으로 언제 선회하는가에 오히려 승기를 잡을 방법이 있다는 것. 

소득세 먼저, 근소세 나중 시나리오 눈길 

김 의원의 안은 근로소득세에만 맞춤한 해법은 아니다. 하지만 소득세가 근로로 얻은 과실과 예금 등 재산에 기반해 얻는 수익이 함께 존재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총론적인 해법에서는 고소득자에 세금을 많이 부과하고 개별적 이슈에서는 공평한 비율로 과세한다는 '다른 접근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 충실해 눈길을 끌고 있다.

김 의원의 안은  5단계인 현행 과표구간을 13단계로 세분화해 1억5000만원 위에 2억원, 4억원, 10억원까지 추가해서 10억원 초과구간의 최고세율은 50%까지 올리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소득세 부과를 고쳐 세원 확보 규모 자체에 변화를 주면, 미시적인 부분인 근로소득세 영역에 짐지워야 하는 몫이 줄어든다.

그러므로 비정상의 정상화 측면에서 근로소득세 면세자를 줄여서 각 개인에게 돌아가는 부담폭을 늘리게 되더라도 그 부담을 져야 하는 층이나 액수에 변동폭이 크지 않게 되고, 증세 논란으로 여론 역풍이 일 가능성도 줄어들 수 있다.  

결국 지금의 소득세 일반에 대한 논의와 해법, 근로소득세라는 특정 부분에 대한 시각과 논의를 따로 또 같이 진행하는 점에 얼마나 능수능란한 모습을 보이는가에 따라 더민주가 수권정당으로서의 역량이 있는 제1야당인지 여부가 달려 있다는 점에서 소득세 전반의 수정 방향, 이 과정에서의 근로소득세 손질 관전 포인트가 있다. 활용하기에 따라선, 대체 어떤 점에서 새누리당과 근본적으로 다른지 존재의 이유를 부각하기에 이만한 소재가 없다는 전망도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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