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 섣달 그믐날 밤. 막 문을 닫으려는 북해정에 두 아들과 함께 들어온 어머니가 우동 한 그릇을 시킨다. 주인 부부는 그들 모르게 살짝 우동 사리를 더 넣어 내놓는다. 그렇게 해마다 섣달 그믐날이면 우동집을 찾던 가족은 어느 해부터 나타나지 않는다. 우동집 주인 부부는 그때부터 매해 마지막 날이면 세 사람이 앉았던 자리를 '예약석'으로 비워놓고 기다린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구리 료헤이의 '우동 한 그릇' 줄거리입니다. 남편이 교통사고를 낸 후 피해액을 갚느라 어려운 생활로 인해 세 모자는 밤 10시가 다 돼서야 우동집을 찾는데요. 세 모자가 주문한 것은 단 한 그릇의 우동뿐입니다.

구리 료헤이의 우동 한그릇에는 손님에 대한 배려와, 손님의 예의가 담겨있다. = 추민선 기자
이 책에서는 주인부부의 따뜻한 마음과, 그 마음을 잊지 않고 14년 후 다시 찾은 세모자의 이야기에서 감동뿐 아니라 주인부부가 손님을 배려하는 마음, 또 그곳에 가는 세 모자인 '손님'의 예의를 강조하고 있죠.
일본의 대표적인 스터디셀러인 '우동 한 그릇'은 지금까지도 꼭 읽어봐야 할 책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특히 날씨가 쌀쌀해지는 가을과 겨울, 따뜻한 우동 한 그릇이 간절해지는 계절입니다.
원래 맛 좋은 우동이지만, 온기 가득한 우동 한 그릇을 먹을때 마다 주인부부의 수준 높은 배려와, 세 모자의 마음을 다시금 떠오르게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아름답고 감동적인 '우동 한 그릇'이 최근 전혀 다른 의미로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고 하네요.
'우동 한 그릇 할래?'는 최근 인터넷에서 은어로 사용되고 있는 표현인데요. 구글에 '우동'을 검색하면 관련 검색어가 VR로 나오면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우동과 관련 없는 콘텐츠들이 줄줄이 검색됩니다.

최근 인터넷에서 '우동'은 VR(가상현실)로 제작된 성인 콘텐츠를 일컫는 은어로 사용되고 있다. ⓒ 구글이미지 캡쳐
우동은 VR(가상현실)로 제작된 성인 콘텐츠를 일컫는 말인데요. 야한 동영상의 줄임말인 '야동' 단어가 검색제한(필터링)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우동이라고 바꾼 것이죠. 이러한 표현은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서 많이 쓰인다고 하네요.
이러한 VR 성인 콘텐츠는 특수 안경과 장갑을 이용해 사용자가 해당 행위를 직접 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기존 성인 콘텐츠와 차별화되고 있죠.
VR 성인 콘텐츠의 시장은 점점 확대되고 있는 추세인데요. 앱 마켓에서는 'VR 우동'이 포함된 앱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앱 소개란에는 "아직도 우동을 못 드셨나요?라는 설명까지 적혀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반응도 폭발적입니다. 커뮤니티, P2P, 웹하드 등을 타고 빠르게 유통되고 있어 청소년 보호 문제에도 대비책이 필요한 상황이죠.
많은 청소년에게 마음을 울리던 '우동 한 그릇'의 따뜻한 의미가 잊힐까 우려스러운 마음이 앞서게 되네요. 이에 왜곡된 은어를 이용한 콘텐츠 유포에 강력한 차단 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작은 우동 한 그릇 앞에 어떤 이미지를 연상할까요? 모든 이들이 다른 의미의 '우동'이 아닌 세 모자의 이야기가 담긴 '우동'이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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