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우리나라 구 의원 중에 의회활동 점수는 아마 제가 1등일걸요.'
동남권 신공항 유치로 뜨겁게 달아오른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더민주) 가덕도 유치 본부가 차려진 부산역 광장에서 만난 초선 구 의원인 그가 자신 있게 내뱉은 말이다.
전국 2890여명에 달하는 기초의원(시·군·구 의회의원) 중 본인이 최고란 말에 순간 좀 당황스러웠다. 최근 경북 봉화군에서 '44만원 순금 배지' 논란과 그동안 수 없이 지적된 함량 미달 기초의원들의 눈살 찌뿌린 행태가 이어진 이유에서다.
7대 지방의회 전반기 임기를 사흘 앞둔 본회의 마지막 날. 그를 만나러 수영구의회를 찾았다. 막바지라 결산 등으로 한창 분주할 거란 기대는 역시 빗나갔다. 모두 8명이 상주한 의원사무실은 장 의원 방 말고는 고요함 그 자체였다.
'다른 의원들은 어디 가셨어요?'라고 물으니 지역 행사장에 계실 거란다.
이에 장 의원은 "구 의원들이 지역구 국회의원을 대신해 행사장 요원으로 전락한 건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라며 "이게 다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에 잘 보이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하기사 여당 텃밭인 부산에서 새누리당 공천은 곧 당선을 의미하니 그럴 만도 했다.
◆부산시 수영구의회 장성기 구의원 △2014년 제7대 지방선거 부산 수영구 기초의원 중 역대 야당 최다득표. △지난 2년간 사업비 70억여원 중 대부분을 국비와 시비로 유치. △전반기(2년) 수영구의회에서 발의된 총 4건의 조례재정안 중 3건, 조례재정 수정 발의안 40건 모두 발의. |
제7대 지방선거 부산시 수영구의회 장성기 구의원. ⓒ 프라임경제
-기초의회가 요구하는 구 의원의 임무는 무엇이며, 이 가운데 장 의원이 중점을 두고 진행하는 업무는?
▲구청 각 행정부서의 대한 △견제와 감시 △행정사무감사 △예산결산 △조례안재계정 △조례안재정 수정발의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건 '조례안재정 수정발의'와 '결산'이라고 생각한다. 조례안 신설은 법률에 위배되는 것이 많아 업무진행 속도가 늦고, 애써 준비한 안이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 이보다는 법이 불합리해 조례도 불합리한 기존안 중에 구청 각 부서에서 검토 후 올라온 조례를 상위기관인 법제처를 통해 합리적인 방향으로 수정 발의해 통과 시키는 조례안 재정 수정발의를 중시하는 이유다.
또, 예산승인이 주된 업무인 구의원에게 조례안 재정보다 더 중요한 건 결산이다. 구도 국회와 같이 의회가 승인한대로 용도에 맞춰 집행했는지, 예산이 남으면 어떤 이유로 이월 됐는지 결산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다음 해 예산에 반영해 예산 낭비요인을 알 수 있고, 불필요한 낭비를 바로 잡기에 무엇보다 결산이 중요하다.
-국비와 시비 합해 34억원이 드는 망미초등학교 다목적강당 건립은 국비비율이 90%인 만큼 구 의원의 힘으로 유치하기에 쉽지 않았을텐데?
▲수영구는 동·서 간 격차가 크다. 해안선을 낀 남천·광안동에 비해 내륙에 위치해 개발중심에서 벗어난 망미·수영동 지역이 그곳이다. 학교시설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이에 2014년 지역 주민과 의견을 모아 총 사업비가 무려 34억원이 드는 다목적강당을 짓기로 했다. 사업비 예산편성비율을 국비 90. 시비 7. 구비 3으로 나눠 진행했다. 먼저 15년 1차 추경에 구비를 편성하고, 총과지분을 통해 시비를 확보했다, 전체 사업비 90%에 해당하는 국비확보는 당시 예결특위 소속 배재정 전 의원(더민주)에 도움을 요청해 어렵게 확보할 수 있었다.
이로써 그토록 원하던 다목적 강당 예산이 손에 잡히려는 찰라 중앙정부로부터 예산 부족을 이유로 30% 삭감을 통보받게 된다. 구멍난 예산은 무려 9억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고 깊은 고민 끝에 올해 3월 초 부산시 김석준 교육감에게 그간에 노력을 편지로 써 도움을 청했다. 바로 이틀 뒤 교육청에서 온 회신은 '기꺼이 도와줄 테니, 예산 걱정 말고 진행하라'는 답변. 지난 6월 말 부산시 교육청 추경예산에 편성됐고, 첫삽 뜨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망미중앙시장 아케이드 완공이 예정보다 2년 늦은 지난 달 20일 개장했다. 이유는 뭔가?
▲당초 완공 예정은 2014년 5월이다. 2년이나 늦어진데는 상인회와 구청 간 공사용역방식 마찰이 이유였다. 구는 법률이 정한대로 공개입찰을, 상인회는 수의계약을 주장하며 서로 이견을 좁히지 못하다가 지난 2015년 2월 사업비를 국고에 환수 될 처지에 놓였다. '잘해봐야 본전, 욕먹을게 뻔한 일인데 개입 말라'는 주변의 만류를 뒤로 하고 지역경제과장을 직접 찾았다.
법에 따라 진행하려는 구청 측보다, 편리를 위해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진행하려는 상인회 측의 양보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그들 설득에 나섰다. 국비로 진행되는 사업의 경우 일정금액 이상은 법률이 정한 공개입찰이 원칙임을 내세웠고, 대신 상인대학을 짓는데 도움주기로 약속 후 합의를 이끌어 개장을 할 수 있었다.
구와 상인회 갈등으로 당초 완공 목표보다 2년 지나, 지난 6월20일 개장 한 '망미중앙시장 아케이드 시설' 전경. ⓒ 프라임경제
-구의원 직권을 이용해 반 협박으로 11억7000만원이 드는 민락동 씨랜드회센터 주차장을 유치했다는데?
▲입장을 바꾸면 협박일수도 있겠다.(웃음) 우리 수영구 민락동은 '씨랜드회센터'와 '민락회센터' 두 개의 대형 어시장이 싱싱한 회를 팔며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수십년간 선의의 경쟁 속에 먼저 민락회센터가 구청에서 시설현대화사업비로 23억원을 지원받아 주차장을 짓게 됐다. 이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씨랜드 회장단은 수영구청장을 찾아 지원에서 밀린 경위와 주차장 건립을 요구했다.
구는 '지원 선정에서 씨랜드가 후순위로 밀렸고, 같은 기간 중복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망과 억울함이 가득한 이들의 말을 듣고 자칫 주민들 간 갈등이 생길 소지가 충분하다고 판단 해 지역경제과장을 찾았다. 오래 한자리에서 영업해온 두 곳에 대한 지원 평가기준에 대해 따졌다. '특별한 우선 순위에 대한 기준은 없고, 다만 한정 된 예산이라 행정상 편익을 위해서'가 이유였다.
국비로 진행되는 사업비를 평가기준도 없이 공정치 못한 편성으로 주민들 간 갈등을 증폭시킨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에 해당 공무원에게 '지금 당장 중기청에 가서 주차장 건립비(11억7000만원)를 가져오라 호통치고, 내년 지역경제과 예산 모조리 삭감시키겠다'며 반공갈을 쳤다. 현재 민락동을 대표하는 두 곳은 현대화 된 주차장을 갖추고 손님을 맞고 있다. 물론 예산삭감도 없었다.
- 장 의원은 이밖에도 부산시에서 각 구에 시달한 '음식쓰레기 봉투단일제' 방침을 '지침은 지침일 뿐'이라며 교체 시기를 1년 늦춰 주민 전체가 총 8000만원을 절약할 수 있게 했다. 또 해외연수차 찾은 스페인 바로셀로나 해변에 설치된 무료샤워기를 보고 와 광안리해수욕장 개장(7월1일)에 맞춰 4기를 설치, 시민들이 무료 이용토록 했다. 내년에 5기를 더 증설할 계획이며, 이곳에 함께 있는 세족장도 그의 아이디어다.
장 의원이 해외연수차 들른 바로셀로나 해변에 있는 샤워기를 본 떠 만든 무료샤워기. 7월1일 광안리해수욕장 개장과 동시에 무료로 이용 할 수 있다. ⓒ 프라임경제
-사회적 물의을 일으킨 자질이 부족한 의원들로 인해 기초의회 전체를 차갑게 보는 국민들 시선은 어떤가?
▲공부 안하고, 지역 관변단체 행사장만을 쫒는 의원들은 퇴출돼야 마땅하다. 기초의회의 가장 기본인 조례법 조차 몰라 임기 4년 동안 조례 수정발의와 본회의 5분 발언 한 번 안 하는 전국의 기초의원이 수두룩하다. 사정이 이러니 예산승인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결산은 말할 것도 없다. 정말 부끄러운 현실이다. 지역 민원을 청취하고, 공익에 맞는지, 지역에 뭐가 필요한지 고민하고, 공부하면 구 의원도 얼마든 국비와 시비를 유치해 사업할 수 있는데...안타까울 뿐이다.
-임기 절반을 끝내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얼마 전 씨랜드회센터를 다시 찾았다. 연세 지긋하신 분이 오시더니, 유치원생이 인사하듯 배꼽인사를 하시며 미안하다고 하신다. 선거 때 날 안 찍었다고… 그리고 장의원을 만난 건 행운이라고 말씀하시는데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나더라. 처음으로 구 의원에 대한 보람을 느꼈다.
또 올해 2월 '의정봉사상'을 수상했다. 시의장단 협의회에서 돌아가며 주는 그저 그런 상이다. 별 감흥 없이 의회사무실에 들어서는데 의사과 직원들이 나와 '받을 사람이 받았다' 며 박수를 친다. 가슴이 뭉클했다. 그리고 행사장 요원으로 전락한 구 의원들의 민낯을 보여 부끄러운 마음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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