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유전자변형식품(GMO)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중적이다. 인류를 굶주림에서 구하기 위해 연구·개발된 고마운 식품인 것도 분명하지만, 어떤 해독을 끼칠지 GMO 등장 20년을 헤아리는 지금까지도 아직도 가늠하기 어렵다는 불안함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각국은 GMO를 관리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다. 우리도 식품위생법에서 GMO 관련 규정을 두고 표시의무 등에 대해 의무를 부과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식품의약안전처의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 일부개정고시' 추진 문제가 시끄럽다. 식품위생법상 GMO 표시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여러 세부사항을 다루는 것이 해당부처 고시인데, 이 고시를 손질하겠다고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고시 손질을 둘러싸고 여러 불만이 표출된다. 우선 고시 제3조 제1항 2호 개정 문제다. 'GMO를 원재료로 해 제조 및 가공을 한 뒤 유전자변형 DNA·단백질이 남은 경우'로 고친다는 것. 과거 고시에는 'GMO 재료를 주재료로 한 가지 이상 사용하거나, 제조 및 가공 후에도 변형 단백질 등이 남은 경우'로 돼 있었다. 결국 표시 범위가 줄어드는 셈이다.
제6조 제2항을 손질하는 부분도 시선을 모은다. 신설 조항은 '제3조 제1항 제1호에 해당하는 GMO 표시대상물이 아닌 재료 혹은 이 재료를 제조 및 가공해 만든 제품에 비유전자변형식품 등 표시나 광고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고시 개정 논란 양대 논점, 글로벌 기준에 역행?
첫 개정 부분은 식품위생법 개정에 따른 고시의 당연히 수반된 손질 수순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 고시 개정을 기계적으로 보지 않고, 법을 왜 이렇게 바꿨느냐(식품위생법 제12조의2 개정 문제)는 점까지 거슬러 올라가 함께 따져 보면 문제가 크다. GMO 표시와 관리에 대해 엄격해져 가는 글로벌 기준에 비춰 문제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고시 제6조 제2항 신설 문제는 위헌 논란 소지도 있는 등 문제가 더 크다. 알권리 침해 문제와 연관되는 사안을 고시 개정으로 급하게 몰아붙이고 있다는 것. 이를 둘러싸고 'GMO-free'나 'GMO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등 광고를 하는 경우 실제로 단속될 가능성이 생겼다는 불만이 팽배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특별시와 일부 생협 등이 추진한 바 있는 'GMO 식품판매 ZERO 추구 실천매장' 등이 이처럼 고시가 실제 개정, 발효되는 경우 직접적 피해를 입게 된다.
다만, 식약처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기자의 문의에 "이는 고시 문제가 아니라 이미 식품안전법 제13조에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위생법 제13조 제1항에 '식품 등의 명칭·제조방법, 품질·영양 표시, 유전자변형식품(GMO) 등 및 식품이력추적관리 표시에 관하여 허위·과대·비방의 표시·광고를 해서는 안 된다'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의 설명대로라면 이전에도(이미 고시를 손보기 전에도) 법규정을 근거로 단속이나 지도 등을 할 수 있었다는 뜻이 된다.
때문에 사람들이 느끼는 충격파는 상당하다.
◆"이전에도 단속 조항 있었다" vs "민간의 GMO-free 표시제 말살"
실제로 지난 20일 농민 출신인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37명의 국회의원들이 고시안 철회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채택, 이를 식약처에 전달했다. 이들은 "식약처의 고시안은 표시제도를 무력화하고 민간의 자율표시까지 봉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GMO를 둘러싼 정보 관리 요청이 높아지고 있으나, 당국의 고시는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GMO 관련 시민단체의 집회 현장. ⓒ 뉴스1
사실 GMO에 대한 일종의 반발 심리와 이를 사용하지 않는 먹거리에 대한 갈망은 어느 나라나 시민사회단체나 소비자협동조합 등을 통한 민간에서 결집된 뒤 당국에서 이를 허용하는 식으로 발전해왔다.
2013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나온 보고서에는 그해 미 농무부(USDA)가 육류와 액상 달걀제품에 대해 GMO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일부 슈퍼마켓 체인이 소비자들의 GMO 관련 정보 알권리 운동에 부응해 2018년까지 GMO 표시제 시행을 선언하는 등 경향에 힘입어 변화가 이뤄진 것이다. 소비자가 민간 유통업자 등 경제참여자들을 바꾸고, 다시 당국의 GMO-free 표시 관련 제도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순서다.
앞서 언급한 서울시가 함께하는 GMO-free 제품 판매업소 추진은 민간과 당국 간 공조의 중간형태에 해당하는 경우로 볼 수 있었는데, 여기에 찬물을 끼얹은 셈.
그러므로 지금 이 고시 변화는 오히려 다른 선진국 사례와 달리, GMO와 이를 사용한 제품에 대한 표시와 관리를 당국에 요청할 수 있는 권리와, GMO가 아닌 것을 알아내고 고를 수 있는 권리 두 방향 모두에서 우리는 제도 후퇴를 경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고시의 개정이나 내용 신설 등에 사실상 제약이 거의 없는 제도적 맹점 때문이기도 하다.
◆고시 관련 제도맹점 탓? 일부 정치인 "아예 법 개정해 해결" 다짐
현행 국회법은 대통령령·총리령·부령에 대해서는 국회가 법률 합치여부를 검토할 수 있으나, 훈령·예규·고시의 경우는 검토에 관한 명문 규정이 없어 입법미비가 발생하고 있다.
결국 이처럼 식약처 고시가 문제가 있다는 여론을 수렴한 일부 정치인들은 아예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GMO를 사용한 경우 원칙적으로 그 여부를 명시하도록 규정을 강화함으로써, 이번 식약처 고시 개정 추진과 같은 시대역행적 움직임을 원천봉쇄한다는 것이다(일부 개정안: 김현권 의원 대표발의).
식약처는 현재의 방침에 큰 변화가 없다. 식약처는 지난달 20일까지 행정예고된 문제의 고시안에 대해 반대 여론이 일자 추가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며 의견수렴 기간을 이달 20일까지 연장한다고 최근 밝혔다.
다만, 식약처 관계자는 "늦어도 11월 전까지는 (고시 개정)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고 부연해 시간의 문제일 뿐 현재의 기조를 그대로 갖고 갈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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