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유기농-친환경 식당 필수과목 '팜투테이블'

골라먹기 힘든 소비자 심리 파고들어야 성공…계열브랜드와 인지도 동반성장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6.06.23 15:56:11
[프라임경제] 웰빙이 외식시장을 장악하면서 유기농-친환경 식당들이 바람몰이를 하고 있다. 건강을 위한 소비자들의 기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손꼽히는 유기농-친환경 식당들의 전략과 인기몰이 요소를 살펴봤다.

한때 씨푸드 등 다양한 범건강 콘셉트의 식당들이 등장했다 인기가 사그라들었던 것을 떠올리면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요소는 분명 따로 있다. 유기농-친환경 식당이 인기몰이를 하는 이유도 이런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유기농-친환경 식당을 둘러싼 환경부터 살펴보면, 우선 신선한 재료를 직접 구해 요리를 해 먹고자 하는 열기를 꼽을 수 있다. 막상 식재료를 구해 조리하는 데 따르는 번거로움이 크다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생산자들은 가격 등에 대한 불만이 높아 적극적인 시장 확대에 나서는 데 제동이 걸린 상태다.

'안정성·신뢰성' 담보해야 소비자 '지갑' 열려

관련 통계를 들여다보면 '잘나가는' 유기농-친환경 식당들의 인기몰이 요소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난달 한국소비자원이 내놓은 '윤리적 소비 관련 인증제도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환경 보전과 소비자 안전을 위해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을 자제한 농산물에 부여하는 '친환경 농산물 인증' 농산물 시장 규모는 2013년 2조7056억원에서 지난해 2조3664억원(추정)으로 줄었다. 

원인은 무엇일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0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저농약 인증 농가 108농가 중 64농가(59.3%)가 친환경농업 포기 의사를 내비쳤다. 일반적인 농업(관행 재배)에 비해 순이익이 적게 나는 구조를 견디기 어렵다는 불만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에 더해 한농연이 친환경농산물 구입 경험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응답자의 92.8%가 친환경농산물의 가격 수준을 일반농산물보다 비싸게 느낀다고 답변했지만, 안전성과 가족건강을 이유로 앞으로도 계속 구입하거나 구입 비중을 늘리겠다는 답변이 전체 응답자의 80.8%나 됐다.

'안정성과 신뢰성'이 담보될 때 비로소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린다는 얘기다. 공급자들도 소매 수요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안정적으로 중간연결 역할을 맡아주는 '다리'가 절실하다. 이는 식당으로서도 유기농-친환경을 간판으로 내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지만 틈새개척 여지는 충분하다는 현재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여기 더해 재료에 대한 신뢰감과 스토리텔링이 지속적으로 보장되거나 확장, 변주될 때 한층 더 호기심과 지속적인 수요를 불러올 수 있다는 풀이도 가능하다. 

다시 말해 안정성과 신뢰성은 유기농-친환경 콘셉트의 식당들이 브랜드 자체의 값어치보다 재료 관련 아이템을 꾸준히 제시하고 있는 요새 트렌드의 출발점인 셈이다.

풀잎채·올반…'좋은 식재료' 내건 한식뷔페 열풍

한식뷔페 열풍의 첫 주자로 나섰던 풀잎채가 아직까지 선전해오고 있는 점도 바로 이런 대목을 날카롭게 파고들어 충성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2013년 1월 한식뷔페 시장의 개척자로 나선 풀잎채는 대표 메뉴인 곤드레가마솥밥으로 이미지 각인에 확실히 성공했다.

올반 상차림. ⓒ 신세계푸드



대표 메뉴의 주재료인 곤드레 나물을 강원도 영월 농가와 일대일 계약을 맺고 무농약 친환경 원료를 공급받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알려 관심을 모았다.

올반도 정통 한식을 표방한다는 점에서 풀잎채와 비슷한 업체다. 특히 신세계는 신선한 식재료를 공급받기 위해 유기농 인증을 받은 충북 충주에 위치한 장안농장을 올반 지정농장으로 선정하는 등 초기부터 신경을 많이 썼다.

자연별곡의 경우도 이랜드 측이 국내 영농조합법인 등과의 직거래 구조를 완비하는 데 공들인 효과를 보고 있다. 좋은 유기농 채소를 고객들에게 공급하는 구조적인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있다. 

장수드림협동조합이 계절밥상 판교점 계절장터에서 각종 천연식품을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는 모습. ⓒ CJ푸드빌

더욱이 자연별곡은 고객들의 선호도가 높은 차 메뉴를 모두 유기농차로 교체해 선보이는 등 계속 화제를 만들어내는 데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계절밥상은 농민이 직접 농산물을 파는 코너를 운영함으로써 '좋은 식재료'를 쓴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홍보해 호응을 얻었다. 농민들이 가꾼 80여가지 농축산가공식품을 판매한다. 

주말엔 이들이 직접 매장에 와서 팔기도 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농장부터 식탁까지 놓은 재료가 직접 공급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해우리, 식재료·요리법·건강 잇는 '유기농 콘셉트'로 눈길  

해우리는 로가닉 계열의 외식 브랜드다. 전라남도 고흥이나 목포 등에서 톳·꼬시래기와 돌미역 등 다양한 해초류와 전어젓갈·회를 함께 먹는 것을 보고 착안, 식재료와 요리법,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해 프랜차이즈 식당을 만들었다. 해초류 특성상 유기농 콘셉트 식당으로 분류된다.

재료의 생산부터 유통까지 정성을 쏟고 있음을 '축제'를 통해 드러내고 홍보했다. 예를 들어 해우리는 지난달 2016 장보고 수산물 축제에 참가해 관광객들에게 이 지역 로컬푸드에 기초한 요리를 선보였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 경험 등이 풍부한 점을 자연스럽게 강조해 신선하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김은희 로가닉 팀장은 "단순히 축제에 참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지역의 로컬푸드를 활용한 건강하고 간편한 가정간편식(HMR) 제품도 순차적으로 개발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해우리를 통한 발전 외에도 같은 로가닉 계열인 먹거리 배송업체 홈팜스 경험을 가미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장기 불황으로 소비자들의 가격 대비 효용에 대한 감각이 민감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재료가 어떻게 식탁까지 오는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인지시키는 방법 역시 요리법과 메뉴의 다양성 못지않게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