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일부 대기업의 비상장사들이 눈길을 끈다. 다른 주주 간섭을 덜 받으면서 오너 일가 승계 수단으로 활용하기 쉽다는 점과 고액 배당 도구로 이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몇몇 기업은 비상장사의 공시 관련 문제가 많이 일어나는 데다 꾸준히 비상장사 비중을 높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0일 공개한 '기업집단현황 공시 및 비상장사 중요사항 공시 이행점검 결과'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해 172개 사의 공시 규정 위반 행위를 확인, 총 8억여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롯데그룹은 55건의 공시위반(기업집단, 비상장사 모두 포함)으로 조사 대상인 60개 기업집단 중 불명예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SK그룹이 33건의 공시를 위반(과태료 9264만원)했다. GS와 LG, 대성, 현대중공업이 뒤를 이었고, 포스코도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비상장사 기업집단별 위반 건수로 한정하면 롯데그룹은 12건으로 가장 많았다. SK그룹과(11건)과 포스코(10건)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3월 공정위가 내놓은 같은 공시 문제 통계에서도 이들 3개 기업군은 눈에 띈다. 2014년 공시 관련 위반 통계에서 기업집단별 위반 건수는 롯데(42건), 대성(35건), SK(31건) 순으로 많았다.
비상장사 기업집단별 위반 건수는 롯데(10건), 포스코(9건), 서울도시철도공사(9건) 순이었다.
◆비상장사 기업집단별 위반 건수 많아, 다른 문제는?
롯데가 단연 앞서 나가는 가운데 SK와 포스코가 비상장사 관련 위반에서 앞서 나가는 양상이다.

SK와 롯데, 포스코 등 일부 그룹의 공시가 비상장사 기업집단별 위반 건수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 각 그룹
이병박 정부 때인 2008년에서 2010년 사이 10대 그룹은 계열사의 기업공개 비율이 대부분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SK그룹은 같은 기간 25.00%에서 22.67%로 떨어졌고, 롯데는 17.39→13.33%, 포스코는 16.13%에서 10.42%로 하락 흐름을 보였다.
상장은 공시의무 사항이 많았음을 의미한다.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이 관심을 갖게 될 확률도 높아진다. 이에 따라 믿을 만한 친인척들을 내세워 비상장사로 두고, 배당 비율을 높게 해 오너 일가의 자금줄로 활용하는 것이 재벌가의 관행으로 돼 왔다.
이 같은 관행 대상의 비중이 전체 계열사 대비 증가했다는 점은 사회적 감시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까지도 이 같은 상장 회피 경향은 두드러졌다. 지난 8월 재벌닷컴은 현황 분석을 보면, 10대 그룹 중 롯데의 기업공개 비율은 9.9%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2015년 7월 말 10대 그룹의 계열사 기업공개 비율은 평균 16.0%선. 포스코(14.6%)와 GS, 현대중공업, 한화 등이 이에 못 미쳤으며 SK그룹은 17.0%선으로 평균을 웃돌았다.
이명박 정부 당시 집계 자료와 비교해 보면 SK와 롯데는 기업공개 비율을 계속 낮춰왔고, 포스코는 이를 일부 높였지만 전체 평균에는 아직 미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상장에 대해 달가워하지 않는 기업 특성을 보이는 그룹군은 이들 외에도 없지 않으나, 전체적인 공시 위반 또 비상장사 기업집단별 공시 관련 위반 건수에서 이들 3개 기업군이 앞서는 상황과 겹쳐 보면 이들의 존재감이 더 뚜렷하다고 볼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기에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닥친 이후로 경제적 여건이 급변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소극적인 기업 경영 활동이 불가피했을 수도 있다. 다만 경제민주화 구호를 내걸고 들어선 이번 정부에서까지 이 같은 기조를 갖고 가는 점은 그룹 전반의 흐름에 대해 노출도를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볼 여지가 높다.
이들 3개 그룹은 내부거래면에서나 비자금 조성, 기업 지배구조 개선 열망 등으로도 비상장사 이슈로 주목을 받아왔지만 오히려 공시 등에서 이와 반대 움직임을 보였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내부거래 많거나 허위공시 등 '문제적 상황'
공정위의 '2015년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 계열회사 간 상품·용역거래 현황'에서는 SK(28.9%)와 포스코(19.4%)의 내부거래 비중이 단연 높게 나왔다.
SK그룹은 비상장사를 자금줄로 활용해 근래 눈길을 끌었다.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 SK종합화학으로부터 1주당 1만2308원 수준으로 총 3200억원을 중간배당받기로 한 것.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1년 사업 분할을 통해 SK종합화학, SK에너지, SK루브리컨츠를 떼어내면서 사업지주회사 형태로 재편한 바 있다. 세 회사 모두 비상장사다.
사실상 주인이 없는 기업으로 연중 수사를 받는 상황인 포스코도 비상장인 계열회사 활용에 맛을 들였다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는 평이다. 비상장사인 포스코건설이 3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중 일부를 횡령한 해외 현장 임원들을 포착하고도 이를 은폐·축소시켰다는 논란을 받았던 게 좋은 예다.
롯데그룹의 내부거래 비중은 10대 그룹 중에서 그리 높은 편은 아니라는 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허위공시 혐의로 공정위가 신격호 총괄그룹 회장 건을 전원회의 안건에 올리기로 하는 등 공시를 믿을 수 없는 그룹이라는 딱지가 붙게 됐다. 롯데는 최근 들어 경영권 승계 문제로 순환출자 해소 주문을 받고 있다. 이런 와중에 2조원가량의 지출이 요청될 것으로 추정돼 비상장 계열사의 공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이 높다.
내부거래의 달콤함에서 벗어나든, 그룹 지배구조를 고치든 혹은 비자금 등 과거와 단절하든 이들 기업의 비상장사 사랑 그리고 내부 사정 숨기기 관행은 어떤 식으로든 변화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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