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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특설판매②] 경찰 수사명목 개입, 법개정으로 해결 '눈길'

방문판매법상 행정경찰권 우선순위 공정위 등에… 사법경찰직무법 개정 '단속-수사 일관처리' 개편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6.02.14 11:00:50

[프라임경제] #1. 지난 2014년 봄 한국특설판매상공인협회와 경찰 간에 해프닝이 있었다. 바로 경찰의 무리한 단속을 둘러싼 대응 요령과 관련한 문제가 불거진 것. 협회 관계자가 경찰 경정급 간부와 통화·문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무리한 단속과 관련한 글을 올렸다.

특히 "현장에서 적발된 것도 아닌 것에 너무 겁먹거나 음성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마라" 등 자극적 표현도 있었다. 이 게시물은 후에 경찰 측 요청으로 삭제됐지만, 특설판매업계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불량식품 단속은 물론 경찰의 단속에 시달리고 이에 대한 불만이 상당한 현실을 드러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2. 올해 1월25일부터 시행에 돌입한 사법경찰직무법에서는 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지정에 따라 사법경찰업무를 수행할 자 범위를 정하는 제5조에서 46호를 신설했다. 이로써 시·도 혹은 시·군·구 근무 지방공무원으로 방문판매 등 조사 및 단속 업무를 하는 자를 사법경찰업무자로 검찰에서 지정할 근거가 명확해졌다.

'특설판매'가 서자 취급을 받고 있다. 특설판매란 흔히 '홍보관' 운영 방식 판매업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본래 물품 판매에서는 영업소나 대리점, 사업장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나 특설판매는 이 같은 장소 외에 제품 등의 일부를 전시하는 매장을 개설하고 제품을 홍보하거나 체험하게 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판매를 권유한다.

중소기업은 브랜드 파워가 없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쉽지 않다. 아울러 대형 생산업체의 유력 브랜드에 비해 비싼 원료를 사용하거나 개발 공정상 제품 단가가 높은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체험을 통한 구매 의욕'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에 적재적소에 홍보관을 설치·운영하는 방식 또는 마을회관이나 노인회관 등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곳을 찾아 제품 체험을 권유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만나는 것이다. 이를 테면 기존 방식으로 판로 개척이 어려운 중소기업이 새 시장과 틈새 판매망을 찾는 것.

하지만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소비자를 기만하는 방식으로 영업하는 '떠돌이 약장수'나 '떴다방'을 특설판매 업계 전체의 모습처럼 연상하는 문제점이 발생했고, 이런 오해는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언론의 선정적 보도 접근이나 경찰의 특설판매업종 과잉 단속 가능성. 특설판매 쪽에서는 건강식품 등 다수의 품목을 다루는데, 이러다 보니 불량식품 단속 등 작은 빌미로도 경찰관이 무시로 드나드는 상황이 빚어질 여지가 있다.

문제는 경미한 일이든 큰 일이든 가게 영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경찰복을 입은 공무원이 무시로 드나드는 모습이 방해가 되면 됐지, 득이 되지는 않는다는 현실적인 이유 부분이다.

공공질서 차원에서 행정단속과 점검을 하는 경우까지 일반인(소비자)들이 보기엔 잠재적 범죄자로 지목돼 감시 대상이 된 듯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관리를 받는 업종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 특판업계의 억울함이 있었다. 2014년 해프닝도 빚어졌다는 풀이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해 개선이 기대된다. 이번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을 위시해 기존 방문판매법 정신을 100% 살려 일반 지방자치단체와 공정거래위원회를 축으로 하는 특설판매업자에 대한 관리, 감독 및 단속 시스템을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 거칠게 요약하면, 관리 및 감독도 공정위와 지자체에서 하도록 하고 사기 등으로 수사가 필요한 경우라도 사법경찰직무를 지정받은 지자체 공무원에 의해 검사 지휘를 바로 받도록 하는 게 현행법의 논리체계상 타당하므로 경찰은 한걸음 물러나라는 논의다.

◆방판법, 실태조사 규정에 '선진적·신사적' 감독 규정 

방문판매법에 특설판매업까지 포함되는가에는 일말의 논쟁 여지가 있다. 최근 개정 와중에 특설판매를 명시적으로 넣도록 하고 감독에 관한 규정도 삽입하자는 개정안이 제안됐지만, 이 부분이 대안 통과 와중에 빠졌기 때문.

하지만 이는 문언적 해석의 경우이고, 법안의 유래 등을 합목적적으로 해석할 경우 방문판매법이 규정하는 각종 특수판매업(방문판매업, 다단계판매, 계속적거래권유 등)에 특설판매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대안의 제안 이유를 보면(국회 정무위원장 수정 이유) '허위 광고 등에 의한 피해는 특설판매뿐 아니라 전화권유판매, 다단계판매 등 특수판매 전반에 걸쳐 발생하므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특수판매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 및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근거규정을 마련하도록 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정위에서도 방문판매법 개정으로 법 제43조의2가 신설된 것을 계기 삼아 특설판매를 방문판매법상 각종 특수판매업 범주에 들어가 자신의 업무처럼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3월 공정위는 특설판매 주요 판매품목의 종류와 원가, 판매가격, 유통경로 등 특설판매 현황과 영업행태에 대한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또 특설판매로 인한 소비자피해 구제·예방을 위해 소비자원, 지방자치단체, 경찰 등 유관기관들이 역할을 분담하는 협업체계를 구축한다는 당시 공정위 측 방침도 언론에서 거론됐다.

방문판매법은 실태조사를 할 수 있게 하고, 그 시행령에서 법 제43조의2 제1항상 규정된 실태조사 등의 구체적 내용을 정했다. 이 시행령 제50조의2를 보면 공정위에서는 실태조사를 할 경우 조사목적, 조사기간 및 조사내용 등을 대상자에게 미리 알리도록 했다.

아울러 방문판매법은 조사 및 감독에서도 공정위,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 등이 직권으로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한다고 법 제43조 제1항에 나와있다. 공정위와 지자체 간 조사가 중복되는 경우의 공정위 우선권 근거를 제2항에서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특설판매업자가 방문판매법의 소비자 보호 규정(법 제34조의 금지행위 규정), 즉 환불을 거절하는 등의 각종 위반과 기만적으로 물품을 판매한 경우 및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방문판매법상 우선 조사 권한이 있는 공정위, 지자체 등에 의해 감독 및 실태조사 등을 받을 수 있다.

여기 더해 올해부터는 사법경찰직무법이 개정돼 지자체 공무원으로 방문판매 등 조사 업무에 종사하는 자는 지방검사장에 의해 사법경찰업무를 부여받을 수도 있다. 특설판매 등 각종 특수판매에 관해서는 경찰이 행정적 감독이든, 수사 업무이든 개입할 부분이 남지 않게 제도를 운영할 길이 완비된 셈이다.

◆'경찰' 역할 0으로 줄인 특설판매 관리 방법 열려 '기대감 높아'

사실 그동안 방문판매법 규율 대상인 특설판매 쪽에 계속 경찰 측 개입 여지가 열렸던 관행은 사기죄 등 수사 가능성을 이유로 행정경찰업무 여지를 놓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점에 대해서는 비판 여지가 있었다.

경찰이 일반적 수권조항 외에도 개별법상 개별수권을 통해서 공공안전과 질서를 이유로 행정경찰업무를 할 수 있다고 보는 게 일반적 해석이다. 그런데 방문판매법상으로는 공정위나 지자체 쪽에 이 행정경찰업무를 정했을 뿐 경찰은 우선적 개입을 할 여지가 사실상 없다고 여겨진다.

서정범 경찰대 교수도 그의 '경찰법연구'에서 일정한 영역에서의 '탈경찰화'가 된 경우, 즉 행정경찰업무가 일반행정기관에 넘어간 경우 경찰의 개입 자제를 언급하고 있다. 

"탈경찰화된 영역이 문제가 되는 경우 경찰은 원칙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 다만 권한 있는 행정청이 적시에 개입할 수 없고 위험이 목전에 닥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불가결한 경우에는 경찰행정청도 예외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간 경찰이 방문판매법 영역 특히 특설판매의 경우 지나치게 개입해 온 게 아닌지 비판은 바로 이 부분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전제로 살필 개념은 사법경찰과 행정경찰의 구분 개념이다. 사법경찰은 범죄자를 재판에 넘기고자 범죄자를 추적 및 체포해 조사하는 것을, 행정경찰은 공공질서에 관한 모든 혼란의 억제와 예방조치를 목적으로 한다.

예를 들어, 특설판매업자 A씨가 단순 건강식품을 만병통치약인 양 과장광고를 해 천문학적 액수의 부당이익을 챙긴 경우라면 이때에는 사기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되고 사법경찰에서 일을 맡게 된다.

다만 유사한 과장광고 경우라도 실제 사안과 달리 경미한 정도의 상술에서 벗어나지 않는 정도였다면 행정경찰이 주의를 주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경찰(Police) 제도를 운영하면서, 사법경찰과 행정경찰을 크게 구분하지 않는 체계를 오래 사용해왔다.

실제로 경찰업무 관련 서적 중에도 '질서에 대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음란물 압수를 명령한다면 행정경찰업무겠지만, 이 침해 문제를 본격적으로 수사하기 위해 압수한 경우라면 사법경찰업무'라고 설명(김재광 선문대 교수 '경찰관직무집행법')할 정도다.

이처럼 양자 간 구분이 용이하지 않는 경우도 존재하고 그럴 필요성이나 의미도 없지 않은 경우도 있다.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공공질서 차원에서 행정단속과 점검을 하는 경우까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경찰관이 전반적으로 나서는 게 반가운 일이 아니라는 현실적 요소 때문이다.

이는 행정경찰업무 전반을 사법경찰권까지 가진 경찰조직이 틀어쥘 경우의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수사 가능성 등을 위시해 행정경찰사안에까지 고압적으로 민간인을 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경찰 권한이 너무 비대했던 경험과 전체주의 정권의 시녀였던 과거에 대한 반성 등으로 2차 대전 이후 경찰에서 사법경찰 외의 업무 즉 행정경찰 업무를 대거 일반행정기관에 넘긴 전례가 있다.

우리는 경찰에 아직 행정경찰사무를 맡기는 경향이 있으나, 각종 사안에 따라 개별법에서 일반행정기관의 업무로 이를 떼어서 맡기는 경우도 있고 점차로 늘어나는 추세다.

위생업무에서 지자체 공무원들이 식당 위생 등을 관리하는 경우도 있고, 방문판매법에서 관리 및 감독을 공정위와 지자체에 맡기도록 규정한 경우도 그 예다.

특히나 방문판매법상 공정위와 지자체가 행정경찰로서의 업무 성격을 인정받고 있는 데다,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을 통해 지자체의 방문판매업자 단속 업무 공무원이 사법경찰관으로 지정받을 여지가 명시된 점은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크다.

방문판매법 영역에 관련해서는 지자체에 사법경찰권까지 주도록 획기적 개선을 통해 힘을 모아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2016년에 이르러서 방문판매법상의 특설판매업 등에 대한 관리, 감독 그리고 사기성 판매가 심각한 경우 수사까지 모두 일관되게 처리될 길이 열린 점은 경찰 제도의 개선면에서도 의미가 큰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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