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964년 2월 제주 출생으로 제주제일고 졸-입학한지 7년만에 서울대 법대서 학사모를 썼다. 1965년 충청남도 논산에서 태어나 남대전고를 거쳐 고려대에서 철학 공부. 지역의 자랑이던 두 인재는 어느새 지천명에 이르렀고, 금의환향해 도백으로 활약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그들을 잠룡으로 본다. 같은 듯 다른 듯 두 인물의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중량감에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우나 다만 생년월일 순에 따라 원 지사를 상대적으로 앞에 표기하기로 한다.
◆운동권 정서 '원칙론자', 젊은 시절부터 사서 고생 공통분모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서울대를 수석으로 입학했으나(1982년) 수재에 거는 가난한 집안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대학 입학 후 7년만에야 졸업장을 받았다. 학생 운동에 푹 빠져 극렬 운동권의 위험한 길을 걸었던 것. 그러다 동구권 몰락에 임박해서야 노선에 대한 전환 필요성을 느껴 학교로 돌아왔고, 전공을 살려 사법시험 공부에 뛰어들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방중 일정 내내 전기차를 애용해 눈길을 끌었다. ⓒ 제주도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강렬한 투쟁의 추억을 갖고 있다. 일례로 2014년 3월 정진석 당시 새누리당 충남지사 예비후보가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주사파 경력은 삭제했으면 좋겠다"고 한 바 있다. 정씨는 "이제 그런 경력이 훈장은 아니지 않나"라고도 지적했는데, 이는 안 지사가 지난 운동권 경력을 자랑스러운 과거이자 정치적 자양분으로 여전히 여기고 있음을 방증하는 에피소드로 보인다.
그런 안 지사는 거물 김덕룡씨의 국회의원 활동을 돕는 보좌진으로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그게 된다. 제도권에 진입할 때 사상 등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어기지 않은 인물로 검증을 통과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후에도 여러 고생스러운 길을 걸으면서도 정치에 기여할 길을 모색해 왔다. 노무현 대통령후보 경선캠프 사무국장을 맡아 참여정부 출범에 기여하며 빛을 보나 싶었으나, 정권 초기 불법 대선자금의 책임을 모두 지게 됐다. 이 일로 1년 간 구속됐지만 이후 충남도지사로 선출되면서 '화려한 부활'을 선언했다.
◆경제 살리기 골몰 + 마리나와 환경-의료 택하는 등 '특기' 선택도
원 지사와 안 지사 모두 중국의 자금 등 해외 자금을 끌어들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원 지사는 최근 중국 광둥성을 둘러보는 등 방중 일정을 소화했고, 안 지사는 영국의 대표적 해양관광지 포츠머스를 찾아 스티븐 와일리 시장과 환담하는 등 부지런하게 밖을 누비면서 명실상부 '세일즈 도지사'의 면모를 과시해 왔다. 이런 역량있는 경제 전문가로서의 도백 이미지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사실상 처음 구축한 것인데, 손 전 지사 이래 꼽아봐도 저 둘의 행적은 순위권에 드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원 지사는 제주가 과거부터 관광에 특화된 지역이라는 기본 사항을 기반에 깔고 의료산업 등 여러 첨단 키워드를 그 위에 쌓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광둥성 와중에 지역 거물 정치인과 이런 점에서의 윈윈 발전 공감대를 확인한 게 좋은 예다.
안 지사의 경우엔 중국 자본을 끌어들이는 데 관심이 많긴 하나, 카지노 등 단기간에 약발이 받을 수 있지만 결국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이 있을 아이템은 단호히 배격하는 면을 보이고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우측)와 아미란 BGIR 회장이 철강분말공장 투자 문제 논의를 매듭짓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충청남도
대신 그는 백제문화단지와 근래 정부가 스타트 선언을 한 왜목항 마리나 거점화 추진 문제 등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무엇보다 아미란 BGIR 회장과 철강분말공장 투자 문제 논의를 매듭짓는 등 제조업 유치 부문에서도 거액의 외국인 직접투자를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며 소정의 성과도 내고 있다.
안 지사는 지역에 대한 애정과 나름의 구상으로 중앙 정치권의 도움을 끌어내는 일에 다소 약한 야당 출신임에도 스스로 길을 개척하면서 소신을 지키는 외고집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 한편 원 지사는 여당 프리미엄을 약간 누리는 상황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의 '소급입법' 발언이 좋은 예다. 유 장관은 최근 대법원 판결로 좌초 위기에 놓인 예래휴양형주거단지 개발사업과 관련해 제주 환경단체에 대해 소급입법으로 반드시 이를 추진하겠다는 직격탄을 날렸다.
원 지사가 환경을 100% 보호할 수 없더라도 적절한 방안으로 개발과 지역의 경제 활력 강화를 해야 한다는 내심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발 엄호가 제주도청 주변에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원 지사가 이른바 '협치' 키워드로 민간과 원만히 돕고 소통하면서도 대업을 이루려 한다고 하지만, 첨예한 사안에 따라선 이런 도움이 요긴할 수밖에 없다.
◆'중앙정치 똘마니' 이미지 우려 vs 마이웨이: 아직은 '안'이 다소 앞선다?
하지만 이런 도움은 반대로 경우에 따라선 빚이자 족쇄가 된다. 반대급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 매체의 카메라에 '무성대장'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서 원 지사가 거론된 일을 보자. 원 지사를 활용하려 하고, 이 점이 본인에게는 안 좋은 이미지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좋은 예다.
"대표님, 주말 동안 김학용 비서실장이 나서 정병국 원희룡 남경필이 각을 세우는 메시지를 발사할 수 있도록 협조 요청을 해야하는 게 어떤지요. 정두언 의원은 월요일 라디오에서 세게 칠겁니다"라는 이 이미지는 그가 선 입지, 즉 중요한 인물이지만 반면 그로 인해 그 왕관의 무게도 견뎌야 함을 방증한다. 앞의 소급입법 추진 논란과도 겹쳐 보면 현재 내각이든, 무대에게든 유혹을 받고 또 차출될 대상으로 여겨지고 또 서로 잡아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9월 하순 제주MBC가 창사 47주년을 맞아 지난 19일 코리아리서치에 의뢰, 진행한 결과에서 제주도민들은 원 지사를 차기 대통령감 4위로 꼽았지만 중앙에서의 지지율은 다소 다른 현상을 또 추가로 함께 겹쳐 보자. 9월 3주차 리얼미터 조사에서 원 지사는 3.8%를 받았다. 이제 노쇠한 정치인이라고 일각에서는 보는 정몽준 전 당대표가 6.9%를 얻은 것에도 뒤진다.
인물이 많은 여권에서 바로 차기보다는 차차기를 노려야 할 순번이라는 가능성이 더 커진다. 본인도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도를 내팽개치고) 다음 대선에 나가는 것은 확실히 아니다"라며 차차기 저울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안 지사는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물론 '안철수 현상의 재조명 가능성'이나 문재인 당대표 등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도 그에 훨씬 앞서는 인사가 있다. 하지만 당내 사정이 복잡하고 그만큼 샛별처럼 부상할 여지는 여권 내 후발주자보다 더 높다. 박영선 의원이 17일 "진보와 보수의 장점을 묶어 하나의 대한민국을 새롭게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있어야 한다. 안희정 지사, 김부겸 전 의원과 함께 새로운 물결을 모아갈 것"이 좋은 예다. 8월 이래 여론조사 결과를 참고해도 원 지사보다 상대적으로 괜찮은 인지도 성적표를 받은 바 있다고 요약 가능하다.
결국 당장 차기 가능성을 놓고 보면 안 지사가 약간 나은 가운데, 비슷한 듯 다른 듯 좋은 자극제로 서로 커리어를 쌓아가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지사가 언제 북진에 나설지는 서로의 당내 사정과 향후 정치적 자산 불리기 실력에 따라 각각 달라질 것이나 최종적인 매치 성사 가능성은 작지 않아 보이므로 줄곧 시선을 모으며 함께 회자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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