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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탐방 98] '피플앤컴' 재조립컴퓨터 수출까지

손길 거치면 성능 좋은 제품으로…소외계층에는 무상전달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4.07.15 14:25:31

[프라임경제] 중고컴퓨터. 기업 등으로서는 처리할 방법이 마땅찮은 애물단지다. 정보보안 문제도 마음에 걸리고 폐기를 한다고 해도 환경을 오염시키는 골칫거리가 된다는 새로운 사회적 문제가 남는다. 하지만 공을 들여 손을 보면, 아직도 누구에겐가는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보물'일 수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오래된 컴퓨터를 기부받아 와서 사회소외계층에 나눠주는 일'을 연상하기 쉽다. 이 자체도 쉽지만은 않은 뜻깊은 일인데, 여기서 '재조립'이라는 일이 또 다른 마법을 부린다.

골라낸 것 중 쓸만한 중고부품과 이를 십분활용한 재조립컴퓨터로 탄생한 제품을 팔아 수익을 내고, 이를 기반 삼아 사회소외계층에 무상으로 중고컴퓨터를 전달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컴퓨터 교육이 시급한 이들에게 정보화교육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들어가는 일손은 바로 일자리를 창출과 연결되므로 소외계층 고용 효과도 거두게 된다.

이렇게 중고컴퓨터를 손봐 새 주인을 찾아주는 일로 자원순환과 정보격차 해소, 일자리 창출이라는 1석3조 효과를 도모하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서울 신대방역 부근에 자리잡은 피플앤컴(대표 이달성)은 2013년 5월 설립됐다. 첫해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고 2014년 노동부 지정 사회적기업이 됐다. 다양한 사회공헌 행보는 물론 '지속가능한 경영' 모델이라는 점을 일찌감치 인정받으면서 얻은 결과다.

사회적기업들의 '홀로서기' 경영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탄생 1년을 갓 넘긴 와중에 이 같은 성적표를 받아든 점은 특히 고무적이다.

한 달에 중고컴퓨터 200대 처리 '소외계층 도움 밑천으로'

"우리나라에서 1년에 400만대씩 중고컴퓨터가 쏟아지지만, 재활용 규모는 7.5% 정도밖에 안 됩니다. 앞으로 재활용율을 50%이상 끌어올릴 수 있는 시장 개척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피플앤컴에서 기증받은 중고컴퓨터를 점검, 재조립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곳은 현재 3명의 결혼이주민 직원을 고용 중이다. = 임혜현 기자  
피플앤컴에서 기증받은 중고컴퓨터를 점검, 재조립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곳은 현재 3명의 결혼이주민 직원을 고용 중이다. = 임혜현 기자
   이달성 피플앤컴 대표는 중고컴퓨터 재활용이 자원 리사이클링 뿐만 아니라 정보소외 문제의 해결, 고용창출 등 다양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한다. = 임혜현 기자  
이달성 피플앤컴 대표는 중고컴퓨터 재활용이 자원 리사이클링뿐 아니라 정보소외 문제의 해결, 고용창출 등 다양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한다. = 임혜현 기자

이달성 피플앤컴 대표는 중고컴퓨터 재활용과 재조립 사업이 갖는 비전을 이렇게 요약했다. 자원순환 기여라는 공익적 특성과 성장가능성 등이 모두 충족되는 이색적 영역.

이 대표의 설명을 빌리면 지난해 피플앤컴은 50여대의 중고컴퓨터를 기증받았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2000대가량을 받았다. 신한은행 등 다양한 기관과 사회공헙 업무 협약을 체결한 결과다. 장기적으로는 연간 1만2000대를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중고컴퓨터를 다량으로 받는다고 해도 모두 처리할 능력이 되는 지 궁금했다. 작업을 하면 1개월에 200대 정도 가능하다는 게 이 대표의 대답이다.

피플앤컴에 들어온 중고컴퓨터는 업무용 기밀 자료 보호 등을 위해 하드디스크를 분쇄하거나 정보를 지우는 등 '데이터 완벽 소거'를 먼저 거친다. 이후 본체를 분해해 내관 및 외관 클리닝을 진행한다.

요새는 데이터 소거 등 문제로 하드디스크를 아예 빼고 받기도 하지만, 피플앤컴에서 찾아가서 디가우징이나 천공처리 등을 맡아준다.

   중고부품을 테스트하는 모습. = 임혜현 기자  
중고부품을 테스트하는 모습. = 임혜현 기자
이 때 하드디스크 외의 부품, 즉 메인보드와 CPU(중앙처리장치), 메모리카드 등은 재사용이 가능하다. 이런 부품을 추려내 다시 새로운 부품과 합쳐 새로운 컴퓨터로 재조립을 한다. 가정용이나 사무용, 공공기관 민원용 등으로 다양화된 20만~30만원대 재생컴퓨터 제품들이 태어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얻는 수익으로 인건비와 소외계층 중고PC 제공 사업에 활용한다.

숫자로 표현하면 100대의 중고컴퓨터가 들어온다고 모두 쓸모가 있는 건 아니다. 이 중 60대 정도가 재생이 가능하다. 즉 60대가량에서 40대는 부품별 재활용, 재조립 등으로 수익용으로 쓰고 이 수익금으로 20대 정도를 잘 손질해 소외계층에 무상전달한다.

직접 판매 조직을 구축한 정도는 아니지만 동남아 시장을 두드리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위탁 형식으로 수출을 내보내는 길을 택했다. 연간 1500억원 규모의 중고컴퓨터 등이 한국에서 동남아로 간다고 하므로, 이 중고컴퓨터 시장 및 부품시장에서 앞으로 입지를 더 넓힐 수 있을지도 기대된다.

국내외 모두에서 이처럼 활발히 활동을 펼침으로써 올리는 매출이 적지 않은 규모다. 예비사회적기업이던 시절에도 한 달에 3000만원 규모로 영업을 했고, 올해에도 월 1억원 정도씩은 기록 중이다. 말하는 재무제표상의 손익분기점, '그 이상'의 목표를 노리는 자신감이 여기에 있다. 이 대표는 (제표상의) 수익과 재산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한다.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할 무렵에 이미 흔히 말하는 손익분기점을 넘었지만, 영업이익 즉 마진으로 매달 꾸준히 고정비를 지출하고도 여유가 남는 상황이 진정한 손익분기점 충족이라고 이 대표는 본다. 이런 목표도 "이번 연말이면 달성이 가능할 것 같다"고 자신한다.

◆결혼이민자 고용하고 동남아로 수출도

현재 피플앤컴에는 9명이 소속됐다. 대표와 사외이사 3인, 직원 5명이다. 직원 중 3명은 결혼이민자 출신이다. 재단법인 피플의 '결혼이민자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을 통해 받은 사람들이다. 재단법인 피플은 법무법인 피플-노무법인 길-노무법인 산재 등이 합심해 사회복지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만든 단체다.

   피플앤컴은 결혼이주자들을 위해 정보화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 피플앤컴  
피플앤컴은 결혼이주자들을 위해 정보화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 피플앤컴
   소외계층에 중고컴퓨터를 설치해 주는 모습. ⓒ 피플앤컴  
소외계층에 중고컴퓨터를 설치해 주는 모습. ⓒ 피플앤컴

운영이 나름대로 안정세를 보이면서, 조만간 '2기'로 결혼이민자 3명가량을 더 추천받아 채용하는 문제도 검토 중이다. 이미 일하는 1기 직원들은 보다 복잡한 작업 기능을 익히도록 능력 업그레이드를 유도함으로써 일의 보람을 더욱 높이도록 할 방침이다.

이런 고용 외에도 교육서비스를 통해서도 결혼이민자 지원을 하고 있다. 한국의 사회에서 잘 적응하기 위한 정보를 얻는 요긴한 통로가 바로 정보화교육일 수 있다. 정보화교육을 제공해 성공적으로 한국에 정착할 계기를 마련해주자는 아이디어다. 소외계층이 정보에 눈을 뜨고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돕는 것이다.

"사실 빈부격차가 큰 문제인데 정보화사회에서는 정보격차에서 빈부격차가 발생하는 면이 큽니다. 세상물정을 모르기 때문에 가난해지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정보격차 해결은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피플앤컴이 강조하는 '더불어 사는 세상, 함께 하는 행복'의 이념이 컴퓨터의 샤프하고 차가운 이미지와 낯설지 않게 조화를 이루는 숨은 비결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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