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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될성부른 떡잎찾아 캐릭터 연계 필요

일본 원작 발굴하고 기획 단계부터 수출 노려 대박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4.06.24 15:59:38

[프라임경제] 한국 애니메이션이 하청 제작보다 창작과 기획이 본업인 구조로 빨리 변화하지 못하면 글로벌시장 재편 과정에서 도태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런 한편 한국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눈에 띄는 수출 실적을 보이는 등 희망적인 지표도 엿보인다.

기획 단계에서의 탄탄한 능력과 캐릭터 개발을 미리 염두에 두는 차분한 준비 자세가 어우러져 돌파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23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라이선싱 국제 엑스포 2014(Licensing International Expo 2014)'에 참가한 한국 기업이 1000만달러 이상의 수출계약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잘 되지 못하는 풍토가 한계로 거론돼 왔다.

그러나 이런 한계에도 기획 단계에서 될성부른 떡잎을 찾아내고 글로벌시장 공략을 목표로 작품을 준비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되고 있다. 아울러 준비 초반부터 캐릭터 산업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는 것도 가치 창출을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극장용 애니메이션 척박한 풍토에 아예 해외시장 노림수

'넛잡:땅콩도둑들'은 아예 수출 특화로 애니메이션의 방향을 잡은 작품이다. 레드로버가 기획하고 국내 자본을 투자했지만 미국인을 겨냥해 영어로 제작된 케이스다. 195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다람쥐들이 겨울 식량으로 땅콩을 확보하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레드로버의 수익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넛잡은 지난 5월까지 6500만달러(약 664억원)의 관람료 수입을 올렸다. 또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DVD와 VOD(주문형비디오) 등 부가판권 매출이 9000만달러에 달하는 등 총매출이 2억2000만달러(약 2249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벌레 캐릭터로 사랑받는 '라바'의 경우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잘 안 되기 때문에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날려버렸다. 이 작품은 아예 방송 편성에 기대지도 않고 다른 채널로 소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어 성공했다.

  대원미디어의 곤은 외국 원작을 발굴, 우리가 세계적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경우다. 기획력의 힘을 보여준 사례인 동시에 다양한 캐릭터 연계에도 성공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사진은 곤 캐릭터를 살려 상품을 낸 롯데칠성음료의 홍보사진. ⓒ  롯데칠성음료  
대원미디어의 곤은 외국 원작을 발굴, 우리가 세계적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경우다. 기획력의 힘을 보여준 사례인 동시에 다양한 캐릭터 연계에도 성공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사진은 곤 캐릭터를 살려 상품을 낸 롯데칠성음료의 홍보사진. ⓒ 롯데칠성음료
기존의 방송사 편성에 의존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유투브, 지하철 및 버스 광고, 아파트 앨리베이터 모니터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했다.

한국적 정서에서 대작을 만들어 내는 대신, 기획능력으로 외국 작품을 발굴해 히트작을 만들어 낸 사례도 있다.

대원미디어는 일본 원작을 발굴해 공룡을 닮은 좌충우돌 캐릭터가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곤'을 애니메이션화했다. 기존 원작 만화의 모티브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스토리의 창작과 영상을 가미하는 쉽지 않은 작업을 성공시킨 특이한 경우다.

실제로 곤은 론칭 1년 만에 최고 시청률 12.1%를 기록한 것은 물론 300여종 이상의 신규 상품 계약을 완료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캐릭터, 미리부터 준비하고 투자 필요

기획을 통한 성공도 중요하지만 부가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캐릭터에 대한 관심 역시 미리부터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향후 더 많은 연구와 투자가 이뤄져야 할 한국 애니메이션의 차세대 먹거리라는 점도 중요하다. 이미 언급된 곤의 경우 대원미디어가 캐릭터 등 상품 권리를 갖고 있다.

또봇도 캐릭터 문제의 중요성에 눈을 떠 복합적 발전을 시도했다. 지난 2009년 외산 제품이 판을 치던 국내 완구시장에 혜성처럼 등장, 시장 재편을 이뤄낸 배경에는 캐릭터의 중요성을 알아본 완구업체 영실업의 입체적 전략이 주효했다.

  라이선싱 국제 엑스포 2014(Licensing International Expo 2014)에 참가한 한국 기업이 1000만달러 이상의 수출계약을 달성했다. ⓒ 한국콘텐츠진흥원  
라이선싱 국제 엑스포 2014(Licensing International Expo 2014)에 참가한 한국 기업이 1000만달러 이상의 수출계약을 달성했다. ⓒ 한국콘텐츠진흥원
기아차와의 디자인 협업으로 쏘울과 스포티지 R, K3 등 실제 자동차의 모습을 정교하게 구현해 시장의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또 또봇의 경우 완구 개발단계서부터 해당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기획, 콘텐츠-제품 간 시너지를 창출한 사례이기도 하다.

캐릭터를 활용한 사업부(Disney Consumer Product·DCP)가 따로 있는 디즈니만큼의 대규모 투자가 아니어도, 기획을 통해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면서 캐릭터 권리를 잘 챙겨놓으면 얼마든 과실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은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기획에만도 큰 부담이 걸리는 상황에 이를 개별 회사가 모두 다 검토,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점이 숙제다. 애니메이션 라바는 세계시장 진출 준비를 하면서 이미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작업을 한 경우가 있는데, 당국에서 이 같은 준비에 필요한 재원이나 인프라를 지원해 주면 창작과 기획의 의욕을 북돋우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어 보인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창조경제의 살아있는 사례 산업으로 퀀텀 점프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의미에서도, 이 같은 기획과 캐릭터 문제로의 집중과 국가적 지원은 의미 있는 화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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