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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급제폰, 미운오리 단말제조사의 '신의 한 수' 될까

소니 Z2 재도전에 관련법 개정 국면 새 파급력 눈길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4.05.09 10:19:56

[프라임경제] 소니가 새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Z2를 자급제 단말기로 출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 눈길을 모은다. 특히 이달 초 '이동전화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서 통과돼 10월 시행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상황인 데다, 정부도 정액제 보조금 틀을 정률제로 고치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지형 변화가 목전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니가 과거 Z1에서 자급제를 택해 큰 재미를 못 봤던 상황에 변화가 올지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또 한 차례 한국시장에서 발을 뺐던 '소니와 자급제의 궁합' 문제 뿐만 아니라 자급제 자체가 이번 제도 개편 와중에 어떤 형식으로 새 자리를 차지할지 가늠해 보는 기본적 이해도 가능할지 주목된다.

자급제, 국내 관행에 부딪혀

자급제는 특정 이동통신사에 구애받지 않고 소비자가 휴대폰을 구매해 자신이 (가입이 가능한 통신사 중 골라서) 요금제에 가입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넥서스5 같은 경우 SK텔레콤과 KT에 가입이 가능했지만 LG유플러스에서 가입이 불가능하게 판매된 바 있고, Z2 역시 kT를 통해 가입하거나 단말기를 구입해 SK텔레콤으로 개통할 수 있다. 이통사를 통해 운영될 경우, 보조금 및 기타 유통 비용으로 인해 출고가 상승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자급제는 이런 영향에서 자유롭다.

   자급제폰과 10월 시행되는 단말기 유통법 국면과의 함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될지 주목된다. 사진은  자급제폰으로 선보이게 되는 엑스페리아 Z2 발표회 현장 사진. = 임혜현 기자  
자급제폰과 10월 시행되는 단말기 유통법 국면과의 함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될지 주목된다. 사진은 자급제폰으로 선보이게 되는 엑스페리아 Z2 발표회 현장 사진. = 임혜현 기자

하지만 국내에서는 자급제 시장이 50%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럽 등 해외 사례와 달리 자급제 단말기가 대세를 차지하지는 못했다. 삼성전자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에 대한 쏠림 현상이 강한 데다, 피처폰시대부터 유통망의 한 축처럼 형성돼 온 보조금 관행 속에서 고객층의 손길을 받는 데 불리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기기값이 0원인 일명 '버스폰'이 시장에 풀리길 기대할 수 있는 상황에서 짧은 기간만 쓰고 다시 이통사를 이동해 가며 고성능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었던 상황에 익숙해져 있었던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넥서스5가 선전했지만 Z1은 호조를 보이지 못하는 등 자급제폰은 부침이 심한 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단말기 유통법 통과로 앞으로 공단말기를 구입했거나 자급제 단말기로 개통하더라도 대리점에서 휴대폰을 구입한 것과 동일하게 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는 등 장점이 더 늘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단말기 유통법은 서비스 단독 가입 시에도 보조금 액수만큼 요금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선택조항을 두도록 의무화했다. 가령, 별도로 구입한 자급제 단말기로 통신 서비스를 개통할 경우, 보조금 대신 자신이 가입한 요금제의 평균 보조금 지급액만큼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와 소니 등 비주류 메이커와의 궁합은?

한편 연초에 옛 민주당(현재의 새정치민주연합)이 통신서비스와 단말기 유통(판매)을 완전히 분리하는 단말기 완전 자급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이 경우 자급제폰과의 함수 관계는 일의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완전 자급제가 도입되면 오히려 이통사나 제조사가 단말기를 할인해서 팔아야 될 이유 자체가 없어진다는 우려도 일각에서는 제기된 바 있다. 이 같은 제도 개편으로 실제 소비자가 부담할 비용이 오히려 올라간 해외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제조사 입김이 세질 것이라는 우려도 거론됐는데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대형 메이커의 경우 유통지배력을 통한 메리트를 기대할 수 있으나 팬택이나 소니 등은 완전 자급제 시행시 불리한 국면에 설 것으로 예측이 가능하다.

따라서 소니가 이번에 선보인 Z2 자급제폰 전략은 소니로서는 변화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 나름대로 적합한 틈새를 찾은 서핑으로 볼 수 있다.

◆자급제폰, 스펙 경쟁보다 디테일 노릴 때 적합한가의 함수

한편 소니가 이번에 Z2를 자급제폰으로 내놓은 게 국내 이통사들과의 공급 협의 실패 영향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소니 측은 이에 대해 자사에서 생각하는 수량과 사업자들이 생각하는 수량에 차이가 있었다는 답을 내놓았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밀어내기식의 판매가 아니라 실제 필요한 수량에 부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방침을 택했다는 것인데, 협의에 실패해 이쪽으로 전략을 (부득이) 잡았든 장고 끝에 이 같은 가닥을 잡았든 실제 기대 만큼의 효과가 나올지가 오히려 관전 포인트로 보인다.

앞서 언급했듯 이통사를 통해 판매를 진행할 경우, 보조금이나 기타 유통 비용으로 인해 출고가 상승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자급제는 이런 영향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소니측이 Z2를 갤럭시S5의 출고가(80만원대 후반)에 비해 낮게 책정한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는 단순히 출혈정책으로 볼 수도 있지만, 대체로 사양(스펙 전반) 경쟁으로 격돌해 삼성 등의 아성을 깨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면 소니로서는 오히려 '신의 한 수'를 둔 것으로도 못 볼 바가 아니다. 방수와 방진 기능은 과거부터 일본 업체가 강점을 가졌던 부분으로 갤럭시S4 액티브 이후 이런 기능에 눈길을 돌리고 있지만 이번 출시 선언과 홍보 초점에서 보듯 주요 강점으로 꼽을 수 있다.

이통사를 통한 밀어내기를 통해 공세를 펴느니 차라리 시장의 변화를 기다리며 자급제폰 가능성을 타진하는 게 돋보이기에 나을 수도 있는 셈이다. "단순 제품 출시에서 멈추지 않고 전략적으로 사업을 전개할 예정(사카이 켄지 소니코리아 대표)"의 발언이 나온 데 포석이 있다면 이런 측면일 것이라는 풀이다.

이 같이 여러모로 비주류 메이커 단말기, 특히 특이한 포인트를 가진 단말기와 자급제라는 개념의 조합이 어떤 화학적 효과를 낳을 수 있을지를 관찰하는 일은 비단 소니 Z2의 문제뿐만 아니라, 현재 시장의 굳은 벽에 미세하나마 구멍이 날 변곡점을 찾는 문제이기도 하다. 단말기 시장 전체적 관점에서도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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