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 분쟁이 새 국면을 맞이했다. 애플이 삼성의 상용특허를 침해했다고 인정받은 첫 사례가 나오면서 애플이 공세를 취하면 주도권이 무조건 애플에 돌아가던 패턴에 금이 가게 된 것.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지원 배심원단은 애플과 삼성전자 모두 상대방 특허를 일부 침해했다고 평결했다. 이 같은 2차 소송에 대한 평결은 '삼성전자 완패'로 끝난 2년 전 1차 소송 때와는 판이한 결과다.
이번 평결로 삼성전자는 애플에 1억1962만5000달러, 애플은 삼성전자에 15만8400달러를 배상하게 됐다. 단순히 배상액의 많고 적음의 문제로 보면 애플의 표면적 승리이나, 애플이 사실상 판정패했다는 풀이가 우세하다.
◆'애플만이 혁신기업' 공식 깨
앞서 1차 재판에서 애플의 변호인단은 삼성이 미국 기업의 혁신을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으며, 1차 소송 결과는 이 전략이 주효한 결과로 해석돼 왔다. 그러나 이번 재판에서 삼성은 애플이 유일한 혁신기업이 아니란 점을 들어 반격했으며 이 같은 호소가 배심원들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아울러 애플이 소송을 제기하는 데 대해 피로감이 높아진 상황도 삼성전자의 수확이다. 지금까지는 애플이 소송을 제기하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효과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 삼성전자와 애플의 2차 소송 배심원단은 "패자는 소비자일 수밖에 없다"며 양사의 합의를 종용하는 의견을 언론에 제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은 일부 배심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애플은 혁신기업이라는 높은 계단에서 끌어내려지고 있는 것은 물론, 자칫 소송을 일삼는 '특허괴물'로 떨어질 수 있는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불확실성 해소 긍정적…구글과 관계에 업계 관심 높아져
이번 소송에 따라 애플은 향후 삼성이 아닌 구글을 직접 공격하는 양상을 띌 것으로 보인다. 구글도 유사한 기술을 독립적으로 개발해 왔기 때문에 애플의 특허 주장은 유효하지 않다고 삼성은 주장했으며, 이번 평결은 이런 삼성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구글의 엔지니어들도 삼성의 발언을 옹호했다.
따라서 WSJ은 삼성과 애플 간의 싸움에서 실질적인 승자는 구글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향후 분쟁에서 여러모로 삼성이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시달릴 고리가 깨진 점이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번 평결은 영업이익 등 측면에서도 호재다. KB투자증권이 7일 내놓은 보고서는 "2014년도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잠재적 훼손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평결은 삼성전자에 긍정적 뉴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글과의 협력이 굳건해졌다고만 이번 소송의 영향을 볼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로서는 구글이 주도한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대표해 애플과 일전을 벌인 것이나, 사실상 이번 소송은 생태계 소송의 본게임이었다기 보다는 대표적인 두 가지 OS(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스마트폰 단말기 양대 주자 간 전쟁이라는 성격이 더 강했다.
앞으로도 삼성이 안드로이드 폰의 발전에 일정한 역할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스마트폰의 생산과 판매 외에 생태계 주도 문제에서는 구글에 종속되기보다는 경쟁과 공존을 동시에 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너비 배분 틀 조성…생태계 새판쓰기 구도 형성에 이목 집중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홈 구축에서 파트너들을 널리 끌어들이기 위한 개방형 플랫폼 전략을 밝힌 바 있다. 가전은 물론 솔루션 업체도 가능하고, 미래에는 칩 단위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의 개방형 플랫폼을 들여다 보면 분야가 넓어 범위를 특정하기 어렵지만, 제품과 소프트웨어의 역량을 확대하는 기본틀을 구글이 아닌 삼성전자가 맡는 야심을 바탕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역시 지난달 30일 "애플과 구글은 서로 간 기기에서 앱 호환을 어렵게 만들어 앱간 연결성을 떨어뜨려 놓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 발언은 모바일 생태계의 새로운 발전 방향을 주문한 것인 동시에 새 환경에서 페이스북이 새로운 중심을 차지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특히 이는 구글이나 애플이 플랫폼을 개발하기는 했지만 주도권을 쥐는 것까지 당연시하지 않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다양한 모바일 기기와 플랫폼에서 사용 가능한 앱 제작 도구와 서비스가 발전할수록 삼성전자나 페이스북 같은 소비자 접점이 넓은 기업 쪽에 주도권이 넘어올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 간 2차 소송 평결은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삼성 측에 에너지 배분을 새롭게 할 쉬어갈 자리를 마련해 준 셈이다.
삼성전자가 애플에 끌려다니는 구도를 파괴함으로써 이 같은 생태계 주도권 문제의 새판 쓰기에 돌릴 여력을 더 높인 것으로, 그런 점에서 이번 평결은 큰 변곡점이 되기에 충분한 요소를 갖췄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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