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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파장문'의 진화, 갤럭시S5 특혜고시 논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4.04.11 11:58:40

[프라임경제] 기사의 작성 편의를 위해 취재원으로부터 언론사에 제공되는 '보도자료', 하지만 기자의 실수나 왜곡을 막기 위해 사실 설명에 초점을 두고 탄생한 초심(?)과 달리, 요즈음에는 아예 기업에 유리한 시각으로 작성돼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욱이 어느 정도 기사의 꼴을 갖춰 작성되어 오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기획기사처럼' 완성도 높은 수준을 보여주는 보도자료들이 더러 눈에 띄기도 합니다.

이런 '만들어 주기' 경향은 국회를 상대로도 벌어진다고 하는데요. 대기업에서 수시로 각 의원실에 법안 자료를 가져다 주는데, 당장 발의가 가능한 수준의 완성본도 간혹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 두 경우 모두 '반영 여부'는 물론 받아든 사람의 권한이지만, 전문적 내용에 약한 경우나 시간에 쫓기는 경우 등엔 '복사해 붙이기'의 유혹은 그만큼 강렬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교묘히 반영돼 있는 작성의도를 걸러내는 걸 포기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심박수를 잴 수 있는 센서가 탑재된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5'를 의료기기 관리대상 품목에서 제외하는 내용으로 개정한 고시를 공표했습니다. 그간 탑재는 돼 있었지만 꺼놓았던 심박센서를 조만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활성화하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뉴스에 흠이 나는 다른 뉴스가 나왔습니다.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삼성전자에 특혜를 주는 고시 개정 정황을 공개한 것입니다. 김 의원은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 등을 종합, 삼성전자가 갤럭시S5를 의료기기에서 제외하는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 개정안과 각종 규제 관련 내용을 담은 정책건의서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같은 고시 개정안 직접 전달은 삼성전자 '맞춤형' 고시 개정이라는 의혹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유리한 개정을 위해 기업이 나서는 일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또 전문적인 내용은 행정가나 정치인이 모두 알 수 없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춘 기업이 설명할 필요를 더 강하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불가피한 기업과의 협력 작업에도 어느 정도 한계는 필요하다는 비판도 만만찮습니다.

특히 삼성은 이미 노무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03년 2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산하기구인 경제연구소를 통해 '국정과제와 국가 운영에 관한 어젠다'라는 400여쪽 분량의 방대한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이 문서는 참여정부의 국정 방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삼성으로서는 원하는 바를 반영시키는 재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겠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시선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 지방 관아에는 고을 수령의 친척이 정문으로 드나들지 못하게 하는 관습이 있었고, 부득이 출입을 하는 경우 뒤편 담장을 좀 헐어 이쪽으로 들어오게 했습니다. 이를 '파장문'이라고 했는데, 삼성의 근래 행보는 어쩔 수 없이 파장문을 이용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정문보다 파장문이 더 크고 화려하게 보이는 상황이 아닐까요? 이런 문제가 하나씩 모여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효과를 굳힌다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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