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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법 발의 국면, 중간금융지주제 새삼 눈길?

'유인매력 부족'→'언젠가 가야 할 길' 인식변화 가능성 상승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4.04.09 14:46:26

[프라임경제] 삼성생명의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 보유를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복병이 될 전망이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가 '시장가격 기준'으로 총자산의 3%를 넘는 규모의 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최근 숨가쁘게 추진되고 있는 삼성 계열사들의 이합집산 과정에 돌발변수가 솟아오르면서 사안이 더욱 복잡해진 셈이다.

현행법은 보유한도 3%를 따질 때 취득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이에 따라 취득 후 지분 가치가 상승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데, 이는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과다하게 사들여 지배구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도구로 기능하는 문제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예전부터 있었다.

이번 개정안은 이 같은 '부당 지원'을 보험사가 고객의 돈으로 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취지를 짚은 것이라는 진단이 가능하다. 그러나 시장은 사실상 특정 보험사와 그 뒤의 그룹을 겨냥한 법, 즉 '삼성생명법'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파장이 큰 아이디어를 담은 안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자산의 3%인 4조8000여억원을 초과한 14조원가량의 계열사 주식을 팔아야 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자칫 삼성그룹 지배구조 전반에 진동이 올 수 있다.

한편 이 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삼성그룹의 상황상 앞으로 큰 각오를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에게 화학 및 건설,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에게 패션과 미디어(광고) 등을 몰아주는 분할 경영체제 시나리오가 그간 거론됐으나  이재용 부회장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근래 추진되고 있는 각종 작업 이상의 대수술 필요성이 거론돼 왔다.

이는 이 부회장이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이자, 지배구조의 키 역할을 하는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을 우회지분을 통해 쥐고 있기 때문인데, 3남매 간 지배구조를 논의하기에는 현재와 같은 복잡한 순환출자의 고리를 어떻게든 풀 필요가 있다. 더욱이 이번 법안처럼 이 같은 구조에 근본적인 '도발'이 계속된다면 삼성의 부담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기존 순환출자는 인정'으로 굳은 20조? 보험업법 개정안에 흔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던 경제민주화 핵심이었던 순환출자금지 법안이 최근 신규만 금지하고 기존 출자고리는 인정하는 방향으로 확정되면서, 삼성그룹은 큰 지출 부담에서 일단 벗어난 바 있다.

  이종걸 의원 등이 내놓은 보험법법 개정안은 결국 삼성이 지배구조 유지와 승계를 위해 지금보다 더 큰 지출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드러낸 것이다. 이번 안이 실제 통과되지 않더라도 그간 2% 부족한 시나리오로 생각돼 온 중간금융지주 아이디어 등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게 됐다는 풀이가 나온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삼성 본관. ⓒ 프라임경제  
이종걸 의원 등이 내놓은 보험법법 개정안은 결국 삼성이 지배구조 유지와 승계를 위해 지금보다 더 큰 지출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드러낸 것이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삼성 본관. ⓒ 프라임경제
지난 연말 CEO스코어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출자총액제한기업 집단으로 지정한 51개 그룹 중 순환출자고리가 있는 12개 그룹의 문제 해소 비용을 추산한 것을 참고하면, 이 같은 절충 조치로 삼성은 20조원가량의 경영권 방어 비용을 아끼게 됐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 논의돼 온 중간금융지주를 활용한 지배구조 개편에 삼성이 큰 매력을 못 느낄 것이라는 해석도 고개를 들었다. 지금의 틀을 갖고 가면서 법이 유리하게 개정되기를 기다리는 게 낫지, 중간금융지주 등을 활용하려 나설 동인(모멘텀)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험법업 개정안이 등장하면서 삼성의 기형적이라 할 만큼 복잡한 순환출자의 시스템은 어떤 형식으로든 손질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새삼 공감대를 얻게 됐다.

일단은 이번 개정안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고 해도 결국 유사한 '돌직구'가 반복될 수 있는 게 문제다. 일종의 물꼬가 터진 것을 따지면 삼성의 부담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간 거론됐던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환의 핵심은 삼성에버랜드가 지주회사가 돼 실질적인 지분율로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을 안정적으로 지배하는 것이었다. 몇 단계의 인적 분할 없이 지주회사 전환은 엄청난 자금이 소요될 것이라는 점이 관건이었다. 

따라서 향후 3~4년 기간을 정해놓고 단계별로 전환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점쳐져 왔다. 이 시나리오상 대강 얼개를 생각하고 이를 감안하면 이번 삼성생명에 대해 정치권이 내놓은 '5년 안에 초과 지분을 해소하라'는 구상의 시간표는 대체로 일치한다고 볼 수도 있다.

◆'에버랜드 지주화 구상, SDS 가치 상승론' 새삼 주목

이런 상황에서 과거 일각에서 나왔던, 장남인 이 부회장이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과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맞교환할 수 있다는 전망은 새삼 다시 눈길을 끈다.

장남인 이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팔아 삼성생명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이다. 이 회장 일가(이 회장 및 이 부회장 등 자녀들)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에버랜드에 현물출자하고, 유상증자에 참여해 에버랜드 지분을 크게 높이면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가운데 일부와 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지분을 맞교환하는 것이다.

물론 삼성SDS 지분 매각 등 추가 자금이 필요할 전망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높은 조달안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생명은 인적 분할로 금융지주(중간금융지주)를 만들고 삼성에버랜드에서 사들인 자사주 등을 지주사에 넘길 수 있다.

삼성SDS의 가치를 상승시켜 현물출자 용도로 사용, 지배력을 강화하는 문제는 이미 여러 번 언급돼 왔으나 이제 이 방안에 좀 더 무게를 실어야 할 시점이라는 게 시장의 견해다.

삼성SDS 지분은 이 부회장뿐만 아니라 부진·서현 두 딸도 각각 보유 중이라 이를 자금화하는 과정에서 삼성의 여러 사업에서 어느 부문을 누구 몫으로 할지 정리를 하는 문제도 자연히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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