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유럽중앙은행(ECB)의 스트레스 테스트 추진 기사에 유럽 증시가 하락 마감하는 등 시장은 불안감을 나타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유럽연합(EU)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어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 이후의 수순인 '은행동맹'이 잘 진행되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특히 유로존에서 가장 힘이 센 독일 등 각 주체들이 모두 은행동맹에 대해 제각기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 또 심각한 위기 국면에서는 은행동맹의 준비와 이를 위한 은행들의 건전성 강화 주문이 높았으나 현재 이것이 주춤하고 있다는 것 등도 거론된다.
하지만 드라기 총재의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 추진은 유로존의 현재 상황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자 지금이 아니면 시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시선을 모으고 있다.
◆유로존만 아직 침체, 무리한 추진 아니냐 의견도
현재 세계경제 상황을 보면 침체 늪에 빠져 일어서지 못하는 곳은 유로존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트레스 테스트를 무리하게 진행해 경제 활성화에 손상을 주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나올 여지가 있다. 지난 8월(이하 모두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나치게 은행의 자산건전성에만 집착할 경우 문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을 한 바 있다. FT는 "계속되는 경기침체 이후 유로존 은행들이 신규대출 대신 부채비율 감소에 더 집중하는 게 유럽 전체의 경제회복을 방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유로존의 현상황이 은행 기반을 다지는 노력을 밀어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풀이 역시 만만찮다. 즉 이 같은 노력의 크기에 대한 온도차만 존재할 뿐 대전제는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9월 하순 삼성경제연구소는 '유로존 위기 진단 및 당면과제' 보고서에서 "'치명적인 외상'에 해당하는 재정위기는 어느 정도 치유했으나, 보다 깊은 '내상'인 은행위기와 실물경제위기를 치유하려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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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의 은행들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앞둔 가운데, 이번 조치는 은행동맹 등의 수순이라는 의미 외에도 일본식 불황 등 가능성에 대비해서도 유용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 프라임경제 | ||
이어서 먼저 실물경제를 악화시키는 은행위기를 풀려면 은행 자본확충·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봤다. 이를 위해 선제적 체제정비와 은행 구조조정에 필요한 은행동맹의 진전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23일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유럽은 이미 일본식 디플레에 발을 들였다'는 기사를 내보냈는데, 이 같은 위험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 은행의 역할론과 그에 걸맞는 체력을 미리 준비해야 할 필요가 대두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선 일본식 디플레 경고…남유럽 은행 기업여신 위험 높은 건 사실
다른 기관 역시 이 같은 문제에 주목한다. 국제통화기금(IMF)는 9일자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남유럽 문제를 우려했다.
이 보고서는 남유럽 3개국의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여신 가운데 1/5 정도가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처할 수 있는 위험에 있다고 분석했다. IMF의 추정에 따르면 이탈리아가 가장 많은 1250억유로의 부실여신 손실이 우려되고, 스페인과 포르투갈도 각각 1040억유로, 200억유로의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이런 점은 ECB의 스트레스 테스트 대상에 16개의 스페인과 15개의 이탈리아 은행 등 남유럽 은행들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해 혹독하게 몰아붙이기에 시기가 적당치 않다는 지적도 유효하겠지만, 사실 그 필요성 역시 일정하게 성숙돼 있는 이중적인 상황과 기로에 유로존이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유럽은행감독청(EBA) 역시 나라마다 차이가 있던 '부실 채권'에 대한 기준을 통일하는 움직임을 이달 보였으며, 이처럼 엄격한 기준 손보기에 나선 것은 그간 국가간 자율 기준 등으로 맡겨놓은 성과가 좋지 않았다는 자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EBA는 두 차례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했었지만, 유로존 금융권의 신뢰 회복에 실패했다는 평이 우세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ECB가 이번에 스트레스 테스트 방법 등에 대해서는 EBA와 조율을 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빠듯하더라도 고삐를 죄어 일처리를 매듭짓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 것(아르도 한슨 ECB 정책위원 "모든 작업을 12개월 안에 끝내는 것은 야심찬 목표이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은 이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더 지체할 경우 위기 준비 기회를 영영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반영한 셈이다.
중국경제의 경착륙과 같은 글로벌 변수가 생기거나, 유럽에서 어떤 내부적 문제가 생기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큰 문제가 돌출한다면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에서, ECB의 지금 준비는 은행동맹의 추진이나 은행동맹이 유로존의 재정통합으로 가는 단추냐는 이상적인 화젯거리 측면 말고도 상당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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