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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탐방 42] 피해여성 자립 '휴먼스토리' 돕는 '소금꽃협동조합'

자존감 회복과 사회 적응 멘토링…안목과 정성의 디자인 목표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3.08.01 07:59:19

[프라임경제] "어떻게 제작된 명함인지 알기에 이 명함을 사용한다는 게 자랑스럽다(종이학 프로젝트 명함 사용 고객의 감사편지 중 일부)."

요즘 유행하는 키워드를 차용하자면 이 곳의 목표는 '힐링'이다. '디자인'을 통해(특히 경제적인) 자립을 유도하지만,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함께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2011년부터 구상과 준비를 한 끝에 탄생해 활동한 만큼, 의미있는 활동 사례들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분주한 활동 와중에도 지역사회로의 기여를 실천, 협동조합과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으면서 충남권의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등 이른바 사회(적)경제쪽의 의미있는 모델이 되고 있다.

소금꽃협동조합의 기원은 충남성평등교육문화센터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준혜 소금꽃협동조합 이사장이 김정희 전문디자이너와 남녀 양성이 평등한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함께 일하던 중 디자인을 통한 사회공헌조직을 구상하게 돼, 충남성평등교육문화센터의 사업단 형식으로 현재 조직의 시동을 걸었다.

이후 금년 2월7일에 협동조합 인가를 받고, 3월19일에는 '충남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서를 교부받았다.

디자인 통해 상처를 극복하고 여성일자리 창출

원래 공대 출신인 한 이사장이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디자인 아이템이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로 적합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 이사장은 "현재와 같은 고학력 추세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에게(특히 경력단절 이후 복귀하는 경우) 낮은 임금 수준, 서비스 업종에 국한돼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건 문제다. 여성의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낮게 머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런 문제 인식에서 한 이사장은 "우선 디자인도 (일종의) 지식기반 산업이기 때문에 사람에게 투자를 하는 게 중요하지 시설투자비가 많이 들지 않는다"면서 "현실적인 면에서 볼 때도 적은 비용으로 일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금꽃협동조합은 디자인을 매개로 사회와 소통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회적기업이다.충청남도 등 여러 홍보물을 제작의뢰받아 호평을 얻고 있다. = 임혜현 기자  
소금꽃협동조합은 디자인을 매개로 사회와 소통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회적기업이다.충청남도 등 여러 홍보물을 제작의뢰받아 호평을 얻고 있다. = 임혜현 기자

이는 특히 여성 일자리라는 측면에서 중요한데, 육아 문제에 있어 일과 양립이 힘든 상황에서 디자인을 익혀 놓으면 프리랜서 등으로 활약하거나 자기 일을 SOHO형식(개인사업)으로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반적인 여성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면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더욱이 성매매피해여성 등의 상처 치유와 자립의 도구로써도 디자인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소금꽃협동조합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종이학 프로젝트'는 일련의 과정을 포괄한다.

처음 성매매피해여성들의 자립 교육을 맡게 됐을 때 사실상 자포자기 상태라 집중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많았다는 한 이사장은 막상 디자인이 호구지책의 기술이 아닌, 꿈을 되찾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실감했다.

"명함 디자인을 예로 들어보자. 명함 샘플을 주고 (디자인을) 따라 작업해 보도록 하는 게 첫걸음이다. 그 다음에 '자기 명함'을 만들도록 해 본다. 그러면서 '내 꿈이 뭐였지?'라든지 '원래 이것이 되고 싶었는데' 등 자기 꿈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 다음 순서는 소금꽃협동조합에서 실제로 이들이 디자인한 명함을 실제 발주(주문)해 사용해 줄 고객을 찾는 단계다. 

◆고객들도 종이학 프로젝트 명함에 호평

소금꽃협동조합에서 종이학 프로젝트의 명함으로 실제 제작된 케이스는 7월말 현재 6건. '2% 부족한 명함을 제작해 드립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지만, 첫 작품이 나온 이래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얻고 있다.

과거의 상처를 딛고 디자인을 배운다는 새 꿈을 갖고 내놓는 작품인 만큼, 명함 하단에는 어떤 취지에서 주문, 제작된 명함인지와 디자인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작은 글씨로 설명이 들어간다(다만 성매매피해여성 등의 경우, 실명이 드러나면 곤란한 점이 있기 때문에 명함 하단에 디자이너 다인 등 별명으로 표기).

한 명함 고객의 평가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여성들의 노고, 그리고 이들의 멘토가 되어 준 소금꽃협동조합 디자이너들의 노력에 대해 적절히 요약하고 있다. "어떻게 제작된 명함인지 알기에 이 명함을 사용한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한 고객은 편지에서 표현했다.

   한준혜 소금꽃협동조합 이사장이 종이학 프로젝트를 통해 명함을 주문했던 고객이 보낸 편지를 소개하고 있다. = 임혜현 기자  
한준혜 소금꽃협동조합 이사장이 종이학 프로젝트를 통해 명함을 주문했던 고객이 보낸 편지를 소개하고 있다. = 임혜현 기자

지금은 2% 부족하다고, 또 아직 내놓을 성과물이 많지 않다고 스스로 낮추어 말하지만, 소금꽃협동조합의 목표는 단지 사회적기업, 사회경제의 활동 모델로서만이 아니라 디자인 기업으로서의 정체성 면에서 야무진 구석이 있다.

한 이사장은 "그런 사회와의 소통 의지를 갖고 여기까지 온 것이고, 디자인은 단순한 기술이기보다는 '안목'이고 '마인드'라고 생각한다. 생각과 표현을 어떻게 얼마나 끄집어 내는가가 관건이다"며 각오를 밝혔다.

이어 한 이사장은 "D에서 시작했지만, 단계를 밟아서 10년, 20년 뒤엔 고유의 디자인 영역에서 A를 차곡차곡 만들자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은 안목&마인드 '급해도 정성 제작' 호평

이런 각오 때문일까. 실제로 소금꽃협동조합의 디자인 솜씨는 사회적기업이니까 한 수 접어주고 주문하는 차원을 이미 극복하고 빠르게 인정받고 있다.

이들이 디자인에서 명성을 얻게 된 계기는 충청남도에서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등 사회경제 관련 책자, 팜플렛 등을 발주했을 때다. 짧은 기한에도 불구하고 사진 등 보완이 필요한 대목을 모두 추가로 요청, 확보하고 디자인을 해 담아낸 것.

한 이사장은 "아직까지는 못했지만, 일러스트레이션 등도 앞으로 기회가 되면 디자인을 할 때 넣도록 할 것이다"며 "앞으로 소금꽃만의 확고한 디자인 '스타일'을 만들고 싶다"는 꿈도 드러냈다.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등과 관련된 일을 하면 더 공을 들이게 되고, 뿌듯하다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회공헌을 하기도 한다.

위에서 소개한 소금꽃 프로젝트 외에도, 소금꽃협동조합은 재능기부 형태로 사회공헌을 하고 있다.

사회단체나 여성단체 등은 홍보물 제작 활동에서 열악한 경우가 많은데, 이 점에 착안한 것이다. 성매매피해여성 쉼터인 여신과 최근 활발히 활동 중인 공주여성인권센터 등의 단체에 홍보물 등을 무상 디자인해 주기도 했다.

사회단체 등에 재능기부, 지역사회에서 받은 만큼 환원 각오

거칠게 표현하면 '자리를 어느 정도 잡자마자부터' 사회에 기여하고 공헌하는 쪽으로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원래 구상 단계에서부터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었기도 하지만, 협동조합으로 또 사회적기업으로 인정받고 성장하는 동안에 받은 많은 도움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 이사장은 "충청남도의 경우 사회경제에 대한 지원의 기반이 잘 돼 있다. 특히 아산시의 경우 조례도 있고 관련부서가 따로 설치돼 있을 정도"라면서 "짧은 기간에 성장한 것은 이른바 '중간지원조직'이 잘 돼 있었던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소금꽃협동조합 구성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은 종이학 프로젝트 등을 통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여성들이 자존감을 회복하도록 하고 디자인 기능을 습득,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 임혜현 기자  
소금꽃협동조합 구성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은 종이학 프로젝트 등을 통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여성들이 자존감을 회복하도록 하고 디자인 기능을 습득,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 임혜현 기자
한 이사장은 "지원해 주고 상담과 이끌어 주는 점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면서 "사회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 중간지원센터가 정말 중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한 이사장은 "그래서 지역사회에 우리도 공헌을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기더라"면서 손을 내밀고 기다려 주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극복과 자립: 기다려 주고 손내밀어 '휴먼스토리' 쓸 수 있도록

한 이사장은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되, 특히 여러 문제로 상처입은 여성들이 자존감을 회복하고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엔 정말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치열한 경쟁 사회로 뛰어들 때 이들이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묵묵한 조력자 모델이 한 이사장이 생각하는 소금꽃협동조합의 역할이다.

한 이사장은 "누군가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기다려 줘야 한다. 그 역할을 우리가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일자리를 몇 자리 만드는지 등 수치상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정말 한 사람 한 사람이 상처와 과거를 딛고 휴먼스토리를 쓸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강조했다. "우리 디자이너들과의 교육성 일촌맺기 등 지원 활동도 생각 중이다"고 밝힌 한 이사장의 구상과 도전에는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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