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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노믹스 폭풍 앞 선별적 기업지원 없어 '발 동동'

금융기관 총동원 공산주의식 中 공세에 해운업 등 심각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3.07.08 09:56:30

[프라임경제] "출구전략은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말했다. 최소한 연내에는 출구전략을 실시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한 것. 이를 두고 영국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는 근래 출구전략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미 연방준비제도(통칭 Fed)와는 다른 행보라고 4일(이하 모두 현지시간) 밝혔다.

바야흐로 불황에 빠진지는 오래지만 미래는 좀처럼 예측하기 힘든 시기가 오래 펼쳐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고 보니, 미국의 경제 회복 관련 정책 카드(Fed의 출구전략 검토)보다 중국의 새 경제 정책, 이른바 '리커노믹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증권가 일각에서는 나오기도 한다.

중국의 새 정부는 금융기관까지 동원해 각종 기업의 구조 개편을 모색할 상황이다. 일명 '그림자금융'을 처리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 세간의 관심을 끈 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 주체들이 모두 중국발 쇼크 운운하며 불만을 토로했지만 리커노믹스 시스템에서는 이 같은 불평이나 각종 문제는 일단 감수한다는 기조가 확고한 것 같다.

공산주의식 경제 통제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과거 고도성장 과정에 공산주의를 사실상 포기하는 것으로 보였던 중국 집권당이 전혀 내심에 변화가 없는 게 아니냐는 풀이마저 나온다.

리커노믹스 윤곽, 경착륙은 없겠지만 '파장 우려'

중국의 기업 구조 재편에 금융기관이 동원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5일 보도했다. 일부 기업이 설비 과잉 투자로 어려움을 겪다 문을 닫는 등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이날 중국 국무원은 성명을 내고 고부가가치 제조업을 키워 경제 균형을 맞추는 정부 목표에 금융 기관을 동원하는 내용의 계획을 발표했다. 성명은 "중국 정부는 다양한 산업 상황에 기반을 두고 차별화된 정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구체안을 살펴보면 무능한 기업을 솎아내는 정도의 소극적 조치에 초점이 있지 않다. 중국 정부는 경쟁력 있는 상품을 지닌 기업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신용을 보장해 줄 계획인데 여기에 강세가 있다는 풀이다.

정부가 외환보유고를 활용해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 증권사들의 정보 취합 및 분석 연구는 이 같은 리커노믹스로 중국이 경착륙을 할 가능성은 적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같은 기조라면 경착륙을 하지 않아도 주변국에 미칠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환율전쟁'이 주변국에 미치는 '근린 궁핍화'에 버금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좀비기업' 양산 日 지원 답습 안 되겠지만 선별적 지원 필요 높아

   해운, 건설 등에서 선별적 자금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일명 리커노믹스 공세 중 한 방안으로 금융기관을 동원한 기업 경쟁력 강화 및 선별 작업을 펼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우리 정책 당국도 빠른 수단 강구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프라임경제  
해운, 건설 등에서 선별적 자금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일명 리커노믹스 공세 중 한 방안으로 금융기관을 동원한 기업 경쟁력 강화 및 선별 작업을 펼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우리 정책 당국도 빠른 수단 강구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프라임경제
이런 상황에 우리나라의 한계기업 지원이 경제 사정의 위급함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우선 건설업의 불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니 차치하고라도, 해운의 경우도 업황 전반에 주름이 깊게 지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일하고 있는 양종서 박사는 '국내 해운·조선산업 현황과 선박금융 지원 동향'에서 현재 해운 및 조선시장 침체는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되다가 2015년에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 박사는 또 세계 선박금융 대출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크게 축소되고 있지만 아시아계 은행들의 확대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운과 건설 등 한계업종에 대한 지원 필요성이 비등점에 달한 셈이다. 물론 잘못된 지원으로 도태될 기업이 살아남는 이른바 '좀비기업' 문제에 대한 우려도 높기는 하다. 일본은 1990년대 신용보증 확대 등을 통해 부실 중소기업 보호에 나서면서 좀비기업이 양산되고, 경제 활력이 저하돼 '잃어버린 20년'의 늪에 빠졌기 때문에 이 사례를 경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마련돼 있는 조치조차도 빠르게 집행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비판 또한 나온다. 이미 선박금융 등 조선·해운업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이 있음에도 선별 문제 등으로 시간을 소모,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정부는 조선·해운·건설업 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2001년 도입됐던 회사채 신속인수제나 채권시장안정펀드와 담보부사채 활성화 및 영구채 발행 활성화 등 여러 회사채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컨대 시행의 '의지' 문제를 시장에 보여주는 데서 당국이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회사채·영구채 및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 등은 당국의 결단만 있으면 당장 시행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해운 분야에서는 특별한 기구 설립으로 정부 부담 경감 아이디어도

물론 당국으로서도 현재 세수 확보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고, 전체 경제 그림을 봐야 하기 때문에 급하게 큰 돈이 들어갈 방안을 우선적으로 내세울 수는 없다. 또 정 산업 영역들을 위한 회사채 지원 방안 등을 선택하기 난감할 수 있다. 이 카드를 써 버리고 나면 다음 문제 국면에서 쓸 실탄이 마땅찮다는 문제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상황에 특히 해운업의 경우, 이윤재 한국선주협회장을 비롯한 80여명의 외항해운업계 사장단이 연말까지 2조원 규모의 해운업 보증기금을 설립하자고 뜻을 모은 점은 시사점이 크다. 이들은 조만간 업계 공식 건의안을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우영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소속)는 '해운보증기금과 선박금융공사의 비교'에서 "현시점에선 별도의 해운보증기금을 설립해 해운업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고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선박금융공사와 해양금융공사 등 해운업 지원 형태가 재원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비판론이다. 정 변호사는 "선박금융공사와 해양금융공사는 2조~3조원에 달하는 재원을 정부가 전부 출자하는 형태"라며 "해당 기관이 대출업무 등을 직접 수행하면, 별도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재원이 단기간 내 소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신에 해운보증기금의 경우 톤(t)세를 적용해 마련될 재원과 대량 화주, 각 해운사 출연금 등을 정부 출연금에 더하는 식으로 공적 자금을 마련할 때 지속가능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어떤 정책이든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전기정 해양수산부 국장은 지난달 28일 세미나에 참석한 자리에서 "해운보증기금 설립 논의가 8월 초쯤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좀 더 서둘러야 한다는 당부가 나오는 대목이다.

P-CBO나 해운보증기금 등 어떤 형태로든 정책적으로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시장이 불황에 느끼는 피로감, 또 리커노믹스의 시장자본주의 기본을 넘어선 형태의 공세 앞에서 받을 공포감을 제어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감안하면 지금의 한계업종, 한계기업 지원은 좀 더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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