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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마을기업'의 원조, 대동회를 아십니까?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3.07.08 08:36:18

[프라임경제] 경기도 고양시라고 하면 일산 신도시만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고양시는 올해 '600주년'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며 자부심 또한 대단합니다. 중국에서 오는 사신들을 영접했던 벽제관(일종의 관용 호텔)의 터가 남아 있고 향교 터가 있는 등 오래 전부터 지역민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데요.

그런 오랜 역사를 입증하는 좋은 예 중 하나로 바로 이 사진에서 보는 대동회 같은 자치 조직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벽제관 유적지 근처의 고양대동회. 이 같은 조직이 아직 남아있다면 상당히 오래 전부터 자연발생적으로 사람들이 모여살았고 지역적 유대감이 아직 강하게 남은 곳이라고 볼 수 있다. = 임혜현 기자  
벽제관 유적지 근처의 고양대동회. 이 같은 조직이 아직 남아있다면 상당히 오래 전부터 자연발생적으로 사람들이 모여살았고 지역적 유대감이 아직 강하게 남은 곳이라고 볼 수 있다. = 임혜현 기자

대동회는 마을의 주민들이 함께 좋은 일, 혹은 흉사를 치르고 공동 작업을 하는 것을 의논하는 등 여러 동네 일을 하기 위해 마련된 것인데요. 관청에서 향약 등으로 조직화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필요에 의해 자생적으로 생긴 경우가 많습니다.

또 공동의 일을 처리하는 비용 조달, 혹은 초상이나 결혼 등을 돕기 위해 일정한 자금 필요성이 있었는데요. 그래서 동네에 자치적인 동 조직이 있고(행정구역상 단위인 동과는 다름), 그 동 산하에 땅이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일제시대에 토지 정리를 할 때 난감해진 것이 바로 이 같은 동네 소유의 토지였는데요. 원래 행정법 논리상으로는 동에서 땅을 갖고 있다고 하면 관급지로 생각하기 쉽고 실제로 이런 땅 중 상당수가 몇 차례 정리를 통해 관청 소유로 일원화된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이미 얘기했듯 동네에서 자치조직인 동이 용돈을 벌기 위해 땅을 갖고 있는 것과 행정조직인 동에 땅이 속한 것은 다르기 때문에 이 같은 처리에 불만이 컸고, 법원으로 가져가 판단을 받아보자는 쪽으로 문제가 커졌는데요.

그래서 판례는 '비법인사단'이라는 개념을 이 동, 대동회 등 명칭을 불문하고 자치조직에 적용해 문제를 정리했습니다. 사단이나 재단도 대표자 또는 관리인이 있으면 민사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으므로 자연부락(부락은 일제시대에 우리 민족 비하 발언으로 자연발생한 마을에 사용했지만 원래 천민이 사는 곳을 말하는 일본식 표현)이 그 부락 주민을 구성원으로 하여 고유 목적을 가지고 의사결정기관과 집행기관인 대표자를 두어 독자적인 활동을 하는 사회조직체라면 당사자능력을 가진다고 할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다만 이제는 사람들이 이사를 하고 직장을 옮기는 등으로 농경사회처럼 지역에 그다지 메이지 않는 시대라, 이런 리 혹은 대동회에 땅이 속하는가 여부를 치열하게 다투는 사례도 많지 않습니다. 최근 사례로는 2010년 11월에 전라남도 나주군의 한 마을이 행정동의 리가 아니라 자치조직 리가 가진 땅인데 왜 군에 귀속했는가 따져서 이긴 바 있습니다(광주지방법원 하급심).

이렇게 땅을 가지고 돈을 벌어 그 자금으로 동네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려던 대동회. 대동회 조직은 오늘날에는 거의 사라졌지만 대신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이 활성화되면서 지역의 경제 공동체, 사회적 목적 달성이라는 정신은 계승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과거의 대동회 등을 다룬 판례는 협동조합 관련 법률 체계가 더 정교화되기 전까지 상당 부분 관심을 갖고 참고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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