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해 가을, 금융감독원과 은행업계가 은행 용어를 대대적으로 손본다고 해서 관심을 모은 바 있습니다. 어려운 은행 용어를 쉽게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금융상품 판매 업무관행 절차 개선안'이 마련된 것인데요.
예를 들어 '수표 자금화'는 '수표 현금화'로, '당/타발 송금'이 '해외로 외화송금/해외로부터 외화송금'으로 고치는 식입니다.
이는 단순히 '쉽게만' 바꾸는 것만은 아니었다는 게 과정을 지켜본 기자의 소감입니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사례들은 한자어라서 은행 업무를 잘 모르는 문외한도 이해가 가능하겠지만, 저렇게 변경하는 것이 훨씬 더 쉽게 와 닿을 수 있고 그래서 바람직한 경우입니다.
정작 '금융 문맹'을 일으키는, 소비자의 권익을 해치는 경우는 이런 한자어 남발 정도가 아니라 지금 말씀드리는 이런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그 부분이 개선이 돼 의미가 있었던 것이지요.
예를 들어, 은행계에서는 오래도록 '현찰 매도율'과 '전신환 매입률' 같은 용어를 써 왔습니다. 그런데, 이는 지난 가을 개편안에서 '고객이 외화현찰을 살 때 환율'과 '고객이 외화전신환을 팔 때 환율'로 개선하기로 얘기가 정리됐습니다.
즉 철저히 은행 입장에서 정리된 용어라서 아무리 일반 교양 차원의 한자어 자식을 동원해 추측을 해도, 답이 거꾸로 나오는 건데요. 은행이 보기에야 자신이 외화현찰을 파는 것이니 매도율이지, 고객 입장에서는 "내가 사는 건데 왜 매도율일까"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었죠.
이렇게 '은행 중심의 철학'으로 용어를 만들고 그 용어를 고객에게 받아들이게끔 강요까지 하는가에 따라 양산된 금융 문맹이 그간 얼마였을지 생각하면 개편이 시작된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그런 한편으로 이런 상상도 해 봅니다. 지난해 봄에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기존 금융상품과 서비스가 고객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점검하고 개선해 달라고 주문하지 않았으면, 수십년째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로 안 고쳤을 것 아닌가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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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중반 남성 직장인의 소득공제 정산 후 환급 결과. 숫자가 음으로 표시돼 있어 돌려받은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이 직장인의 경우 근무를 한 기간이 짧아 수령 총액 자체가 적은데다 부양가족 등도 없어 환급액이 적게 정산된 실무 사례다. | ||
요새 한창 신청 작업이 진행 중인데요, 처음 소득공제를 신청하는 새내기 직장인들에게 일러줘야 하는 게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아직 급여를 받은 총액이 얼마 안 되니 아마 환급받을 액수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점. 둘째, 표를 나중에 받으면 플러스라고 좋아하지 말고 마이너스라고 슬퍼하지 말 것.
그렇습니다. 바로 이 환급금의 규모를 볼 적에 앞에 붙는 부호가 돌려주는 세무 당국의 입장에서 음과 양으로 표시되는데요. 이와 관련해 포털사이트들의 질문과 응답 코너들을 보면 이에 대한 혼동을 일으키는 사람들도 매년 줄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 보시는 것과 같이 실제 환급금 케이스와 같이 용어가 옆에 있어 눈치가 빠른 분들은 '당국 입장에서' 음과 양을 보는 게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은행계의 용어 개편 과정을 보노라니, 어떻게 보면 저 서식에 용어 하나만 살짝 바꾸면 기분좋게 그리고 쉽게 이번에 내 주머니에 플러스될 돈이 얼마인지 바로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국세청에서 근래 소비자 중심으로 쉽게 간편하게 행정서비스를 접할 수 있는 시도를 많이 진행해 왔는데, 이런 작은 부분이지만 누구 중심으로 말을 만들고 쓰는지 같은 부분에서 새 시도를 한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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