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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소득공제, 그냥 표시법 바꿔주면 안 되나요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3.01.24 08:28:21

[프라임경제] 지난해 가을, 금융감독원과 은행업계가 은행 용어를 대대적으로 손본다고 해서 관심을 모은 바 있습니다. 어려운 은행 용어를 쉽게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금융상품 판매 업무관행 절차 개선안'이 마련된 것인데요. 

예를 들어 '수표 자금화'는 '수표 현금화'로, '당/타발 송금'이 '해외로 외화송금/해외로부터 외화송금'으로 고치는 식입니다.

이는 단순히 '쉽게만' 바꾸는 것만은 아니었다는 게 과정을 지켜본 기자의 소감입니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사례들은 한자어라서 은행 업무를 잘 모르는 문외한도 이해가 가능하겠지만, 저렇게 변경하는 것이 훨씬 더 쉽게 와 닿을 수 있고 그래서 바람직한 경우입니다.

정작 '금융 문맹'을 일으키는, 소비자의 권익을 해치는 경우는 이런 한자어 남발 정도가 아니라 지금 말씀드리는 이런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그 부분이 개선이 돼 의미가 있었던 것이지요.

예를 들어, 은행계에서는 오래도록 '현찰 매도율'과 '전신환 매입률' 같은 용어를 써 왔습니다. 그런데, 이는 지난 가을 개편안에서 '고객이 외화현찰을 살 때 환율'과 '고객이 외화전신환을 팔 때 환율'로 개선하기로 얘기가 정리됐습니다.

즉 철저히 은행 입장에서 정리된 용어라서 아무리 일반 교양 차원의 한자어 자식을 동원해 추측을 해도, 답이 거꾸로 나오는 건데요. 은행이 보기에야 자신이 외화현찰을 파는 것이니 매도율이지, 고객 입장에서는 "내가 사는 건데 왜 매도율일까"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었죠.

이렇게 '은행 중심의 철학'으로 용어를 만들고 그 용어를 고객에게 받아들이게끔 강요까지 하는가에 따라 양산된 금융 문맹이 그간 얼마였을지 생각하면 개편이 시작된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그런 한편으로 이런 상상도 해 봅니다. 지난해 봄에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기존 금융상품과 서비스가 고객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점검하고 개선해 달라고 주문하지 않았으면, 수십년째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로 안 고쳤을 것 아닌가 하구요.

     
   
20대 중반 남성 직장인의 소득공제 정산 후 환급 결과. 숫자가 음으로 표시돼 있어 돌려받은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이 직장인의 경우 근무를 한 기간이 짧아 수령 총액 자체가 적은데다 부양가족 등도 없어 환급액이 적게 정산된 실무 사례다.
이번에 거창하게 철학 운운하며 은행계의 용어 개혁 사례를 먼저 언급한 것은 '13월의 급여' 소득공제의 철이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요새 한창 신청 작업이 진행 중인데요, 처음 소득공제를 신청하는 새내기 직장인들에게 일러줘야 하는 게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아직 급여를 받은 총액이 얼마 안 되니 아마 환급받을 액수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점. 둘째, 표를 나중에 받으면 플러스라고 좋아하지 말고 마이너스라고 슬퍼하지 말 것.

그렇습니다. 바로 이 환급금의 규모를 볼 적에 앞에 붙는 부호가 돌려주는 세무 당국의 입장에서 음과 양으로 표시되는데요. 이와 관련해 포털사이트들의 질문과 응답 코너들을 보면 이에 대한 혼동을 일으키는 사람들도 매년 줄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 보시는 것과 같이 실제 환급금 케이스와 같이 용어가 옆에 있어 눈치가 빠른 분들은 '당국 입장에서' 음과 양을 보는 게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은행계의 용어 개편 과정을 보노라니, 어떻게 보면 저 서식에 용어 하나만 살짝 바꾸면 기분좋게 그리고 쉽게 이번에 내 주머니에 플러스될 돈이 얼마인지 바로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국세청에서 근래 소비자 중심으로 쉽게 간편하게 행정서비스를 접할 수 있는 시도를 많이 진행해 왔는데, 이런 작은 부분이지만 누구 중심으로 말을 만들고 쓰는지 같은 부분에서 새 시도를 한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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