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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시장, 은행 대 보험 크로스 펀치 눈길

저금리·제도개편 등 지형 변화 와중 '물고 물리기'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3.01.23 09:27:04

[프라임경제] 연금 영역에서 은행권과 보험계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저금리시대 도래, 세제 변경 등 각종 대형 이슈 속에서 제때 호기를 잡는 쪽이 강세를 보이면서 접전 중이라 영업에는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는 점이 다시금 확인되고 있다.

즉시연금 돌풍에 살 깎이는 은행 '방카슈랑스라도…'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이 변경되고 즉시연금 비과세 조건이 새로 발표되면서 보험계는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17일 발표된 세법개정안 시행령에 따라 다음 달 15일부터 상속형 즉시연금은 가입액 2억원까지만 비과세가 허용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절판 마케팅'에 솔깃해했기 때문. 하지만 '일단 목돈을 넣어 두고 살아 있는 동안 이자를 받아 생활하고 자신이 사망하면 원금을 배우자나 자녀에게 물려주는' 구조의 즉시연금으로 돈이 쏠리면서 은행권이 일단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만기도래 정기예금이 615조2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1조7000억원 감소했다"고 한다. 특히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 직전인 12월 중에만 9조4000억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부터 금융소득 2000만원 초과분은 종합소득에 합산돼 누진세율이 적용돼 정기예금 매력이 반감된 데다, 절세에 유리한 상품이 부각되면서 이동한 자금이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은 이 와중에 은행 창구에서 보험을 파는 방카슈랑스 실적을 올리면서 이 같은 출혈을 조금이나마 상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4대 은행이 이달 중순까지 판매한 방카슈랑스는 5000억원이 넘는 등 은행들로서는 자금이 빠져나가는 타격 와중에서도 방카슈랑스 수수료 거둬들이기에 힘을 쏟고 있다.

퇴직연금은 영업력과 금융그룹 뒷배 덕에 은행이 역전

하지만 은행들로서도 손을 놓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의 강세가 계속될 것 같았던 퇴직연금 시장에서 은행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전체 시장 크기의 절반을 넘어섰다는 것.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1월 말 현재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57조6247억원으로 이중 은행권의 적립금 규모가 28조9805억원(50.3%)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약진은 은행권이 강한 영업력을 배경으로 시장에 적극적으로 파고든 데다, 시중금리 하락이라는 배경 조건 속에서 증권계가 실적배당형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분으로 약진하는 등 보험계의 시장 장악 능력에 양쪽에서 공격이 일어난 여파로 읽힌다.

그런데 일단 이런 경향이 발생하면 당분간 은행쪽이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판세에 변화가 생기면 중소형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시장에서 발을 빼는 등(일정 이상 규모의 자산을 유지해야 수익이 날 수 있으므로) 시장은 점점 대형사 위주로 재편될 수 있고, 이는 다시 금융그룹간 경쟁 구도로 상황이 재해석되는 순환 구조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금융그룹 중심으로 경쟁이 붙는 경우 같은 계열사에서는 은행쪽으로 퇴직연금을 몰아주는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부 금융지주 산하 보험사들이 계열인 은행을 의식, 퇴직연금쪽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추세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으로 장담할 수는 없다. 퇴직연금 등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세제혜택 확대와 함께 사전확정형(DB형)보다 확정기여형(DC형)으로의 유도를 위한 제도적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일각에서 꾸준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또 한 번 제도 개편이 현실화된다면 업권별 퇴직연금 특색에 따라 수혜층이 다시 이동할 수 있다(은행은 예금상품을 다루며, 안정성과 접근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보험은 보장성이 강하며 증권은 운용능력으로 수익률이 높음). 

저금리와 저성장이라는 '뉴노멀 악재' 속에서 은행권과 보험계의 치열한 경쟁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새 환경과 지형에서 살아남고 이익을 더 걷어들이기 위한 선의의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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