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대선 정국, 한국은행 관련 관전포인트 셋

감독시스템 개편으로 금융위 등과 충돌 상황 개선 가능성↑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2.11.05 15:15:30

[프라임경제] "금융위원회, 없어지거나 오히려 더 커지거나?"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금융감독 시스템 개편론이 캠프별로 피어오르면서 금융위가 가장 시선을 끌고 있다. 어느 캠프가 청와대의 주인이 되느냐에 따라 부처 존폐가 엇갈리는 등 가장 많이 바람을 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 못지 않게 주목할 곳이 있다. 바로 그간 '팔 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을 강조해 온 한국은행. △자주성 △자율성 △중립성을 가지고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9월 출입기자단 인천연수원 초청 간담회)을 천명해 온 한국은행이지만 이번에 어떤 캠프에서 당선되든 변화하는 국면 그 자체보다는 관련 법 개정 추진 등 여러 상황이 빚는 시너지 효과로 폭이 크든 작든 한층 위상이 제고될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김중수 총재는 이미 지난 9월 기준금리 결정 외에 "지난해 '한국은행법’이 개정되면서 할 수 있는 (통화정책) 수단들이 많이 늘었다"는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위의 팔 길이 원칙이 함께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풀이됐지만, 현재 박근혜-문재인-안철수 3인 각축전 구도 속에서 다양한 금융 관련 정책들이 부상하면서 되짚어볼 만한 부분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금융안정 기능을 앞세워 '공동검사' 등 한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별다른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존재해 왔다. 한국은행에 단독조사권을 부여하는 법 개정안 조항을 놓고 신경전이 있었지만 결국 이 조항은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고 공동검사 착수 강제 조항이 등장했다. 또 지급준비금 부과 방법을 놓고 정부와 한국은행, 은행권이 이해다툼을 벌였고, 금융채가 일단 지준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는 방향으로 흐른 바도 있다. 더욱이 그 과정에서 은행연합회에서 지준 문제를 놓고 '꺾기(구속성 예금)'에 비유하기까지 하는 등 강한 반발을 보여 사실상 한국은행의 입장이 밀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 상황이었다.

다시 법 개정 추진 국면, 이번에는 재정부-금융위 견제 '원포인트 개정론'

하지만 김 총재가 반년여가 지난 뒤 통화정책 수단이 많이 늘었다며 자신감을 피력한 것은 일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수단을 적극, 주도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가까울 수록 상황은 한국은행이 공세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9월에 낸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보면 '중앙은행, 금융안정 책무가 부여돼야 할 중요기관'이라는 표현이 나와 '금융위원회 견제론'을 사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 여지를 낳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한국은행의 금융안정기능이 금융위와 충돌을 빚을 수  있다는 '규정 해석 문제'가 부각된 점도 상황이 한국은행쪽에 나쁘지 않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0월에 금융위 부위원장과 기획재정부 차관의 '열석발언권'을 견제하는 법안이 제출된 점도 눈길을 끈다. 제안이유 등을 종합하면 이는 금융위 뿐만 아니라 기재부쪽까지도 모두 견제하도록 '독립성 강화'에 무게를 실어주려는 안으로 받아들여진다.

朴-文-安 어느 쪽 돼도 한국은행으로서는 독립성 강화 보장 기회 가능성

이런 상황은 한국은행 입장에서 보면 특히 무소속인 안 후보 진영의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가장 파급력이 클 가능성이 있다. 안 후보측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금융감독 시스템 기획 구상을 밝히면서 "현재 금융시장감독원의 수장, 금융건전성감독원의 수장, 한국은행의 수장, 기재부의 수장이 구체적인 틀 없이 협의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새로 등장할 금융안정위원회는) 이들이 공식적으로 모여 전체 금융산업과 금융시장, 정책의 거시적 안정성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로 규정할 뜻을 밝혔다.

과거와 같은 정부 예속성으로의 회귀 가능성이나 권한 침해 논란보다는 한층 독립성이 보장되는 상황으로 갈 수 있는 여지가 명시될 전망이다.

   
금융감독 시스템 개혁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일종의 어부지리로 한국은행에 힘은 제대로 실리지 않은 상황에서 역할만 많이 주어진다는 그간의 논란이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 명동 한국은행.

민주통합당쪽 어젠다도 한국은행에 나쁘지 않다. 정책과 감독을 분리하겠다는 구상이어서 일각에서 과거부터 논의되어 온 '쌍봉형 감독형'을 얼만큼 닮게 될지가 관건이다. 영국 금융감독청(FSA) 개편 과정, 특히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에 일부 권한 이양이 논의된 모델로 우리도 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새누리당의 현재 상황은 금융위가 권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갈(이른바 금융부 시나리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개편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이다. 역설적으로, 관련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손보는 경우 한국은행의 입지가 강해질 틈새시장이 있는 셈이다.

2월 통화정책국 탄생 효과 볼까?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가깝게는 야권 단일화 상황, 더 멀게는 정치적 이벤트인 대선이 끝날 무렵까지 한국은행이 어느 정도의 '최적화 상황'을 보여주는가에 따라서 개편의 수혜폭 크기도 달라질 여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가장 큰 준비 작업은 이미 연초(2월) 이뤄진 한국은행 조직 개편 상황이었다는 평가다. 새 상황에 적절한 '선제적 개편'이었는가 특히 주목 대상이 되는 대목은 금융시장국이 분화 이전으로 돌아가게 된 대목이다.

기재부의 기능 개편과 금융위 강화 상황 등 여러 흐름, 특히 이번 정권 출범 이후 등에서 한국은행에서는 금융시장국이 금융시장 리스크 관리와 관련해 주목받아 왔다. 금융시장국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의결한 통화정책을 직접 집행하는 공개시장조작을 포함해 통화, 단기자금, 채권, 주식 등 국내 금융시장의 일거수 일투족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부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조직이 근래 통화정책을 총괄하던 정책기획국과 합쳐져(통화정책국) 1998년 법 개정 이전 자금부와 유사한 모습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는 공개시장, 지급준비제도, 재할인제도 등 정책수단 운영과 금융시장 분석 등이 하나의 뇌에서 이뤄지면서 '정책의 결정 후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달 말, LG경제연구원이 한국은행 통화정책에 냉정한 평가를 담은 보고서를 낸 바 있는 등 한국은행에 대해서도 시장의 평가가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그간 많은 역할을 떠안으면서 실상 독립성과 권한 면에서 적잖이 속을 끓여온 상황을 겹쳐 보면, 근래 진행돼 온 여러 개편 욕구 표출과 정치권에서 한국은행 관련 논의들이 무르익는 과정은 공론화의 필요성만큼은 담보돼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선 국면에서 금융감독 시스템과 맞물리면서 한국은행 위상과 역할론이 같이 조율될 가능성이 열린 점은 일정 부분 '어부지리'면도 있으나 시의적절하다는 점을 전적으로 부인하기는 어렵다. 통화정책 방향성이 없다는 일부 평가를 극복하고 힘을 더 얻어낼 당위성쪽으로 공감대가 형성될지 주목된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