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종교단체나 공익단체에 이자를 기부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등장했는데, 2% 부족한 운용 방식으로 발길을 돌리게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053000)은 후원종교단체에 고객 명의로 세후이자를 자동으로 기부할 수 있는‘우리사랑나누미(美)’ 금융상품 4종세트를 개발, 판매해 왔다.
당초 후원종교단체에 기부가 가능한 △우리사랑나누미통장(개인용) △우리사랑나누미적금 △우리사랑나누미정기예금 세 가지와 기부금 집금 및 관리가 가능한 △종교단체전용 우리사랑나누미통장(단체용)으로 탄생했다.
이 패키지 상품들의 특징은 후원하는 종교단체에 세후 우대지급이자를 고객명의로 자동 기부하는 데 있다.
그러다가 이달 들어(지난 7일), 우리은행은 예금이자를 종교단체 외에도 공익단체·공공기관 등 지정·법정기부금 단체까지 대폭 확대한다고 선언했다. 기부 대상 단체의 범위 확대의 변을 들어보자.
임영학 우리은행 상품개발부장은 “우리사랑나누미 패키지는 고객의 니즈에 맞는 다양한 부가 서비스와 함께 기부를 동시에 실천하는 상품”이라며 “단순한 소비가 아닌 나눔을 실천하고 사회에 환원하는 공익적인 상품개발에 앞장 서겠다”고 밝혔다.
◆막상 가입 진행해 보니 ‘당혹’

우리은행이 야심차게 내놓은 기부상품인 사랑나누미 패키지가 가입불편으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이런 업그레이드 내지 리뉴얼 때문일까? 이 상품은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게 우리은행의 주장이다. 지난 3월19일 출시한 이래 5월3일 기준 2만7100건에 375억원의 판매고를 보이고 있다고 우리은행은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 가입을 하려 하니, 불편한 점이 눈에 띄었다.
절차를 진행하던 서울 여의도 소재 모 지점의 행원은, 계좌 번호를 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다른 업무를 보려고 들렀다 우연히 리플렛을 본 고객이나 다른 상품을 가입하러 왔다가 이 상품을 알게 된 경우 등에는 후원받을 종교단체의 정확한 명칭까지는 몰라도, 계좌번호를 알고 있을 리 없다. 무신앙인 기자는 “그냥 어느 종교 단체를 지정하면 알아서 좋은 데 쓰지 않겠냐고 생각해서 그냥 왔는데”라고 말을 흐릴 수밖에 없었다.
절차를 진행하다 뜻하지 않은 장애물을 만난 기자는, 마침 창구 앞에 놓인 구세군 동전단지(기부금을 받기 위해 큰 동전저금통이 창구마다 있음)에 눈길이 갔다.
여기에 적힌 우리은행 계좌번호를 의기양양하게 적기로 한 기자. 하지만 이 경우도 문제에 봉착했다.
두번째 문제는 이렇다. 구세군으로 기부금이 전달되는 우리은행 번호를 적자(142-159080-13-122), 행원이 입력을 시도했으나, 아무래도 안 된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추측하기로는 이 계좌는 우리은행에서 구세군에 동전을 모아 전달하는 캠페인을 하면서, 별도로 계좌로 입금을 하는 고객들을 위해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즉 구세군쪽으로 자금이 갈 수 있는 통장번호인 건 맞지만 명의주가 구세군이 아닐 것이라는 이야기다.
결론적으로, 후원을 주고 싶은 단체의 △정확한 명칭과 △계좌번호 내지 사업자번호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객관식은 왜 준비 안 했나? 우리은행 아닌 타은행 계좌면 안된다?
다른 방식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 기자는 다시 객관식처럼, 예를 들어 천주교나 원불교 등으로 몇 개 보기를 설정해 놓고 계좌를 자동입력하게 한 건 없냐고 확인했지만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결국 일단 계좌를 만들어 줄 테니, 지정에 대해서는 다음에 우리은행 어느 점포를 방문하든 한 번 추가 절차를 밟으라는 타협안이 나왔다. 다음에 확인해 올 사항 즉 명칭, 사업자번호 내지 계좌번호라는 걸 메모한 기자는 “우리은행이 아니라, 다른 은행, 예를 들어 국민은행 ○○○-○○○○○-○○○ 이런 번호를 받아와도 처리되는 것이 맞느냐?”라고 문의했다.
지정단체 내지 법정단체라 해도 규모가 상대적으로 일반 기업보다 작은 경우가 많고 회계의 구성에서 여러 은행들의 계좌를 열고 관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사회공헌 관련 기사를 쓰면서 귀동냥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행원의 설명으로는 “아마 안 될 것”이라고 한다. 전산에 입력을 하는 란에 보니, 사업자번호를 넣거나 계좌번호를 넣을 수 있는데, 계좌에 다른 은행을 택할 수 있는 칸이 없다고 한다. 즉 우리은행에서 종교 내지 법정기부단체나 공공기관이 통장을 열고 타은행이 아닌 그 번호를 받아와야 된다는 설명이 된다.
결국 이런 여러 장애물들을 모두 넘어야 이자를 떼어내 기부를 할 수 있다는 소리가 된다.
기자는 100만원권 타행(신한은행) 수표를 갖고 갔는데, 이런 경우 일단 ‘현금화(타행 수표를 들고 간 경우 입금 후 자유롭게 인출할 수 있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을 말함)’ 문제로 그냥 전액을 넣으라는 쪽으로 권유를 받게 마련이다(수수료 등으로 문제가 됨). 일단 적금에 자동인출 경로도 정할 겸, 보통예금통장을 하나 더 만들어 전액 넣어놨다가 내일쯤 일부분 인출하자는 가벼운 생각에 막상 사랑나누미의 적금과 보통예금통장 두 개를 만들게 됐는데, 결국 이자를 기부할 종교단체는 못 지정하고 끝났음은 설명한 바와 같다.
문제는 기자처럼 이런 ‘일단 가입은 하고 지정 관련 사항은 나중에’라는 타협안을 받아들고 나선 경우도 우리은행이 앞서 발표한 판매액에 집계됐을 것인데, 그러고 보면 판매고 대비 실제 기부로 연결되는 성사율이 어떤지도 미지수라는 이야기가 된다.
다만 대표적으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유니세프, 월드비젼이나 천주교 등 몇 개의 객관식 보기(와 그 계좌를 연결해 제시하면)만 만들어 줘도 이런 씁쓸한 경우를 당해 창구에서 돌아서는 고객은 상당수 줄어들 것으로 보여, 우리은행의 개선 대책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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