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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신용대란에 대처하는 영국의 자세…배울 점은?

선거 이유로 경제정책 혼선 일으키지 말고, 과감한 ‘개혁 메스’ 들이대야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2.01.16 17:13:10

[프라임경제] 프랑스 등 9개국이 S&P로부터 신용 등급을 강등당하는 등 연초부터 유로존 지역이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영국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일단 파운드화를 쓰고 있어 유로화 사용 지역의 움직임에 영향을 100% 바로 받지 않는 데다, 영국 정부가 은행권의 대규모 개혁을 단행하고 있고, 당국과 힘겨루기를 하던 영국의 은행들이 일부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이 눈길을 끄는 요인은 금융 개혁을 강조하면서도 유로존과 달리 ‘토빈세’에 있어서는 독자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데에도 있다. 영국의 이러한 독자적 행보는 경제 대국이기는 하짐나 세계 각국과 교감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금융 중심지라는 이중적 지위와 맞물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소규모 개방형 경제 체제인 데다 금융 중심지 육성을 자처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영국의 위기 상황 대응의 성과나 좌절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지난해부터 핫이슈로 부각됐던 영국의 은행 개혁은 은행독립위원회(Independent Commission on Banking) 평가보고서에서 제시된 바 있는 내용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은행 개혁의 주된 내용은 영국 은행들의 소매업 분야(상업은행)와 투자 분야(IB)를 분리하는 것이다. 아울러 최악의 경우 은행의 질서 있는 정리절차를 도모하는 장치로서 방화벽인 ‘링 펜스’를 도입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완강히 저항하던 영국 은행들, 보너스 포기하고 IB 접고

   
영국 경제는 UP or DOWN? 유럽의 신용위기 국면에서 영국의 독자적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영국은 유로화 사용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위기에서 한 발 비껴 있다는 평이다. 아울러 정책 추진에 있어서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 많다. 하지만 금융 중심지로서 토빈세 도입을 반대해 프랑스 등과 불편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기도 하다. 영국 경제가 이번 위기 국면에서 어떻게 돌파구를 마련해 나갈지 동북아 금융 중심지를 꿈꾸는 우리로서는 배울 부분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영국 은행계는 이러한 정조준에 불편함을 감추지 않아 왔지만, 최근 이러한 당국의 압박이 일부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 은행 예금자들에게 IB 쪽에서 발생한 위험이 전가되는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상업은행(소매금융)과 IB를 분리하는 문제와 관련,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IB 부문 사업 철수를 위해 인력 감축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12일(이하 모두 현지시간) 미국 경제방송 CNBC는, RBS가 3500여명의 인원을 줄이고 3년에 걸쳐 현금주식시장(ECM)과 주식파생상품, M&A 등에서 완전히 철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티(런던 금융계)의 도덕적 해이 증거로 백안시돼 온 보너스 문제에 대해서도 로이드금융그룹 안토니오 호타오소리오 CEO가 보너스 포기 선언을 하는 등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병으로 쉬었다 이번에 복귀하면서 호타오소리오씨가 이 같은 결정을 한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14일 기사에서 로이드 측 대변인은 “정치적 압력이나 이사회 차원의 권고는 없었다”며 이 같은 보너스 포기 선언의 배경 추측을 일축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인디펜던트가 11일 RBS와 로이드금융그룹,  HSBC 등이 많은 홍보예산을 지출하고 심지어 로비팀까지 둔 것을 보도하는 등 개혁 압박이 정치권에서 거센 가운데 여론과 언론의 비판과 공격 수위가 점차 높아지면서 치부가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상황이 IB 철수나 보너스 관련 선언에 영향을 일부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토빈세는 쉽게 풀리지 않는 과제

이처럼 은행계의 강한 반발로 적잖은 고생을 할 것으로 보이던 금융 개혁 문제가 어느 정도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은 상당히 고무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토빈세 문제는 좀처럼 손을 대기 어려운 부분이다.

일단 유로존에서는 토빈세 문제에 영국만(이탈리아는 최근 반대에서 일부 입장 선회 조짐) 반대하는 점에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 캐머런 수상은 일단 입장 불변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EU 회원국의 동참이 없더라도 우선적으로 토빈세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캐머런 수상은 “프랑스가 원하면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서도 “다른 국가들이 도입하지 않는데 유럽에서만 토빈세를 도입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국이 토빈세에 반대하는 것은 런던이 세계 금융의 허브 위치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유로존에서도 과거 토빈세를 도입했다가 금융계 이탈을 겪은 바 있는 네덜란드 등은 이번 토빈세 도입 추진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영국의 고심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반대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러한 외고집 행보가 유럽 내 영국의 입지를 좁힌다는 주장도 높았던 만큼 토빈세 문제는 어느 쪽을 택해도 금융에 상당한 수익을 기대고 있는 영국 경제로서는 풀기 어려운 과제인 셈이다.

다만, 이번에 유럽 9개 국가들이 단체로 등급 하락을 당한 점, 또 유로존 국가들 중 상당수에 대한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는 점은 영국의 이러한 독자적 행보에 대해 외부 시각은 몰라도 적어도 내부적 반대 여론은 무마될 여지를 공급하고 있다.

S&P의 강등 조치는 유로존이 위기 관리에 대한 적절한 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인 셈이어서, 영국이 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신재정협약부터 토빈세 문제에 이르기까지 움직이지 않고 외따로 떨어진 행보를 보였다는 것이 오히려 긍정적 해석을 낳을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외교적 신의면은 차치하고, 유로화 사용을 하는 지역과 한 걸음 떨어져 위기를 관망하는 태도 즉 파운드화 사용 체계라는 방어벽을 적절히 활용하겠다는 캐머런 정권의 행보에 지지가 쏠릴 수 있는 요소다. 현재 연립 내각을 꾸리고 있는 한켠에서도 이런 정책에 대한 불만이 나온 바 있는 것을 감안하면 캐머런 수상으로서는 다행스러운 부분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이번 유로존 집단 신용 강등 상황을 관망하면서 시간을 벌 수 있는데, 이렇게 번 시간은 타국가들과 공동 보조를 맞춰야 하는 큰 정책 이슈에 대한 고민과 준비를 하는 데 써야 한다는 해석이다.

佛보다 부채상환규모 적다 자신감, 하지만 유로존과 연계 완전 끊지 못해 문제

한편, S&P 조치가 영국의 신용까지 바로 강등시킬지에 대해서는 내외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일단 유럽 쪽 관측과 달리, 영국 언론에서는 상당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15일 ‘유럽 강등 사태가 유럽 그리고 영국에 의미하는 바는?’라는 기사에서, 국가의 신용 등급이 단순하게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기사는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화폐 발권력이 있다(또 지금도 해 왔다)”는 점을 들어 유로존이 재정긴축 강제화 바람에 말려 있는 상황과 독자적으로 재정정책을 택할 수 있는 영국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이 기사는 “영국이 금년에 갚을 부채는 프랑스가 상환해야 할 부채의 반 언저리”라고 말해 국가부채와 그 상환 집중도 문제가 신용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번 9개국 신용을 강등하면서 S&P가 “우리는 유로존 문제는 높아진 대외불균형, 유로존 국가 간의 경쟁력 격차 등 보다 근원적인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본다”며 “재정긴축 일변도의 개혁노력은 자멸의 길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힌 점과 겹쳐 보면 상당한 의미가 있다. 물론 영국 경제가 유례없이 좋은 것은 아니나, 적어도 대응 능력과 수단 등에서 유로존과 다소 다른 상황임을 보여준다.

영란은행은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한다고 12일 발표했는데, 이와 관련 영란은행은 영국의 경제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어 자산매입 프로그램 규모를 2750억파운드(4200억달러)로 유지하겠다고 밝히는 등 긍정적 시그널을 시장에 준 상태다.

다만 이제 남은 문제는 유로존과 한번에 견련(연결)을 끊을 수는 없기 때문에, 어떻게 위기가 전이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외적 교류를 지속적으로 이어갈지 청사진을 그리는 데 있다고 하겠다.

한국 경제 시사점 커: 우리는 제조업 포기 안 해 더 강점

이런 여러 영국 주변의 소용돌이치는 상황과 이 와중에서 영국이 이를 헤쳐나가고 있는 움직임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번 정권 들어 금융 중심지를 새 시대 먹거리로 택해 부산과 서울을 허브로 조성하기로 한 데다, 금융의 개혁과 시장 재편을 대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 나온 카드 수수료 인하나 지주사 배당 자제 요구 등 당국의 주문에 우리 금융계도 영국 금융권 못지 않게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기도 하다. 이슈화를 통해 강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 돌파한 영국 사례가 시사하는 부분이 크다.

또 영국 정치권이 문제를 풀어가고 그 과정에서 피드백을 보이는 상황을 보면 내외의 각종 이슈에 휩쓸리지 말아야 정치적 공감대와 지지를 얻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총선과 대선을 앞둔 2012년 우리의 상황에서 일희일비하는 정책을 펴서는 오히려 실이 클 수도 있어 당리당략을 떠나 벤치마킹을 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영국이 주변 거대 경제권의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고 경제권을 운영할 수 있음에도 제조업을 포기한 경제 시스템 때문에 100% 살리지 못하고 있는 아쉬운 대목과 관련해서는, 우리는 아직 제조업 공동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강점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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