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물은 셀프’에 이어 바야흐로 외국환 환전도 셀프 서비스 시대다. 지난 연말, 하나은행(086790)은 해외 여행객들이 영업점이나 환전소 대신 자동화기기(ATM)를 통해 손쉽게 미국달러를 환전할 수 있는 ‘셀프 외화 ATM’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지점에 우선적으로 이를 설치하는데, 특히 하나은행 고객은 카드나 통장 없이도 현금을 가지고 1일 100만원 내에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할 수 있다.
이 같은 제도는 하나은행이 처음 시도하는 것은 아니다. 신한은행(055550)의 경우에도 지난 해 9월에 유사한 골자의 환전 자동화에 착수한 바 있다. 다만 하나은행의 서비스 도입이 더 눈길을 끌고 있는 점은 같은 하나금융그룹 내 계열사인 하나SK카드와도 업무 시너지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은행의 고정 고객이 아닌 경우와 신한은행 계좌 보유 고객 등에 초점을 둔 상태에서 절차 자동화를 추구한 신한은행의 사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하나은행의 경우 하나SK카드만 사용하는 고객의 경우에 일반 셀프서비스 환전 외에 또 다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위에서 설명한 이번에 도입된 기계를 이용해, 하나SK카드 고객은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로 1일 200만원 한도 내에서 달러 출금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서비스의 업그레이드가 긁어 부스럼이라는 우려 또한 나오고 있다. 외국환거래 규정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등 여러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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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등이 ATM을 통해 고객이 손수 환전을 하는 새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카드 고객의 현금서비스를 바로 환전해 주는 등의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면 문제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 ||
◆외국환거래 규정 피하려 도입? 계열사 돕기 지나쳐
현행 외국환거래법과 그 시행령, 기획재정부에서 관할하는 외국환거래규정 등을 종합하면, 현재 규정은 과거 외화의 유출을 엄격히 규제하던 시대의 틀에서 한 차례 크게 개편을 맞이한 것이다(금지 일색에서 일부 문제 상황만 금지하는 방식으로 바뀐 이러한 외환 관리 체제 변화에 대해, 일각에서는 Positive 시스템에서 Negative 시스템으로 변했다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는 일반 시민이 외국환으로 환전하거나, 이를 송금하는 등에 기본적 규제는 없고 일정 규모를 넘는 경우 등에만 제한적으로 관리를 할 뿐이다.
다만, 외국환 관련 업무를 업으로 하는 경우는 다소 다른데, 크게는 ‘외국환업무취급기관’과 ‘환전영업자’로 분류해 관리를 하고 있다.
과거에 한국은행 중심으로 규율되던 환전영업자는 흔히 말하는 환전소, 달러상 등으로 한국은행 관리 사항이며, 은행 등 금융기관들의 경우에는 외국환업무취급기관으로서 등록을 하게 돼 있으며 이 경우 관리 업무는 기본적으로 기획재정부이며 관련 업무를 금융감독원에서 돕고 있는 구조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이 하나은행의 설비를 이용하여 하나SK카드 고객이 환전을 하는 경우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하나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예를 들어, 하나은행 국제공항점 ATM에 하나SK카드의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기계에서 바로 외화로 현금서비스를 받는 경우, 특별히 신분증의 제시나 별도의 인출, 재입금 등이 없이 바로 외화(달러화)로 인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하나SK카드의 일반적인 현금서비스 이용과 유사하게 기계의 화면에 나오는 지시대로 이행을 하면 바로 원화 대출이 아니라 (자동으로 환전까지 마쳐진다는 논리로) 최대 200만원에 상응하는 외화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경우 특정 신용카드사의 경우에만 고객을 우대하는 것이 돼 계열사간 몰아주기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특히나 이런 경우 하나SK카드가 논리 구조의 도식은 어떻든 간에, 종합적으로 보면 외화 대출 장사에 나서는 것으로도 못 볼 바가 아니기 때문에 외화대출에 강한 규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도덕성 해이(법적인 문제는 논외로 하고)라는 지적이다.
◆외국환거래 규정상 부담, 은행에 모두 물린다?
또한 이 과정을 하나은행이 하나SK카드 고객이 현금서비스를 받은 뒤, 이를 편하게 환전하는 부분에 있어 도맡아 이를 처리하는 것으로 단계적, 도식적으로 이해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외국환거래법과 그 시행령 등을 보면, 신용카드사(여신업체)도 외국환을 거래하는 주체로 등록을 못할 바는 아니다. 다만 위에서 지적한 대로 ‘외국환업무취급기관’과 ‘환전영업자’로 분류해 관리를 하고 있을 따름으로, 그 분류에 있어서는 실무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차이가 크다고 할 수는 없는 것으로 이해된다.
예를 들어 농협의 경우에도 중앙회와 그 산하 지점의 경우 취급기관으로 등록이 돼 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농협의 산하 지소의 경우 환전영업자로도 등록을 하고 있다. 다만 한국은행의 업무 상황을 문의한 결과, 2011년 연말 기준으로 카드사의 경우 이러한 환전영업자 등록 사례가 없다고 한다.
이 경우 외국환업무취급기관으로 등록을 하기 때문에 소규모인 환전영업자 명목으로 그 지점 등을 등록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게 한국은행 관계자의 설명인데, 실제로 금감원 자료 등을 종합하면 실무도 이와 같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금감원 자료 등에 따르면, 하나SK카드와 여타 여신사(전업계 카드사들)은 외국환업무취급기관으로 하나은행, KB국민은행(105560) 등 시중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다만 은행들과 달리 지점의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본점만 등록).
각종 규정과 법, 시행령 등을 보면, 예를 들어 시행령 제14조 등) 은행과 종금사는 물론이려니와 신용카드사(즉 여신업체의 경우 규정에서 말하는 ‘그 밖의 금융회사’로 볼 것인데) 역시도 이들 은행, 종금사와 유사하게 업무를 볼 수 있다. 거주자와의 외국 통화로 표시되거나 지급받을 수 있는 예금, 금전의 대차 또는 보증을 할 수 있기 때문인데, 간단히 말하면 카드사에서 굳이 외국 여행에 임박, 급히 현금서비스를 받으려 하는(대출을 원하는) 고객에게 영업을 할 수도 있는 여지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굳이 하나SK카드의 경우 하나은행의 ATM 환전기 도입에 무임승차하여(그 과정에서는 하나은행측의 암묵적 동의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는데) 일단 현금서비스 신청에 응해, 고율의 수수료 부담은 일단 얻은 뒤에 환전 절차 부담 등은 가볍게 계열사로 전가(물론 하나은행으로서는 환전 수요를 유치한 것으로 여기서도 이익을 보는 구조인데)하고 있는 셈이다.
하나SK카드의 경우 원칙대로 하자면 본점과 각 영업점을 등록하고 공간과 설비 등을 갖추고 영업을 하여야 하는 것인데, 본점은 취급기관으로 돼 있으나 그 산하 지점 등은 이러한 상황에 세세히 규제를 응하고 있지 않다. 예를 들어 하나은행 국제공항점의 일부를 빌려 쓰려면, 적어도 인천의 한국은행에 환전영업자로라도 등록을 하여야 하는 것인데, 이 부분은 이미 그 실제 사례가 없음은 지적한 바와 같다.
결론적으로 외국환의 관련 영업(환전과 대출 등)을 할 수 있으나 그 규모를 갖추지 않고 있고 이 관련 업무를 모두 무임승차하고 있는 것이 된다.
◆자칫 ‘시장질서 문란’ 눈총 받을 수도
문제는 또 있다. 시중은행의 경우 외환을 거래함에 있어 그 급격한 흐름 등 불건전한 거래를 조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책으로 외국환거래법 제11조의 2에서 외환건전성부담금을 물릴 수 있게 하는 등 제도가 마련돼 있다. 그런데 같은 법 시행령 제21조의2에서 보면, 그 부감을 지는 자는 은행법에 의해 설립된 은행과 농협 및 수협 등 특별한 조합에 한다는 것이어서, 예컨대 하나SK카드가 외국환에 있어 불건전하거나 급격한 유출 거래를 하는 경우 행정지도 등으로 규율하는 외에 달리 부담을 지우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와 같이 하나은행의 ATM 자동 환전을 이용하는 식으로 현금서비스를 이용해 외화를 인출해 이를 휴대해 국외로 유출하면, 이러한 부담은 그대로 하나은행의 거래 규모로 산입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이는 추상적으로 봐서는 카드사가 계열사인 은행 측에 자신의 거래 규모를 모두 넘겨 각종 부담을 지게끔 증액시킨다는 것으로 못 볼 바가 아니다. 은행 입장에서 보면 이런 부담에 계열사 몰아주기 우려까지 짊어지면서 응하는 일은 손해를 감수하는 것으로 배임 책임을 구성할 여지도 있다.
실제로 신한은행의 경우, 자기 은행 고객의 경우 타행 고객이 자동 환전을 하려는 경우와 달리 600만원까지 진행을 하지만 신한카드사 등과 연대해 영업을 꾀하지 않는 것은 1000달러 이상의 거래에 각종 외국환거래 신고 규정이 엄격함을 인지하고 이를 위반하지 않으려 애쓰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하나은행이 이번에 계열사의 현금서비스에 이르기까지 ATM 환전기의 기능 제공을 하고 나선 것은 과거 삼성카드에 공동망을 대여하려 했다가 시중은행들의 합동 공격을 받는 등 시장 질서 문란 행위를 일으켰던 일 못지 않게 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어 보여, 향후 서비스의 개선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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