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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은행 10대 이슈①] ‘시스템 격변’ 15년만의 시험대

‘스타 시대’ 저물고 ‘틀과 룰’ 원년 치렀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1.12.29 09:19:11

[프라임경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여파가 해소되는가 싶던 것도 잠시, 이번에는 그리스에서 촉발된 유럽 재정문제 불씨가 세계경제 위기 불안감을 다시 높이는 등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급기야 내년 2012년 한해는 실물경제로의 본격적 위기 전이 예측이 기정사실화되면서 한국 금융권은 IMF 관리체제 이후 15년만에 또 다른 시험대에 서게 됐다. 한국의 금융지주 및 은행계 10대 이슈를 ①, ②로 나누어 정리했다. 

불안한 세계경제 흐름 속에서 한국 또한 위기 대응에 분주한 시간을 보냈고, 산업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금융 역시 어느 때보다 치열한 1년을 보내며 위기의 2012년을 이제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금년 은행계 화두는 ‘시스템 격변’이라는 개념으로 요약 가능하다. 저축은행 사태 등의 여파로 금융 전반이 조정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으며, 지난 세월 ‘스타 플레이어’들의 역할이 중요했던 시대에서 지주제와 후계체제 명확화 등에 의해 ‘틀과 룰’을 중시하는 시대로 변화한 ‘원년’을 치러낸 셈이다.

[1] ‘민간은행 시대’ 연 별들이 지다

신한은행(055550) 창업 주역인 이희건 명예회장이 지난 3월21일 숙환으로 별세했다(향년 94세). 이 명예회장은 19세 때 오사카로 건너간 재일교포 사업가로, 자수성가한 이후 교포들을 위한 금융기관을 열고 그 경영을 맡은 바 있다. 이렇게 쌓은 고인의 금융 노하우는 교포 340여명의 출자금을 보태 모국에 은행을 설립하면서 한국 금융사를 새로 쓰는 씨앗이 됐다.

   
신한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고 이희건 명예회장 영결식이 엄수되는 장면. 고인은 금융 발전에 기여한 공로 등이 인정돼 무궁화훈장 등 많은 훈포장을 수여받은 바 있다.

신한은행은 ‘금융기관’이라는 아직 남아있는 단어에서 보듯 반국영기관, 준공무원조직의 속성이 강했던 한국 은행계에 본격적 민간은행 시대로 이행하는 충격을 공급했다. 1982년 설립된 신한은행은 높은 은행 문턱을 낮추고 서비스라는 개념을 본격적으로 접목시키면서 급성장, M&A로 10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하던 조흥은행을 합치기에 이르렀다. 금융지주 체제 이행으로 금융업 전반에 영향력을 확대하기도 했다. 일선에서 물러난 후에도 이 명예회장은 재일교포 주주들을 규합하는 인물이자 신한 구성원들의 정신적 구심점으로 역할을 소화해 이런 변화에 항상 든든한 배경이 돼 왔다. 신한은행은 이후 SBJ를 정식 설립해 일본에 역진출했으며, 위기시 낮은 비용으로 외국 자금을 한국으로 조달한 사례를 만드는 등 국내외에 확고한 위상을 쌓고 있다.

최근 지도부 교체와 창업회장의 영면으로 신한은행 및 신한금융지주는 이제 스타 플레이어에 의한 영도력이 아닌 시스템에 의한 발전이라는 새 시대의 문을 열게 됐다. 그간 쌓아온 실적을 성공적으로 수성해 나갈지 앞으로의 행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2] 우리금융 민영화 논의, 다시 수면 위로

   
브레이크가 걸려 있던 우리금융 민영화 문제에 관련 우리금융 이팔성 회장이 연말에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놓음으로써 재시동 가능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이 주도하는 민영화론에 무게가 실릴지가 관건이다.
우리금융(053000) 민영화 문제가 ‘무기한 연기’ 상황에서 다시 잠을 깰 것으로 관측돼 주목된다. 우리금융지주 이팔성 회장은 연말에 우리금융 논의에 대해 발언했고, 이 기회에 우리투자증권 분리 매각론을 견제하는 의사를 분명히 덧붙여 눈길을 끌고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등 여러 금융기관을 합친 뒤 공적자금을 대거 투입해 세운 우리금융이 제 위치를 찾는 마지막 수순으로 꼽히고 있다. 공적자금과의 결별을 완전히 매듭짓지 못한 상황에서는 공기업도, 순수한 민간회사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 남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 회장에 의한 이번 발언은 특히 ‘우리금융에 의한 민영화 주도’라는 기치를 다시 든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국이 민영화 무기한 연기를 택한 상황에서 사실상 이제는 우리금융의 의중이 십분 반영되는 방법으로 매각 스토리를 짜야 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당국은 그간 매각 실기론 등에 여러 번 발목을 잡혀 왔으며 근래에는 금융지주회사법이 갖고 있는 한계점, 즉 매각 주체로 나설 수 있는 후보군이 극히 적기 때문에 어떻게 해도 특혜론 시비가 붙게 된다는 난관에 봉착한 바 있다. 사모펀드에 은행을 또 넘겨서는 안 된다는 국민 정서 문제 역시 당국의 선택지를 극히 제한한 바 있다.

우리금융 쪽에서는 민영화론에 이미 깊은 공부와 나름대로의 준비를 해 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거래처 등을 끌어들여 조성한 PEF가 우리금융을 사들이는 시나리오도 설득력 있게 등장하는 등 상당한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번 논의는 그래서 단순히 한 번 해 본 소리가 아닌 상당한 파괴력으로 내년 금융계의 화두로 본격 부상할 것이라는 평가다. 어울러, 이 회장이 우리금융 민영화 성공을 주도하게 되면, 외환은행 M&A로 임기 연장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 못지 않은 재집권 가도 굳히기 케이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부분도 이 문제의 관전 포인트다.

[3] 매트릭스 시스템 도입 재부각

금융권에 매트릭스 도입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매트릭스는 은행과 증권·보험·카드 등이 각각 독립적으로 영업을 하는 과거의 시스템에서 벗어나 복합적으로 업무를 공유하는 틀 깨기와 구조 유연화로 행정과 경영 각 영역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시스템이다.

매트릭스는 효율성 극대화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소속감이 모호해지고 구성원 업무 부담이 가중된다는 문제 등 단점 역시 적지 않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하나금융그룹(086790)이 매트릭스를 도입, 시행한 이후 뒤따르는 금융업 케이스가 등장하지 못해 왔다. KB국민은행(105560)에서도 과거 이 체제를 도입하는 문제를 검토했으나 본격적 수술을 단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금년에는 이 매트릭스 바람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이 매트릭스를 눈여겨 본 것은 지도부 대거 교체 이후 조직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는 필요성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신한금융지주가 프라이빗뱅킹(PB)와 자산관리(WM) 업무를 통합한 'PWM센터'를 오픈하면서 내년초 출범 예정인 '매트릭스 체제'의 첫테잎을 끊었지만 이에 대한 금융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최근 신한지주는 은행과 금융투자(증권업)가 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하는 ‘신한 PWM(Private Wealth Management) 서울센터’ 1호점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 오픈, 매트릭스 본격화에 시동을 걸었다.

우리금융그룹 역시 매트릭스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 반발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조직 활성화의 주요 동력원으로 적극 활용하는 문제를 연구 중이다. 우리카드 분사가 잠정 연기되고, 우리금융 민영화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필요가 높은 사정이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매트릭스TF의 고위 간부가 자리를 옮기는 등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언제든 속도를 높을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은 그래서 나온다. 
 
[4] 제1금융권, 저축은행 인수 바람

‘전업계냐, 은행계냐’이라는 표현을 여신업(카드) 외에 이제 저축은행권 기사에서도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과거 삼성카드 등 전업사와 우리은행 소속 우리카드 등 일명 은행계 카드를 구분짓던 이른바 전업사, 은행계라는 구분 개념이 저축은행권에도 등장한 배경은 이렇다. 저축은행은 그간 시중은행에 비해 확연히 느슨한 규제와 방만한 경영으로 결국 대거 영업정지되는 상황을 맞이했다. 이런 상황에 4대 금융지주가 모두 저축은행 인수에 나서면서, 이제 금융지주-은행 계열 저축은행이냐 아니냐라는 구분이 저축은행권에서도 사용되게 된 것이다.

22일 제일2·에이스저축은행 패키지에 대한 본입찰 결과 하나금융지주가 키움증권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우리금융지주는 삼화저축은행을 인수(우리금융저축은행으로 출범)했고, 신한금융지주가 토마토저축은행을 인수했다. KB금융지주는 제일저축은행을 인수키로 해, 국내 4대 금융지주사가 모두 저축은행을 1곳 이상씩 보유하게 됐다.

이렇게 4대 금융지주의 영업전이 저축은행 영역으로까지 전선을 확장하게 되면서, 내년 초부터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지주-은행 계열 저축은행은 개인 대주주 중심 지배구조에 머물고 있는 기존 저축은행보다 안정성이 높다는 이미지상 강점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다. 여기에 큰 틀에서 볼 때 증권이나 보험, 카드 등과 연계한 영업기법을 도입하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다만, 이런 영업전의 효과가 저소득·저신용 서민 고객들에게 돌아가는 대신 금융권 수익으로 고스란히 회수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 또한 제기되고 있다.

[5] 하나금융, 외환은행 M&A로 새 도약 전환점 마련

   
외환은행 인수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당국 승인절차 등이 오는 연초에 처리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하나금융으로서는 외환은행 직원들의 마음 얻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과제 등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004940) 대주주인 론스타와 외환은행 매각 협상을 마무리짓고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 여파로 매각명령을 받는 문제에서 ‘징벌적 매각’이 아닌 ‘단순매각’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하나금융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보유지분(51.02%)를 당초 매매가격보다 4900억원 깎은 3조9157억원에 지분 매매계약 채결로 매듭짓고, 이제 당국의 자회사 편입 승인절차만 남겨둔 상황이다.

외환은행 인수로 하나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사보다 자산규모가 작아 그룹 가치가 저평가됐던 설움을 떨치고, 이제 당당히 ‘빅4 간 경쟁’에 대응할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당국의 론스타 지분 단순 매각 결정 이후에도 하나금융은 당분간 노심초사, 공들이기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을 전망이다. 외환은행 노조를 비롯해 야당 정치인들은 양측의 계약이 원천무효라며 적극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반발은 론스타가 (은행 지분을 보유하는 데 제약이 큰) 산업자본이라는 점을 이미 우리 당국이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에 기반하는 것으로 국정조사 주장 등에 외환은행 주식 갖기 운동 등 정치권, 여론 조성 운동 등으로 번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이 “인위적 구조조정 없을 것” 발언 등으로 외환은행 껴안기에 적극적 제스처를 보내는 노력이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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