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결론은 두 가지였다. '홍준표식 한나라당 쇄신'은 당 개혁과 정책 혁명을 분리하는 투 트랙으로 가며, '홍준표식 후흑학(厚黑學)'은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잡는 경제관에 기반해 때에 따라서는 당내 분란도 감수하는 포퓰리즘 정책도 불사하는 쪽으로 본격적으로 선을 보이게 된다. 8일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 쇄신안에 대한 '로드맵'을 공개했다. 홍 대표가 그동안 의원총회에서 나온 쇄신안, 주요 당직자-사무처 쇄신안 등을 종합해 발표한 쇄신안은 △총선기획단 조기 구성 △재창당준비위 구성 △당 정강정책 근본적 재검토 △범여권 대동단결 등 크게 네 가지 이슈를 담고 있으나, 그 기저를 보면 위의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어울리지 않으나 후흑학을 공부해 보겠다"던 홍 대표가 당대표 사퇴론에 맞서 '저격수' 시절 공격력과 '경제통'다운 모습을 동시에 발휘하고 나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홍 대표의 이번 쇄신안은 일체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당을 크게 흔들 것으로 보인다. 선수에 상관없이 똑같은 기준으로 전원 재심사하기로 하겠다면서 당 공천권에 대한 불만 세력에 오히려 반격을 가하고 나섰다. 전략지역에 대해서는 일명 '나는 가수다' 방식을 통해 후보자를 선발하고 개방형국민참여경선(오픈 프라이머리)도 실시할 예정이다.
재창당 시기는 내년 2월 중순께로 잡혔다. 14년 된 한나라당 간판을 내리고 당명, 당의 구조나 운영방식 등을 백지 위에서 검토하고, 당의 정강 및 정책은 물론 노선, 방향도 근본적인 재검토에 들어간다. 새로운 정강정책에는 성장과 복지가 구체적으로 반영되며 예산안 심사와 내년 총선공약에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 당 개혁과 정책 개혁 투트랙 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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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1년 반 전부터 정부가 서민정책을 추진해왔고 성장의 과실이 중소기업, 소상공인, 서민들에게 골고루 나눠지더라는 정책 추진하고 있다. 그 정책과 전혀 배치되는 예산편성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재창당 준비위원회에 대표가 주도적으로 위원장 같은 역할을 하는가"라는 점에 대해 "대표는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당 시스템 개선에 대한 문제에는 자신이 들어가지 않으나, 정책 검토에는 상당히 비중있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무한토론의 군불을 지폈고 자기가 바라는 어젠다를 분명히 선언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어차피 8일 발표 이전까지 일각에서는 '대안 부재론'이나 '식물 당대표' 분석까지 제기된 바 있는 만큼 시스템 개편 문제에 자신의 지분을 주장해서는 승산도 불분명하고 실익도 적다는 판단을 하고 있으며, 대신 자신의 정치적 어젠다에는 상당한 애착을 갖고 이를 정책 개혁 과정에서 반영할 의지가 굳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읽힌다.
아울러, 이 같은 투트랙 전략을 택함으로써, 박근혜 전 대표 조기 등판론을 다시 한 번 강하게 요청하고, 친이 진영 일각에서 쇄신파라는 이름 하에 자신에 대한 비토를 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 비지니스 프렌들리 정책 대 피플 프렌들리의 대결 국면으로 구도를 바꿔 역공을 하게 되는 효과도 사실상 거둘 수 있다는 점을 보면, 쇄신과 대안부재론, 친이와 친박 등 복잡한 구도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언권 극대화를 노릴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법을 택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 서민특위로 '몸다듬기' 이미 완성: '복지 논쟁' 1회성 이벤트 아닌 '당이념'으로
이번 8일 긴급 회견에서 나온 발언과 지난 전당대회와 대표 취임 후 쏟아진 각종 발언을 종합해 보자. 홍 대표는 서민과 중소기업에게는 기회 보장을, 부유층과 대기업에게는 사회적 책무를 강조해 오고 있고 이 기조에 관련한 드라이브를 더 강하게 걸 것으로 전망된다.
인위적으로 부를 배분하는 것이 아닌 공정한 자유 경쟁의 틀을 중시하고 있지만, 홍 대표는 취임 직후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우파 포퓰리즘 정책을 추진하겠다"거나 "재정을 파탄시키지 않는 친서민적인 인기영합정책은 필요하다"고 밝혀 '대의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후흑학을 본격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임태희 대통령 비서실장을 7일 밤 만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 가능하다)
특히 홍 대표가 과거 당 서민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 시절 추진해온 법안들과 그 속의 맥락은 이런 맥락에서 다시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우선 이자제한법 개정안(최고이자율 30% 제한)의 적용대상이 대부업체로 확대하는 안을 추진한 것이라든지 △은행영업이익 10% 서민대출 △대기업의 기술탈취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소득별 등록금 차등제 도입 △중소상인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 △기업형 슈퍼마켓(SSM)규제 등 굵직한 아이디어들을 되짚어 보면, 즉 홍 대표가 서민특위를 통해 그려본 그림을 훑어 보면 앞으로 당과 정책 개혁 과정에서 붙을 논쟁의 폭과 깊이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을 모두 이어 보면, 한나라당의 개혁 논쟁은 민주정의당 시절부터 되짚어도 역대 유례를 찾기 어려운 폭과 깊이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당내 반발과 여러 갈래로 터져 나오는 반발, 특히 자신을 '모욕감'의 나락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사퇴론 등 모든 문제는 정책 개편과 당 개편의 투트랙 쓰나미에 휩쓸릴 가능성 또한 매우 높아지게 된다.
◆ 한나라당 심판론에 묻힐까, 여론 풍향계로 거듭날까
문제는, 당 밖의 반응 즉 여론이다. 근래에 이번에 예상되는 안과 비슷할 만한 돌풍을 굳이 찾자면 오세훈발 정치자금법 개혁 내지 허주 사퇴 등 공천 물갈이 과정을 꼽을 수 있는데, 이번 개혁을 순수한 의도로 받아들여줄 것인지, '정치공학적 덧셈뺄셈의 결과'로 받아들여줄지 여론의 동향을 감안하기는 쉽지만은 않다는 데 있다.
다만, 이 같은 혁명적 개혁 드라이브가 성공하게 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 파동'으로 당이 간판을 내려야 될지도 모를 절체절명의 상황에 내몰린 상황에서 일말의 희망을 살릴 수 있을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과거 '차떼기 선거자금 수수' 문제 등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소화해 온 박 전 대표 못지 않은 강한 위상을 굳히는 것도 가능하다.
과거 검사 시절 '모래시계 검사'로 이름을 얻어 정치권에 입문한 이후 저격수 등 당내 궂은 일을 도맡아 오는 와중에도 정책통으로서의 꿈을 버리지 않았던 홍 대표가 정치 인생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을지, 그리고 그 획이 당을 반석에 올리는 의미로까지 남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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