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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노조, 무이자학자금으로 ‘위대한 기업’ 논쟁 불붙이다

[심층진단] 새 주인 후보 하나금융에 대한 비교우위 확보 포석인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1.10.21 18:35:10

[프라임경제] 혹자는 좋은 아이디어이나, 실현 가능성은 난망하다고 했다. 혹자는 이슈 선점을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혹자는 아름다운 결단이라는 기자수첩을 송고했다. 어쨌든 충격적이었다. “하나금융그룹, 이 문제를 같이 이야기할 고려 대상이 아니다.”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무이자로 한해 2000억원의 학자금 대출을 하는 방안을 경영진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발표해 파란이 일고 있다.

기자들은 현재 외환은행을 둘러싼 매각 문제가 현재진행형이며,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파기환송심 유죄판결 이후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이 아이디어 추진 역시 영향을 받을 가능성에 특히 주목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현재 유력 인수 후보인 하나금융으로의 피인수 이후에 이 제안이 어떻게 수용될지도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 김기철 위원장의 이 발언 한 마디로, 하나금융은 이 1년에 2000억씩, 총 5년간 1조원 규모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진 이 프로젝트에서 논의 대상이 아닌 상대로 졸지에 격하됐다. 이로써, 외환은행 노조의 구상과 이번 사업 구상의 의미 또한 명확하게 드러났다.

단순한 자금 지원 가능성 외에 ‘철학’ 문제로

일각에서는 외환은행 노조의 이번 제안을 둘러싸고, 아직 성숙하지 않은 문제를 빨리 발표했다는 점에 성급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또 결국 재원의 절대적인 부분은 은행 측에서 조달하게 될 것인데, 노조가 규모 등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적시하면서, 특히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으로 먼저 치고 나간 점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에 따라 매각 추진과 관련, 노조가 선전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관심 끌기용이 아니냐는 풀이가 일단 가능하다. 특히 지난 번 매각 대금 조정에도 불구하고 외환은행 주가가 이후에도 많이 하락한 점을 반영해 하나금융이 론스타에 매각 대금 조정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파기환송심 판결 이후 추가 대화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관심끌기용 카드를 일단 던졌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다음과 같은 반론에 부딪히고 있다. 매각을 전후해 상당한 지출을 하는 경우, 결국 이 부담은 새 주인에 의한 인력 감축 등으로 간접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외환은행 노조가 단순히 이슈 선점 목적으로 던질 카드로는 문제가 많다는 해석이다. 그저 버리는 카드가 아니라 무리수이자 부메랑이 될 카드를 근시안적으로 꺼냈다고 볼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보다 장기적, 거시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해석해야 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우선 외환은행 노조 측의 21일 기자회견 발언들을 다각도로 풀이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은 “한 해 1조원의 당기 순이익을 올린다”면서 “이 정도 규모의 조달은 무리하지 않다”고 전제하고 직원들도 재원 조달은 물론 해마다 추가로 들 운영 경비에 급여 갹출 등을 통해 지원하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이는 론스타가 2006년 세금 문제로 비판을 받자 사회공헌 1000억원 사회공헌 카드를 꺼냈던 점과 대비되고 있다. 현재 론스타가 이때 기자회견을 통해 언급했던 공헌기금 조성이 결국 없던 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어, 외환은행 노조의 행보는, 일단은 아이디어를 꺼낸 것에 불과한 것임에도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아울러, 공은 하나금융으로도 넘어간다고 할 수 있다. 하나금융이 제3자 유상증자 방식 등 자금 조달을 위해 동분서주한 상황에서 론스타 지분에 대한 직접적 매입 비용 외에 이 같은 대규모 추가 지출 가능성이 나타나면서 부담이 더 가중됐다는 식의 해석은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하나금융으로서는 상당히 의미있는 도전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외환은행의 새 주인이자, 향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등 두 은행을 거느리는 책임있는 금융그룹으로서 사회공헌에 확실히 의미있는 지출을 추가로 내놓을 수 있겠느냐는 준엄한 논고인 것이다(그런 문제를 논할 새 주인감으로 하나금융을 생각도 안 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곁들여진 점은 반어법이라고 해 두자).

결국 현재의 가장 큰 지분을 가진 대주주는 물론, 새 주인감들에게도 경영 철학의 테스트를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아차 국민기업론보다 업그레이드된 위대한 기업론

더욱이 이번 학자금 문제에 대해 “지금 청년들이 분노하고 있다 (…) 더 이상 늦으면 안 되기에 문제를 지금 제기한다”는 주장을 내놓은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외환은행 노조가 무이자 학자금 대출 아이디어를 공론화하면서, 매각 국면에 새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매각 과정에서 사장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또 무리수를 둔 데 불과하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국민기업 논의나 위대한 기업으로의 발전 과정에 필요한 화두를 던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사진은 촛불집회 중인 외환은행 노조원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월가 점령 시위 등 범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금융권 탐욕 논란, 1% 대 99% 사회 양극화 심화 등 현재 상황을 함께 언급했다. 발 빠른 이슈 포커싱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간의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불거진 바 있는 론스타 및 그 매수 협상자의 상황들과 현재 외환은행 노조(내지는 노조가 원하는 새 주인, 즉 이러한 학자금 무이자 대출에 통크게 교섭할 만한 자)를 대비시키는 철학적 이슈화라는 풀이다. 론스타가 투기 자본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아온 점, 하나금융이 자금 조달에 무리수를 뒀다는 우려가 일부에서 제기된 바 있는 점이나 현재 하나금융으로의 매각 문제가 관치 논라 재발과 메가뱅크론과 연결되면서 탐욕스러우나 공익에 오히려 부응하지 못하는 금융을 만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 사항들을, 현안에 부응한 학자금 (무이자) 대출 건을 들고 나와 일거에 중간정리를 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런 외황은행 노조의 행보는 많은 국민적 관심을 받았지만 IMF 위기 상황에서 결국 재벌그룹으로 매각된 기아차 상황과 대비되면서 더 눈길을 끌고 있다.

◆‘국민기업론’ 다시 꺼내고 ‘위대한 기업’ 조건까지 모색한 결단?
 
아울러, 외환은행이 한때 국가적 위험 상황에서 어려움에 봉착했지만 이후 많은 수익(21일 회견에서도 김 위원장은 “한해 1조원대 당기 순이익을 올린다”는 점을 강조했다)을 올리면서 국민 경제에 보답하고 있다는 점 역시 이번에 다시 재부각되면서 ‘국민기업론’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국민기업 논의란 기아차 경영난 상황에서 “국민기업을 살리자”는 제안이 나오고 일부에서 국민기업론의 모호한 실체를 지적하면서 붙은 논란을 말한다.

1997년 9월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공청회를 통해 발표된 한국방송대 김기원 경제학과 교수의 논의에 따르면 “국민기업이라는 개념은 교과서에 없기 때문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국민기업이라는 개념이 모호한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재벌 구조에 질린 국민들이 바람직한 기업상으로 막연하게 표현한 것이 국민기업”이라면서 그 효용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당시, 국민적 기업(국민기업이라고 하면 국민의 소유라는 점이 강조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 국민적 기업이라는 말을 더 선호한다고 교수 개인적 견해를 덧붙였음)의 개념을 체계화해 했다.
 
김 교수는 “바람직한 기업이란 소유와 경영의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관련 당사자(주주, 근로자, 금융기관, 거래기업, 소비자, 지역주민)에게 골고루 이익을 제공하는 기업”이라면서 “이를 국민적 기업이라고 정의한다면 물론 기아는 아직 국민적 기업은 아니나 기아는 타 기업에 비해 국민적 기업의 성격이 훨씬 강한 것은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적 기업(국민기업)으로 연결되는 바람직한 기업에 대해 “간단하게 생각해서 일본의 전전(戰前) 재벌과 전후(戰後) 기업집단을 비교하면 후자가 더 국민적 기업에 가까이 갔다는 이야기입니다. 자본주의 하에서도 더 합리화되고 더 민주적으로 된 셈”이라고도 부연했다.

대림대 제갈정웅 총장 역시 1997년 8월 언론 기고를 통해(기고 당시 대림정보통신대표), “주식분산 우량기업에 가까우나 국민경제에 도움을 주고 국민에게 폭넓게 사랑을 받는 기업”이라고 정의한 다음, 명확한 개념 정립 후 국민기업 운동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결국, 그 개념 논란에 정치적 고려 논란 등 여러 잡음 끝에 기아차는 새 주인을 찾게 됐지만, 대체로 위의 두 논의를 더해 보면 국민기업이 소유 문제가 재벌과 연결되는가로 따질 것은 아니며 국민의 사랑을 받을 만한 업체인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임을 알 수 있다. 시간이 상당히 흐른 현재로서는 국적 등과 연결 지을 것은 아니라고 부연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종합해 볼 때, 외환은행 노조가 떠날 주인과 들어설 새 주인에 다소 부담이 되긴 하겠으나 소화 가능한 사회공헌 결단을 요구한 점은 이 같은 기아차 국민기업론에 이어 외환은행발 국민기업론 논쟁 재연 상황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고 하겠다. 대주주가 론스타이냐 혹은 외국자본이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하나금융그룹인가와 상관없이 ‘국민경제에 기여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외환은행을 키울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 이번 학자금 사업 제안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외환은행 노조의 이번 구상은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짐 콜린스 저)에서 제기된 요건들도 상당히 충족하고 있다는 점 역시 관심의 대상이다. 국민기업이라는 개념에 또 불만을 표하는 시선이 여전히 있을 수도 있는데, 이번 논의를 국민기업론 외에도 이미 2002년 국내 소개 당시 베스트셀러가 된 바 있는 경영관련 서적의 이론으로도 분석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논쟁을 피할 수 있어 보인다.

즉, △ 현재 상황이 매각 문제로 여의치 않지만 △ 국내외적으로 기업, 특히 금융을 다루는 기업의 사회공헌 요구가 큰 상황이며 △ 상당한 무이자 대출을 시도할 만한 여력이 되고 △ 이를 수용할 필요를 느낀다는 점을 외환은행 노조는 이번에 설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위대한 기업의 6대 조건’인 △냉철한 현실 직시 △고슴도치 컨셉트(단순하고 명쾌한 사고와 판단을 말함) △원칙 중시 문화 △사려 깊은 기술변화 대응 등에 거의 대부분 부합하는 사회적 요구 수용 판단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나머지 두 요건인 △겸손한 리더 △적합한 사람 중시에 대해서도, 현 경영진 및 새 경영진에 협력을 요청함으로써 문제 제기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종합해 보면, 이번 외환은행 노조의 연 2000억원(5년간 1조원대) 무이자 학자금 대출 사업 구상 발표는 단순히 새 주인이 하나금융이 되는 것이 싫기 때문에 상당한 출혈을 요구한다거나, 론스타에 대한 비난일 뿐이라고 볼 것은 아니며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상당한 연구와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 여러 논의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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