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외환은행 나눔재단은 2005년 은행권 최초로 사회공헌 전문재단으로 설립돼 활발하고 전문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단발 이벤트성 활동을 지양하고 체계적이면서 지속적인 공헌을 펴는 모델로 성공적으로 자리잡으면서, 외환은행 나눔재단은 한국사회공헌대상과 다문화가족지원 네트워크 대회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는 등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막상 외환은행 나눔재단에서는 “은행권 1호라는 프리미엄이 작용한 것 같다”는 겸손한 분석을 내놓는다.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여러 영역을 다루게 되고, 자연히 “은행에서 무슨 지원을 받는 건 처음”이라는 호의적 반응이 많은 것 같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같은 담담한 답에도 불구하고, 외환은행 나눔재단은 사회공헌 분야에서 보기 드문 단체로 꼽힌다. 국내에 ‘전략적 사회공헌’의 모델을 최초로 수입, 이식한 첨단 조직인 동시에, 사회공헌 관련 단체들과 함께 가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이끌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을 모두 지닌 성공 모델인 셈인데, 외환은행 나눔재단을 초기 단계부터 지켜온 권택명 상근이사에게 재단과 외환은행의 사회공헌 마인드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권 상근이사 자신도 30년 은행 생활을 해온 은행원(영업본부장 출신)이면서도 시인으로 활동하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현재 이사회 이하 실무진은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은행 임직원들의 봉사 활동 참여, 외부인(은행 고객)의 기부와 타법인들과의 행사 진행 등 복잡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인력 운영에 특별한 지침이 있나. 특히 사회공헌의 초점이 변해가거나 새 공헌 분야가 등장하는 등 변화가 무쌍한데 관련 인력의 재교육은 어떻게 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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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택명 상임이사는 외환은행 나눔재단의 탄생 이후부터 대통령상 등 대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현재까지의 성장 과정을 모두 지켜봐 온 산증인이다. 영업본부장을 지낸 은행원 출신인 동시에, 여러 권의 시집을 낸 등단 시인인 권 이사는 사회공헌면에서도 NGO와의 공감과 협업을 강조하고 있다. | ||
어찌 보면 속칭 갑을 관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절대 갑을로 생각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진정으로 그들의 노력과 정신을 존중하는 자세로 만나라고 한다. 30여년간 은행 생활을 하다 이분들을 만나고 사회공헌 히스토리를 알게 되면서 사명감을 갖고 현장을 지킨 분들에 대해 감사한 마음과 부끄러운 마음을 갖게 됐다.
재단 직원 6명 가운데, 저를 포함한 여직원 한 사람은 재단에서 채용한 직원이고, 4명은 외환은행에서 파견된 형태다.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우리가 지원한 사업 현장에는 가급적 참석하려 노력하고 있다. 자금을 지원하고 사업이 종료된 후 보고서만 심사하는 게 아니라, 예를 들어 개관식이 열리는 곳에 직접 가서 테이프 커팅도 하는 등 지방이고 어디고를 가리지 않고 참석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전문성이 필요한데, 사회공헌과 관련된 세미나라든지, 포럼, 여러 훈련 프로그램에는 시간을 쪼개어 가급적 모두 참여한다. 관련 행사라면 모두 적어도 우리 직원이 한 명 이상은 가 있다고 보면 된다.
‘셀프 에듀케이션’도 강조한다. 독서를 통해서 배워야 한다. 사회공헌 자체의 초점도 바뀌고 있으므로 우리 재단만의 특색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광범위하게 ‘다른 데선 어떻게 하고 있는가?’를 연구한다. 스크랩도 일상적으로 하고 직원간에 쉐어링도 하고 있다.
우리는 (사회공헌) 트렌드에 어떻게 대응할 건인지 매크로 면에서 시각을 갖되 마이크로 면에서도 갖도록, 망원경을 보고, 옆에는 현미경도 갖고 일을 하려 한다.
이렇게 교육을 시키고 있고, (또 자체적으로) 매뉴얼을 가지고 교육을 시킨다. 미팅을 통해 수시로 직원들과 나눈다.
-많은 지원 협력 대상과 사업을 하다 보면, 단체의 특색이 희석되고 수동적으로 끌려가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기본적으로 협력 업체와의 관계 설정은.
▲협력 단체와의 관계에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말을 쓴다.
파트너를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우리가 자체 사업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인력이 필요하고. 전문성이 필요하다. 우리 사업은 두 가지 형태로 진행된다. 장학 사업, 외환다문화가정대상과 같은 우리 재단이 직접 수행하는 사업이 있고, 대부분 사업은 유관 단체 기관, NPO 등과 지원 사업, 협력 사업이다. 전문적 노하우를 쌓고 있는 이 분들이 갖고 있는 노하우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전략적 동반관계를 구축하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파트너를 찾는 것이다.
또한 제안이 들어오는 사업을 저희가 채택하기도 하나, 제안을 먼저 하기도 한다. 많은 부분에서 수동적 부분이 있지만, 능동적 개발로 바뀌고 있다. 제안 사업 가운데서 저희 쪽에서 카운터 오퍼(역제안)를 해서, 이런 건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는지 협의하기도 한다. 또 작은 단체는 서류 작성 등에서 은행원 입장에서 볼 때 보완이 많이 필요한 케이스가 있는데, 우리는 직원들이 예산 분석하고 이런 쪽에선 NPO에서 일하는 분들보다는 익숙해 있기 때문에, 서로 공을 주고 받듯 ‘캐치볼 관계’를 갖는다.
주고 받는 가운데 접근해 가면서 소화해 가는 관계라고 보면 되겠다. 봉사에 전문성을 쌓고 있는 이 분들이 갖고 있는 노하우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전략적 동반관계 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람과 노하우가 있는 NPO와 자금이 있는 우리 재단이 결합되면 뭔가 일이 이뤄질 수 있다.
-지원사업 공모 공문을 보면, 2010년도에서 2011년도 사이에 일회성 이벤트 보다는 ‘프로그램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방침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그런만큼 프로그램의 전문성 심사에 관한 부담이 늘 것 같다. 다양한 지원사업 프로그램 선별을 위해 어떤 노하우, 어떤 과정을 거치고 있나.
▲재단이 2005년에 설립돼 만 6년째 맞이하고 있는데. 2009년에 외부 전문 기관에 컨설팅을 받은 바 있다. 이때 나온 이야기가 외환은행 나눔재단만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중점적 사업에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차원에서 지원 사업 단위도 늘리고 프로그램 중심으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전문성 부담이 굉장히 크다. 작년 같은 경우 외부 심사 위원들에게 맡겼는데, 국내외 아동 복지나 다문화 가정 등 여러 사업 선정에 외부 심사 위원들의 두뇌를 빌렸다. 또, 재단 나름대로 선별하는 표를 만들어서 지원 요청 기관 개요에 대해서 리뷰하고 있다. 우리의 목적 사업에 적합한지 여부를 우선적으로 보고, 그 다음으로 파급효과, 연속성 여부, 긴급성 여부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한다.
-재단의 ‘사랑나누미’ 모금현황을 보면 2007년도와 2008년도를 비교해 보면 2007년 1억원대이던 모금총액이 그 다음해에 5억원대로, 2009년에서 2010년 사이에 5억원대에서 8억원대로 느는 등 세계 경제 위기가 있을 때에도 모금액에 큰 타격을 받지 않거나 오히려 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에 대해 재단에서는 어떻게 해석하고 있으며 그 비법은 뭔가.
▲리먼 브러더스 사태 등 경제적 위기가 있었으나, 기부에 대해서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 같다. 비법은 없고, 기본적으로는 경제가 어려워도 ‘이 정도는 기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외환은행) 직원들의 마인드가 있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봉사 마인드를 갖고 있다면 길을 열어주는 게 저희 할 일이고 그런 마인드가 없다면 마인드를 갖게 하는 게 저희 역할인데 그게 잘 적용된 것 같다.
열천사(1만40원: 10에 1004를 연결해 써 1만40이 되고 열천사로 읽음)운동 참여 직원이 전체 직원의 48% 정도다. 외부 전문가들에 따르면, 매월 일정액을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비율이 50% 된다는 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다른 은행들의 경우 월급에서 일정 부분을 자동으로 갹출하는 ‘끝전떼기’ 같은 제도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건 자발적이라고 보기 어렵고, 우리 같은 경우엔 자발적으로 신청서를 내는 운동이다.
재단이 생기고 행내 인트라넷에 관련 정보가 뜨니까 언제나 클릭하면 기부할 수 있고, 매월 초 자원봉사 모집하니까 원클릭 신청으로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외환은행이 다른 시중은행하고 다른 점은 해외에 점포가 제일 많은 은행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해외 경험 직원들이 다른 은행들에 비해 많지 않나 생각한다. 선진국에서 근무 하다 보면 기부와 나눔 문화가 몸에 밴 나라가 많은 점을 알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자연히 열린 마음을 가지게 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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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환은행은 외국환전문은행으로 출발, 현재도 가장 글로벌 활동이 활발한 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사회공헌에서도 다문화(해외) 관련 영역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개안수술지원 등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을 통해 손길을 내밀어 베트남인들에게 한국 금융의 따뜻함을 각인시킨 바 있다. | ||
-은행권에서는 국내 최초로 사회봉사·공헌을 위해 설립된 공익재단으로 많은 관심을 모아 왔다. 역할 모델을 세우는 과정에서 참고한 롤모델이 있었나. 또 현재 (관련업계 내외를 막론하고) 가장 눈에 띄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거나, 향후 참고할 만하다고 보는 공익재단이 있다면 어느 곳을 주목하고 있나.
▲재단을 세울 당시, 그때에 펠런 이사장이 계셨는데, 이 분은 씨티은행·모건체이스 근무하신 분이다. 이 분이 나에게 2006년 3월에, 미국에 다녀오라고 했다. 당시 국내 은행에서는 종합적인 공익재단이라기 보다는 장학 재단 같은 형태만 있었기 때문에, 국내 사례보다는 미국의 CSR 사례를 보고 오라는 뜻이었다.
GE와 록펠러재단, 이런 데를 방문했다. 이들의 사회공헌 조직은 우리보다 워낙 커서 초기에 바로 벤치마킹하는 건 의미가 없지만 다만, 그들이 설명하는 사회공헌 동향, 미국에서의 현상 등에서 상당히 시사점을 받았다. 또 지금 쓰는 심사표라든지 이런 건 모건체이스 은행 등에서 자료를 받아와서 참고했다.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신선했다. 스트레티지, 즉 전략이란 말을 많이 쓰고 있었다. 기업의 이익만 챙기는 전략이 아니라. 같이 일하는 NPO도 같이 클 수 있게 한다는 것이었다. 또 기업 사회공헌 트렌드가 단순 기부에서 사회가 안고 있는 이슈에 기업 차원에서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게 아니라 선제적으로 이슈를 선제적으로 해결해 주는 방향으로 이미 미국의 기업 사회공헌은 바뀌고 있다고 했다. 그때 전략적 사회공헌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국내에 돌아와서는 삼성 사회봉사단이나 이랜드 재단 등을 참고했다. CJ는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출범했는데 도너츠 캠프 같은 고유업종과 접목하는 아이디어 측면이 신선한 것 같아 주목하고 있다. 사업평가 부문에서는 교보 재단이 갖고 있는 기준이 괜찮은 것 같아 벤치마킹 중이다.
-재단 설립 이래 줄곧 독립유공자 후손 지원, 코시안 가정 붐을 반영한 다문화가정 지원 등 사회 공감대 형성에 앞장서는 봉사 어젠다를 발 빠르게 채택하고 있다. 사회공헌 아이디어를 얻는 행내 수렴 통로가 마련돼 있나.
▲다문화 같은 경우에는 외환은행 캐릭터에 맞는다고 보기 때문에 포커싱한 면이 있다.
지금 하고 있는 것 중에는 고령화·저출산 문제가 있다. 임신중절예방협의체라는 기구에는 우리 재단만 들어가(참여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경향에 맞춰, 입양 문제, 입양 기관 지원하는 등의 사회적 이슈를 늘 함께 가져가고 있다.
사회적 문제를 기업이 선제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동참을 하다 보면 네트워크가 생겨 (추가로) 사업 발굴하기가 좋은 면이 있다.
행내에서 수렴하는 길은 두 가지다. 외부에서 사업 공모하는 것처럼 적합한 아이디어를 공모한다. 1년에 한 번 정도 공모하는데 아이디어는 1년에 20~30건 정도 나온다. 아이디어를 받아서 직접 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고, 기관을 찾아서 함께 할 수 있고. 또 당장은 쓸 수 없지만 숙성시켜 진행하기도 한다. 외환나눔문화협의회는 은행의 생각을 반영하기 위한 상설기구인데 외환은행 본점 주요 부서, 핵심 책임자들 과장 및 차장 10명을 추천받아 구성하고 협의회 구성해 정기적으로 미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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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환은횅 나눔재단은 봉사 기회를 수시로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은행 직원들에게 공지, 신청을 받아 참여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봉사의 생활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사회공헌 저변 확대에 적극 기여하고 있다. 사진은 연탄 나르기 봉사에 참여한 외환은행 직원들. | ||
-나눔활동에 참여하는 직원들에게 은행 차원의 배려나 독려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또 직원들에 대한 당부를 할 점이 있다면.
▲마일리지를 부여해서 1년에 상하반기 자원봉사자를 포상하기도 한다. 자원봉사 휴가 제도도 두고 있다.
다만 인사고과에 반영은 하지 않고 있다. 봉사는 어디까지나 볼런티어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강제적인 건 없게 하자는 점에서다.
왜냐면 강제적인 게 없어도 직원들 스스로가 봉사에 참여한 뒤 “오히려 얻어가는 게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재단은 그저 한 발만 내디디면 봉사의 바다를 만날 수 있도록, 굳이 비유하자면 ‘고기들에게 물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은행이 많지만, 같은 은행원이라고 해도 ‘외환은행원’이라고 했을 때 차별화된 이미지가 무엇이어야 할지 생각해 볼 때, ‘남을 섬기고 내 것을 더 내놓을 수 있는,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을 가진 사람들’, 이것이 외환은행의 직원상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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