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XX금융그룹’과 ‘XX금융지주’. 흔히 금융 이슈 기사마다 등장하는 개념들이지만, 그룹 회장은 지주사 회장을 통상 겸임하기 때문에 이들 개념은 섞어 쓰기도 한다. 이 둘은 다른 개념이다. 금융지주는 각 금융 계열사를 지휘하는 컨트롤타워다. 브레인 역할을 하지만 손발은 없는 작은 조직이다. 금융 계열사를 모두 아우르는 경우, 즉 계열사 낱낱의 모임뿐 아니라 이들이 모여 하나의 ‘유기체’로서 사회적 의미가 있는 행보를 보일 때 흔히 ‘금융그룹’이라는 표현이 쓰인다. 금융계에서 사회공헌을 이야기할 때 “XX지주사는 이런 활동을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지주사 자체는 은행이나 보험사와는 비교가 안 되는 작은 조직이기 때문에 직할 직원이 많지 않다. 이런 이유로, 사회공헌 면에서도 지주 단위로 뭔가를 보여주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수장인 회장과 지주사의 기획력과 노력에 따라 각 금융계열사 사회공헌 행보들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그룹으로서의 유기적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그룹(지주)의 사회공헌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창간특집 여덟 번째 시리즈로, 금융그룹 저마다의 사회공헌 색깔을 비교·정리했다.
IMF 관리체제 하에 은행권이 구조조정을 치르면서 우리금융지주가 태동한 이래, 여러 금융회사들이 지주사-금융그룹 시스템을 받아들였다. 이제는 지방은행 등에서도 지주사를 중심으로 금융지주 출범-그룹 전환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현재는 대표적인 주자들인 KB·신한·우리·하나가 4대 천왕으로 우리 금융을 이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들 4대 천왕은 작게는 은행계, 넓게는 금융권 전반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윤을 내고 주주에 높은 배당 이익을 준다는 기업이라는 측면에 충실하고 있지만, 산업의 윤활유 역할(자금의 흐름)을 의미하는 ‘금융’이라는 공익적 기능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들은 금융‘기관’으로 불려온 사회 공익적 롤모델의 전통을 갖고 있다. 이런 역할 모델은 끊임없는 사회공헌 활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불우이웃에 대한 지원으로 시작된 이들의 행보는 계절을 가치지 않고 있다. 금전적 지원, 물품 지원에 이어 직원과 소외이웃 결연 등 정서적 측면으로도 진화하고 있다. 농촌 지원 프로그램, 해비타트(집짓기 봉사) 등 ‘노력 봉사(울력)’에도 많은 금융그룹이 주목하고 있다. 다문화에 대한 이해, 장학 사업 및 문화 관련 지원(메세나) 등은 물론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해외 봉사 지원 등 21세기로 접어들면서 관심사는 점차 넓어지고 있고, 다수의 금융그룹이 여러 활동에 나서고 있다. 즉, 금융그룹 사회공헌 내용을 보면, 서로 ‘중첩되는 아이템들’에 교차적으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백화점식 사회공헌에서도 금융그룹들마다 나름의 특색이나 강점을 갖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스포츠 떡잎 알아보는 KB금융그룹
KB금융의 2010 밴쿠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결승전. 김연아 선수의 마지막 회전이 성공하는 순간, KB금융 본점 건물에서는 일제히 함성이 터져 나왔다. 전대미문의 점수로 세계를 제압한 김연아의 눈물과 대한민국의 감동을 만들어낸 이면에는 KB금융이 있었고, KB 직원들은 하나같이 김연아의 오늘을 오랜 기간 후원했다는 자부심에 뿌듯해 했다.
KB금융이 척박한 한국 빙상에서 피어난 ‘피겨퀸’ 김연아에 후원을 시작한 것은 2006년. 재능은 충분했지만 아직 완전히 그 능력을 꽃피우지 못한 상황에서 KB는 일찌감치 선뜻 그 가능성에 주목했다. KB금융은 김연아의 자선 아이스 쇼를 개최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이후 김연아가 대한민국 1등을 넘어 세계 1위를 거머쥔 것과 함께 세계로 도약하고자 하는 KB금융의 글로벌 이미지도 크게 높아진 것은 불문가지다.
또한, KB금융그룹은 리듬체조 유망주인 손연재 선수와도 2010년 인연을 맺고 후원하고 있으며 피겨 유망주인 곽민정 선수와 김해진 선수도 후원하고 있다. 골프에서도 유망주 발굴, 지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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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금융그룹 어윤대 회장이 어르신 배식 봉사 활동에 나섰다. | ||
KB금융그룹이 골프선수 후원, 대학농구 및 프로야구 후원 등 스포츠 마케팅을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특히 KB금융은 스포츠는 ‘공정한 규칙과 선의의 경쟁’이 만들어 내는 열정과 감동의 장이라는 점에 주목, 프로야구와 대학농구 등의 리그 후원과 함께 고객 접점을 마련, 젊은 고객층을 열광시키고 있다.
잠실야구장에서 청년 고객인 樂star고객 및 우수고객 등 1000여명을 초청하여 야구관람 및 경품 행사 등을 진행하는 ‘2011 프로야구와 함께하는 KB금융데이’ 행사를 진행하는 등 사회공헌을 통해 젊고 역동적인 금융그룹으로 거듭나고 있다.
◆공감을 만드는 공헌, 신한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임직원들이 상자텃밭 나누기 행사에서 상자텃밭을 만들고 있다. 사진 가운데가 한동우 회장.
1982년 설립된 짧은 역사에도 민간자본은행으로서 한국 금융사에 한 획을 그으며 금융그룹으로 성장한 신한. 신한금융은 라응찬 전 회장이 다진 반석 위에 한동우 회장 체제가 출범하면서부터 ‘공존(복지)’, ‘공감(문화)’, ‘공생(환경)’의 3가지 이슈를 본격 강화하고 있다.
여러 봉사 행보 속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사회공헌은 ‘공감’. 신한금융은 전통문화 및 문화재 보존을 적극 전개해오고 있다. 우선 금융그룹 산하 계열사인 신한은행의 전국의 지점망을 활용하여 전 직원과 가족이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동시에 문화재 사랑 운동을 실시할 수 있도록 ‘문화재 사랑 릴레이’ 행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2006년에는 ‘그룹 임직원 모금’을 통해 보물급 해외 유출 문화재인 ‘천상열차 분야지도’를 환수하여 고궁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민간 기업차원에서 해외 유출 문화재를 환수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며, 이후에도 건청궁 복원 지원, 남도여관 보존 지원, 전통 문화학교 지원 등 문화재 사랑 테마를 선정하고 모금활동을 전개한 바 있다. 또한 매년 실시되는 ‘신한금융그룹 자원봉사 대축제’의 중요 테마 중의 하나로 문화재 봉사활동을 선정하고, 그룹 임직원이 참여하는 활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1997년부터 한국금융사박물관과 신한갤러리를 개관하여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금융사박물관에서는 대한민국 금융사를 일반인들에게 알리기 위한 상시 전시, 각종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으며, 신한갤러리는 신진 작가들에게 무료로 전시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스포츠 분야에 대한 지원에서도 공감 마인드를 접목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국내 스포츠 발전과 골프 문화의 대중화에 기여하기 위해 1981년에 창설한 국내 최고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신한동해오픈 골프대회’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골프대회를 통한 나눔의 확산을 위해 소외계층 지원을 병행, 지난해엔 총 1억원의 기부금 모아서 전달했다.
◆낮은 곳에서 소리 없는 감동, 우리금융
‘남들이 화려함을 추구할 때 우리는 우리만의 가치를 추구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는 우리금융. 우리금융은 화려하지 않은 영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는 예금보험공사와 MOU를 체결하고 있는 특수한 지위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한제국 황실 자금으로 태동한 이래 금융보국의 사명을 띠고 쌓아온 112년 전통의 무게감에서도 연원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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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금융그룹 이팔성 회장이 불우이웃돕기 선물상자를 꾸리고 있다. | ||
이에 따라 영업 활동 외에도 광고 PR 부문이나 사회공헌에서도 우리금융은 두드러지지 않는 움직임을 선호하고 있다. ‘함께하는 우리, 행복한 세상’이라는 슬로건 아래 소외이웃 지원, 지역사회 발전, 환경 보전, 학술 교육 및 장학, 문화예술 지원, 체육 진흥 등 다각도 지원을 하고 있지만, 드러내기 보다는 지속적인 사회공헌 활동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우리금융 이팔성 회장부터가 평소 “기업의 사회공헌은 무엇보다도 진정성과 지속성이 중요하며 단순 기부보다는 자원봉사활동 등 임직원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전 계열사와 임직원에게 그대로 이어져 ‘소외이웃과의 긴 동행’이라는 사회공헌 문화를 빚고 있다.
우리금융은 ‘나눔의 4계절’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소외된 이웃에게는 더없이 외롭고 힘든 설, 추석과 같은 명절에 이웃과 함께 따뜻한 나눔을 펼치기 위한 ‘행복한 나눔’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 ‘나눔의 4계절’ 프로그램은 저소득가정 아동에게 행복한 배움터를 만들어 주기 위한 ‘희망드림’, 무의탁 어르신을 위한 생활안정 지원사업 등으로 일회성 지원이 아닌 ‘문제 해결을 위한’ 장기적인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그룹 창립 10주년을 맞이하여 지난해에 이어 국내외 전 계열사가 임직원 1만여명이 참여한 제2회 우리금융그룹 사회봉사의 날 ‘Woori Community Service Day’를 치르기도 했다.
◆소외 없는 세상 꿈꾸는 하나금융
하나금융은 후발주자지만 해외 진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회사 사정은 우리 내부의 다문화에 관한 관심으로도 이어지고 있으며 사회공헌에서도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한 외국인 120만 다문화 시대를 맞이해, 하나금융에서는 여러 사회공헌 활동과 더불어 특히 다문화 관련 사회공헌 개척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노령화 사회, 저출산 등 이른바 ‘마이너리티(소수)’에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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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 조성 작업에 참여한 하나금융그룹 김승유 회장(사진 왼쪽). | ||
하나금융은 중점 사업으로,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다문화 강점을 지닌 글로벌 인재로 양성하기 위해 이중 문화와 언어를 교육하는 ‘하나 키즈 오브 아시아’ 프로그램을 2008년 서울에서 시작, 전국으로 확산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양국 부모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다문화가정에 무료 배포했다. 추가적으로 다문화 이해 도서를 신규 발간, 배포 중에 있다.
사내 동아리 ‘레인보우’는 다문화가정 어린이 문화 체험, 김장 담그기 등 자원봉사 활동 외에 금융인으로서 다문화가정에 금융상담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다문화가정과의 소통 공간인 하나다문화센터 ‘다린’도 오픈, 다문화가정과 이주외국인을 위한 문화공유 공간으로 활용 중에 있다.
특히 하나금융은 다문화 관련 일반인 인식 제고를 위해, 공익광고를 제작해 지면 및 방송을 통해 선보이는 캠페인도 진행해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고령화 사회 문제나 저출산 등 이슈가 본격 대두될 것을 미리 대비, 고령 인구를 위한 요양 및 재활시설이 부족한 현 상황에서 관련 시설을 운영하는 데 나서고 있다. 하나금융은 하나금융공익재단을 통해 2009년 3월 남양주에 하나케어센터를 걸립했다. 저출산과 관련해서는 지방자치단체와 협의, 국공립보육시설을 기부, 위탁 운영하고 있다. 2008년 9월 문을 연 ‘하나푸르니’는 140여명의 어린이들에게 전문가 집단에 의한 수준 높은 보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그룹은 이를 시작으로 향후 10년 내에 10개의 어린이 보육시설을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차가운 금융, 하지만 그속엔 온정이…
이렇게 금융그룹별로 특색 있는 사회공헌에 나서는 활동은 고객의 사랑에 보답한다는 이익 환원이라는 고전적 측면 외에도 각종 창의성의 원천이 된다는 실질적 측면에서 중요하게 평가된다.
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하나금융 같은 경우 다문화 사회공헌에 매진하는 한편, 이를 금융상담 등에 연계하기도 하고, 이는 다시 외국인근로자 관련 상품에 아이디어로 연결되는 등 선순환을 갖고 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효과들 외에도, 내부적으로 결속을 다질 수 있는 장이 되어 준다는 점에서 사회공헌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근래 KB금융 어윤대 회장이 새 사령탑으로 들어섰고, 신한금융이 한동우 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아울러 하나금융은 매트릭스 체제로 다른 금융그룹에 비해 특이한 조직 체제를 가동 중에 있으며 우리금융 역시 현재 매트릭스 전환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외부적으로는 바젤 III 시대 대비, 내부적으로는 체질 개선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즉, 지주사가 단순히 각 금융회사들의 사령탑 역할에만 머물 수는 없으며 그룹 전체가 하나의 조직체로 움직이고 합종연횡으로 업무 공조를 할 필요가 더욱 높게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권의 사회공헌에서 지주는 행사를 기획하고 각 계열사에 손발을 빌리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그룹의 경영철학을 반영한 사회공헌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그 역할의 무게를 더 크게 지고 있다고 할 수 있고 그런 한편 좋은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고도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봉사 현장에 나타나 직접 계열사 직원들과 땀 흘리는 ‘회장님’들의 모습은 소통이라는 측면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 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금융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그룹들에게 사회공헌이란, 안을 결합하고 밖과 연대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사회공헌은 어디까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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