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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증발’ 우려에도 외환보유 꼭 늘여야할까?

[심층진단] 급히 서둘다간 자칫 ‘환율조작국’ 오명 쓸 수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1.09.14 17:34:44

[프라임경제] 스위스가 ‘무제한’이라는 표현을 써 가면서 환율 관리에 나선 가운데, 지난 2010년에 이어 ‘2차 환율전쟁’이 발발할 지 귀추가 주목된 바 있다. 세계 경기 여건상 각국이 절하 경쟁을 펼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유동성 확대 상황에 대한 반응과 일본의 시장 개입 여부에 따라 환율전쟁 문제로 연결될 여지가 있다. 아울러 유럽 재정 위기의 파장이 거센 가운데 그 여파는 어떤 형태로든 환율 관리와 관련을 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한국은 특히 유럽 재정 위기 국면에서 급격한 시장의 동요를 겪으면서 이 같은 국제 경제 사정에 대한 대응책 점검에 더 높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해외자본이 꺼려 할만한 조건이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외환보유고와 통화 증발(增發) 효과의 부작용 등에 대한 인식 재고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매력적 투자처였던 한국 ‘낮은 과속방지턱’ 택했지만…

한국이 단기외채에 대한 경계심을 전혀 보이지 않은 운용 체제를 가동해 왔거나 특별히 외부 자금의 유입에서 완전히 소외되는 등 ‘문제 구역’이었던 것은 아니다.

동아시아 지역을 볼 때, 올 2분기 국가별 정부 발행 채권에 있어 중국은 전년대비 1%, 한국은 4.2%, 필리핀은 5.4%, 싱가포르는 8.1%, 태국은 5.6% 증가했으며, 2분기 회사채 발행은 중국 30.8%, 인도네시아 41.9%, 한국은 11.3%, 말레이시아는 11.1% 등으로, 한국은 비교적 준수한 관심 투자 대상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이 자국에서 발행되는 외화표시채권에 대해 내년부터 14%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투기꾼들에 대항하려는 취지라고 분석, 보도한 바와 같이 우리 당국은 단기외채에 대한 몇 가지 관리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FT는 “이는 환율전쟁에서 벌어지는 가장 최근의 수법으로 여겨질 것”이라면서 한국은 대신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핫머니의 유입을 제한하면서 시장을 발전시키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FT가 “스위스 프랑화의 직접적인 방어 조치와 비교할 때 가장 노련한 환율 전사인 한국이 취한 약간의 세금 인상은 자본 유입을 막으려는 아주 낮은 과속방지턱으로 보인다”고 풀이한 것처럼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만으로는 시장에서의 급격한 외국 자본의 이탈을 방지하는 데 충분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유럽발 재정 위기 부각 국면에서 외국 자본의 유출입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외환보유액을 늘려 외국인 투자자의 불안감을 상쇄하자는 주장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당국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 있었던 지난달부터 8일까지, 유럽계 외국인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3조9000억원대, 채권시장에서 1조4000억원대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신 “체력 약한 한국, 신용 경색 취약”

우리나라는 왜 이처럼 경제 회복 기대감과 함께 높은 수익률을 좇는 외국인 자금이 몰리는 투자처로 각광받다가도, 위기감이 고조되면 바로 한꺼번에 철수하는 곳이 되고 있을까?

지난 8월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한국의 경우 외국인들이 외환보유액(3040억달러)보다 많은 4500억달러의 주식과 채권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의 은행권이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도매자금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신용 경색에 취약한 원인이라고 풀이했다.

이는 대만과 비교했을 때, 외환보유액과 경상수지 흑자가 견고한 완충 장치 역할을 해 주는가의 차이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는 한국 원화가 매우 취약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경상수지 흑자의 상대적 빈곤성은 다음과 같이 지표로 확인된다. 모건스탠리, 도이치뱅크 등 9개 국제 투자은행(IB)들은 올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3%로 작년의 2.8%보다 1.5%P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비교 대상인 아시아의 10개국 중 인도(-2.5%)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것이며 아시아 10개국 중 투자 매력도에서 처지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외환보유액도 마찬가지다. 8월말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3121억9000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하나, 일본의 8월 외환보유액 규모가 1조2185억100만달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아울러 대만(6월말 기준, 4008억달러)과 비교해도 규모가 열세라고 할 수 있다. 외신의 지적을 참고해 해석하면 결국 한국은 개방 경제의 특성상 투자를 했다가 일시에 빼내기 좋은 투자처이긴 하지만, 경상수지나 외환보유액 등 펀더멘탈면에서 보면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유동성 쌍방향으로 흐르는데 ‘금리 디커플링’까지
 
하지만 국제 유동성의 흐름을 예측하고 콘트롤하는 것은 점차 쉽지 않은 과제가 되고 있다. 우선 지난 11∼12일간(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BIS) 총재회의에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글로벌 유동성이 과거에는 선진경제권에서 신흥경제권으로 일방적으로 흘렀으나 이제는 쌍방향으로 흐르고 있어 세계 각국 경제운영의 중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 것(‘글로벌 유동성 현황과 이와 관련된 정책이슈’ 발표)처럼 △유동성이 쌍방향으로 흐르는 점이 문제다. 둘째, 국가간 금리정책의 디커플링이 국제공조의 균열을 불러온 점도 유동성 예측과 관리에 난제로 부각되고 있다(이런 주장으로는 예컨대, 2010년 7월19일 나온 LG경제연구원 ‘국가간 금리정책 디커플링, 새로운 글로벌 위기 부를 수 있어’).

요약컨대, 현재의 국제 경제 사정은 급격한 자금 유출 등의 변수를 고려해야 할 필요가 더 높아지고 있고, 그런 자금 출혈이 발생할 경우 수반하는 빈혈의 심각성 역시 심각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1차적으로 이러한 사정을 방어하기 위해서, 거시적으로는 한국의 투자 매력도를 상승시키기 위한 방안으로서 준비 작업이 그만큼 철저하게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즉, 급격한 외부 자본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거시 경제의 건전성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그 방안으로 위 논문에서는 “건전 재정의 유지, 원화 가치의 지나친 고평가 방지 등을 통해 경상수지를 적자로 돌아서지 않게 할 필요”가 언급되고 있다.

특히 유동성이 쌍방향으로 흐르는 등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운 속도가 붙은 상황에서 외환보유액의 적정한 보유 또한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와중의 한국 위기설 부각 등은 모두 급격한 자본 유출 사정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는 해외자본 유출이 용이한 구조인 데다,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쌓지 못한 점이 신뢰 부재 상황으로 이어진 데 상당 부분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1997년 말에 외환보유액이 단기유출 가능 해외 자본의 규모에 크게 못 미친 바 있고 2008년에도 시장 불안감을 모두 끄기에 부족한 규모였는데, 현재도 위에서 언급한 로이터의 주장과 같이 외환보유액은 결코 충분한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연구위원도 14일 ‘유럽 위기와 외환보유고 점검’ 보고서를 통해 “현재 외환보유액은 외국인 증권투자액의 20%인 1000억 달러가 단시간내 한국시장에서 빠져나갈 경우 726억 달러가 부족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외환보유액 증액=통화 증발 부작용?

실제로 그 동안 외환보유액을 증액하는 것은 통화 증발을 유발한다고 지적받아 왔다. 즉, 통화량을 증가시켜 물가상승 등 고통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유력했다. 하지만 고전적 기준의 적정 외환보유고로는 필요충분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환보유액 증액 필요성은 이러한 부작용의 크기를 넘는다는 해석이다.

특히 현재 외환보유액 증액은, 외환보유액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고환율 정책을 고집해 보유고 낭비 논란까지 불거졌던 2008년경의 정책적 실패를 답습하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다만, 통화 공급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서는 통안증권 발행을 해야 하는데 이 부담에 대한 공감대 확인이 필요하다. 아울러, 시장에서 달러화를 사들여 급격히 외환보유액을 늘리면 환율 조작국 오명을 쓰게 될 위험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외환보유액 확충과 별도로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 확대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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