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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은행 인력수급, 고비용·저효율 ‘한계’

[심층진단] 정규직 충원으로 처리할 문제를 비정규직 업무 확대로?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1.04.22 16:43:00

   
 
[프라임경제] 한국씨티은행이 근래 금융위기 회복 국면에서 실적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화두가 되어 온 금융권 M&A 대전 이후 영업전이 본격화되면 이 와중에서 버티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일시적으로 실적에서 밀리는 문제만이 아니라 조직 운영과 관련, 한계에 부딪힌 게 아니냐는 우려로 연결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한국에 진출한 이래 한미은행과의 합병하면서 대기업 금융과 프라이빗뱅킹(PB)을 주력으로 한국시장에서 자리매김해 왔다. 하지만 이런 영역에서 국내 시중은행들이 점차 영역을 넓혀가면서 고유한 강세가 희석되고, 오히려 영업력 저변이 약하다는 문제가 한계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충분한 결과가 나오기 전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설상가상의 상황인 셈이다.

비정규직 업무 강화, 차별감소 ‘선의’ 아니라 ‘동족방뇨’ 차원 도입?

최근 한국씨티은행은 비정규직원인 ‘전담직원의 역량단계운용’에 착수했다. 근무성적, 경력평가와 연수평가를 종합해 전담직원을 4단계로까지 세분 운용한다는 것이다. 전담대리(L3), 전담과장급(L4)로 승급되면 급여 인상이 가능한데, L4 1등급이 되면 1000만원이상 급여 상승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비정규직원들의 사기 진작에 일정 수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당초 제기됐었다. 하지만 막상 이 같은 급여 인상 효과를 L3급부터 일어난다는 평가인데, 막상 업무 영역이 늘어나는 것은 일선의 텔러급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전담텔러도 출납을 볼 수 있게 하고, 정규직만 맡아온 금고 업무 등 업무 영역도 비정규직에게 맡기게 되면서, 정규직 충원으로 처리할 문제를 비정규직 업무 영역 확대로 메우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씨티은행은 2008년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이후 2년만인 2010년 공채를 재개하는 등 인력 관리 면에서 허리띠를 졸라매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줄어든 인원(퇴직 등 자연감소 포함) 대비 충원인원이 약 3:1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도된 역량단계운용은, 정규직이 보기에는 인원의 부족 현상을 ‘언 발에 오줌누기’식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불만을 일으키고 있고, 여기에 비정규직들이 계속 가져온 ‘무기전환율이 낮다’는 불만을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업무 양과 질이 확대되는 어느 쪽도 흡족해 하지 못하는 어중간한 제도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

필요한 정규직 역량을 임시로 메우고 있는 문제로 꼽히는 또 하나의 영역은 ‘대출모집인’ 관행이다.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이 대출모집인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영업점포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상황에서 외국계 은행들이 대출자산 확대를 위해 모집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해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의 대출 모집인은 은행권 전체 모집인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비정규직과 외주에 상당히 의존하려는 경향이 보이는 것은 왜일까? 상대적으로 좁은 영업망과 최근과 같은 수익 답보 상황이 지속되면 큰 부담을 안고 정규직 확충을 시도하기 어렵다(한국씨티은행은 그간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연봉 수준을 자랑해 왔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 활용이라는 카드를 시도했으나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 활용으론 근원적 문제 해결 어려워

하지만 이 같은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해서는 장기적으로 영업 대전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실적 상황부터 살펴보자. 한국씨티은행의 지난해 총수익은 전년대비 1.6% 증가하는 데 그쳐, 1조5165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자이익은 순이자마진 개선 등에 힘입어 전년대비 8.6% 증가한 1조3553억원을 기록했고, 외환파생관련 수익이 감소 등으로 비이자이익은 전년도 2410억원에 비해 40%줄어든 1460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많은 은행들은 비이자이익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일례로 우리은행은 이종휘 전 행장이 물러나기 전 비이자이익이 전체 이익의 20~30%를 차지하도록 해 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한 바도 있다.

하지만 비이자이익 확대야말로 현재 한국씨티은행이 보이고 있는 비정규직 적극 활용 같은 단편적 대책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풀이다. 일반 대출이 아닌 펀드나 퇴직연금, 방카슈랑스 등에서 얻는 비이자수익은 하루아침에 강화되지 않으며, 대출모집인 동원 같은 방식으로도 접근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우리나라의 대출모집인 활용에 금융 당국이 특히 예의주시하는 것도 이들에게 지급되는 높은 수수료가 결국 나중에 고객 부담을 키우는 문제 외에도 ‘고위험 고수익’ 대출 횡행을 허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영업 강화와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접점으로 비정규직 업무 확대 같은 시도되는 배경도 이해 못할 바가 아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과연 옳은지 이번 전담직원 역량운용 문제를 계기로 되짚어야 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또 각도가 다소 다른 이야기지만, 연초에 일부 한국씨티은행 지점의 PB들이 절차 위반(금융실명제)으로 잡음을 빚었던 것도 성과와 효율에만 집착하는 분위기가 조직 전체 분위기에 오히려 부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절차를 중시하는 본국 시스템 영향을 강하게 받던 이전의 외국계 은행 분위기에서는 찾기 어려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런 인력 관리의 여러 신호를 어떻게 읽고, 또 어떻게 그런 신호를 반영해 나갈지, 한국씨티은행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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