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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카드의 ‘허당 웨딩이벤트’ 논란

웨딩이벤트인데 가족 사용액 합산, 해외소비만 독려 국부유출 조장?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1.04.18 11:33:39

[프라임경제] KB국민카드가 KB국민은행으로부터 분사된 이후 야심만만하게 홍보 작업에 나서고 있다. 은행계 카드로서 적극적 고객 공략에 한계가 없지 않았던 상황에서 풀려나 자유롭게 마케팅 시동을 거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와이즈 카드’를 출시하면서 그간 다소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포인트 부문에 대해 공세를 펴고 있고, ‘슈퍼스타 K’ 출신이나 메달리스트 수영선수 등 젊은 층에 인지도가 높은 인물들을 활용해 CF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고객층을 대상으로 각종 이벤트들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이벤트 중에는 의욕이 앞서다 보니 문제가 있는 상태로 설계돼 그대로 진행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치밀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주거나 ‘묻지 마 이벤트’로 고객들 눈에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KB국민카드가 예비 신혼 부부들의 혼수 마련 부담을 경감시켜준다는 취지의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분사 이후 많은 이벤트가 론칭되었는데, 특히 3월 하순부터 웨딩 이벤트가 마련돼 진행 중이다. 신혼부부에게 추첨을 통해 큰 규모의 캐시백 혜택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홈페이지의 해당 이벤트 소개 페이지 광고 문안(카피)의 내용을 보면 “추첨을 통해 웨딩관련 업종에서 사용하신 금액의 최대 100%를 돌려드린다”라고 하였고, 해당 이벤트를 소개한 KB국민카드 홍보 관계자는 “고물가로 인해 결혼비용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많은 예비 신혼 부부들을 위해 실속 있는 이벤트를 마련했다”라고 하여 이같은 내용이 언론에 인용보도된 바 있다(13일자 보도 사례 참조).

이는 결혼을 하지 않은 ‘예비부부’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고(이미 혼수 준비와 결혼을 마친 신혼부부가 대상이 아니고), 이는 일각에서 갖고 있는 KB카드는 나이든 사람들이 쓰는 카드라는 왜곡된 이미지를 확실히 제거하는 동시에, 봄철 웨딩 특수를 시의적절하게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이벤트 설계 내용을 보면 간판으로 걸고 있는 것과 달리 웨딩 이벤트의 특징을 갖고 마련, 진행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다수 존재한다.

우선 웨딩업종(결혼서비스업: 여기서 결혼서비스업이란 KB카드 가맹점 업종 분류 기준에 의함)을 이번 이벤트 대상으로 포함시키고 가전 구매 수요를 합산하는 것은 적절해 보인다. 그러나 기타 여러 항목의 구매 실적을 함께 이벤트 응모 가능액 합산 대상으로 잡고 있는 것은 명목이 웨딩 이벤트이지, 실제로는 일반적인 카드 사용(신용 구매)을 독려하는 데 다름 아니라는 지적이다.

   
막상 이벤트 내용을 보면, 굳이 웨딩 관련 수요(지출)이 아닌 경우까지 이벤트 대상에 포함하고 있어 일반적인 이벤트와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행·항공·숙박 등의 이벤트 항목의 경우를 보면, 신혼여행에 해당하는 허니문 상품에 특정하는 등으로 신혼여행 관련 소비를 구분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소비 독려 캠페인과 구분이 어렵다. 의류 등 소비나 대형마트, 인터넷쇼핑몰 수요를 모두 그대로 인정하는 것도 특히 결혼 이벤트라는 간판을 걸고 일반 카드 구매 판촉을 하는 것이란 우려를 살 수 있다. 

가족회원 이용을 포함해 일정 금액에 도달하는 경우를 이벤트 대상으로 편입하는 것도 문제가 없지 않다. 가족회원이란, 일부 카드 상품 중 1개의 카드 신용 사용가능액 한도 내에서 가족이 함께 이를 나누어 쓰도록 복수의 카드를 조인트로 발행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이 같은 혼수 이벤트에 이를 허용하면 가족카드 사용을 지정한 고객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이 된다.

아울러, 해외 사용과 기내 사용을 차별해 대우하는 것도 형평성 논리에 어긋나는 것으로 지적된다. KB카드 이벤트 내용 소개에 따르면, 해외 사용액은 포함되나, 기내 구매는 합산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해외 사용을 신혼여행으로 가정하고, 이에 수반한 소비(해외쇼핑)에도 함께 혜택을 주기로 판단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위에서 이미 이야기했듯, 허니문이 아닌 여행 구매를 사실상 분리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해외에서의 쇼핑액은 포함, 기내에서의 구매(이는 면세 구매가 될 것인데)를 구분할 논리적 이유가 하등 없어 보인다. 오히려, 국적기를 이용해 출국 내지 귀국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이 여행의 기내 구매로 발생하는 구매 수요를 이벤트에서 배제하고 해외 사용액(쇼핑액)을 혜택 대상으로 넣는 것은 국부 유출을 오히려 부추긴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없지 않다.

◆입증 의무 없고, ‘기혼자 고객’도 응모 가능 ‘허점’

   
이번 이벤트는 업체의 홍보 담당자 발언이나 이벤트 소개 홈페이지 내용 등을 종합할 때 예비 신혼 부부들을 위한 웨딩 이벤트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결혼한지 오래이거나, 결혼 계획이 없는 자도 응모가 이뤄지는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 
   
실제로 기혼자인 ㄹ씨(KB카드 보유고객)의 경우 버튼을 누르자 마자 응모가 됐음을 알 수 있다. 가입 고객 정보에 기혼으로 돼 있는 사람만이라도 걸러내도록 이벤트를 설계하거나, 이벤트 당첨자에게 혜택을 제공할 때 가까운 시일 내 결혼을 하는지를 체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문제는 위에서 설명했듯, KB국민카드 스스로 이를 예비 신혼부부의 결혼 준비 부담을 경감시킨다고 하여 기획한 것인데, 이벤트 응모를 관리할 적에 예비 신혼부부를 굳이 이벤트 대상으로 한정해 필터링을 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위에서 지적한 여러 사항, 즉 실제 결혼 준비에 해당하지 않는 소비를 모두 합산해 주고 있는 점은 응모 대상을 철저히 관리한다면 시각에 따라서는 지나친 지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 신혼부부의 구매는 형편과 여건에 따라 극히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이어서, KB국민카드의 이벤트 설계 사례와 같이 사실상 적용폭을 크게 열어두는 게 나을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과 같이 이벤트 응모의 가산 범위를 사실상 무한정으로 열어둔 채로, 응모 대상의 필터링 또한 제한을 하지 않으면 이는 웨딩 이벤트가 아니라 일반 소비 신용 구매 촉진 이벤트이고, 예비 신혼 부부 대목은 ‘명목’으로 이용하는 것에 불과해 ‘양두구육’이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워진다.

실제로 이벤트 홍보 내용을 살펴볼 때, 또 실제로 응모를 진행해 볼 때에, 결혼에 임박하지 않은 미혼인 경우, 이미 결혼을 한지 일정 기간이 경과한 고객(기혼인 자)에 대해서 응모 제한을 두고 있지 않고 실제로도 모두 아무 필터링 없이 응모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까운 시일 내 결혼의 계획이 전혀 없는 ㅇ씨와, 이미 결혼을 한 ㄹ씨가 있다고 할 때, 원래 기획 의도 같으면 이들을 걸러낼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는 게 옳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해당 이벤트를 응모 시도해 보는 경우(사진 참조) 아무 제한이 없이 ‘응모’가 이뤄짐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지급 과정’을 보더라도 이벤트에서 당첨되는 경우 아무런 확인 없이 KB국민카드 대금 결제의 통장으로 지정된 계좌로 곧장 캐시백을 해 주게 돼 있기도 하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상당히 결혼 준비와 관련이 없는 업체(업종)들이 다수 이벤트 사용액 합산 대상으로 열려 있음을 감안할 때에, 이는 해당 회사의 이벤트 마련의 변(辯)과는 달리 ‘결혼 준비’와 아직 하등의 관련이 없거나 이 단계를 이미 졸업한 KB국민카드 사용자들에게도 응모 문호를 열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혼자를 사실상 예비 신혼 부부 고객과 구분해 내는 적절한 방법은, 일례로 지난 2월 발표된 전세금 대출 지원 대책의 예를 참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대책은 KB국민카드와 달리 예비 신혼부부만으로 한정하지 않고 ‘결혼한 지 오래이지 않은 일명 신혼부부 및 예비 신혼부부’를 함께 대상으로 하는데, 그 대상을 필터링하는 방법을 언론들이 소개한 바를 보면, ‘결혼한 지 5년 이내인 부부’는 각종 제증명으로 바로 입증이 가능하고, ‘결혼이 예정된 단독세대주를 포함하며’의 경우 ‘예식장 계약서·청첩장 등 증빙자료를 제출’하고, ‘대출실행 후 2개월 이내에 반드시 혼인 신고할 것’이라는 등 적절한 사후 확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혜택을 제공하자는 일개 이벤트와 정부 차원에서 주택 종합 대책의 일환으로 마련되는 전월세 대출의 확인 진행 과정을 완전히 동일한 수준으로 엄격하게 진행하도록 요구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현재의 KB국민카드 웨딩 이벤트처럼, 결혼을 이미 한 자나 결혼과 연관이 없는 자가 아무런 방비 없이 응모를 하도록 해 주는 것은 ‘고의적인 부주의’ 내지 ‘고객 전산 자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마케팅의 ABC를 외면한 것이라는 우려를 사고 있다.

결국 이번 KB국민카드의 웨딩 이벤트는 결혼 준비를 돕는다는 좋은 취지로 시작했지만, 결혼 준비와 관련 없는 소비까지도 아우르면서 오히려 계획되고 절제된 소비를 예비 신혼부부들에게 심어준다는 효과를 이루지 못하고 있어 의도가 퇴색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응모 관리의 기술적 관리 측면에서 볼 때에도 ‘결혼 준비와 하등 연관이 없는 자들의 소비’ 역시도 이벤트에 편승시켜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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