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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도 무섭지 않은 신한지주 인적자원

두터운 고급인력OB-현직층에 우군도 군계일학 수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1.01.28 10:38:57

[프라임경제] 신한금융그룹이 지난해의 위기를 털어내고 중흥기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신한금융그룹을 이끌 새 함대사령관격인 신임 신한지주 인선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이미 신한은행에 신임 행장을 추대하였으며, 29일 서치펌(헤드헌팅업체) 두 곳으로부터 신한지주의 신임 회장 후보군 명부를 제출받는 등 인사를 매듭짓는 수순을 순조롭게 밟고 있다. 한편 이와 함께 28일 신한은행의 주요 부서장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져 있는 등, 설을 전후해 주요 문제를 대부분 처리하고 2월말이면 재도약 준비를 대부분 마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그룹이 2010년의 상처를 치유하고 재도약을 할 수 있을지 신임 지주 사령탑 인선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남대문로에 있는 신한지주 본사.
신한은행 서진원 행장 발탁 의미는?

신한은행의 경우 이백순 전 행장이 라응찬 전 회장 등과 함께 자리를 떠나면서 시선을 모은 바 있다. 타은행들이 M&A 대전이라 불리는 금융지형 개편에 임하고 있는 사정 속에서 금융그룹의 주요 사업체인 은행의 새 선장이 누가 되는가에 따라 상당한 경쟁력 변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신한은행의 새 수장을 보면 신한지주 내부에서 어느 정도의 후보군을 신한지주 예비 회장으로 보고 있는지 윤곽을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서진원 행장 카드는 신한금융그룹과 그 뒤에 있는 일본 주주들의 내심을 잘 반영한다고 하겠다.

서 행장은 신한지주에서 부사장을 지낸 이후, 신한생명으로 이동, 신한생명 실적 성장을 일군 인물이다. 다만, 신한생명은 2000년 이후 여러 차례 방카슈랑스 몰아주기 논란 등을 겪은 회사라 ‘기저 효과(워낙 바닥이 낮으므로 그 다음에는 조금만 잘 해도 성장세가 두드러져 보인다는 경제 및 증시용어)’가 없을 수 없다는 비평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더욱이 서 행장은 고령이긴 하지만, 지주 회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이인호씨 등에 비해 임용서열 면에서 밀리는 편이다. 신한의 기업 문화는 이미 이같은 사정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정도의 안정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신한의 주주들이 ‘외부’에 명확히 인식시키려 한 게 아닌가 해석해 볼 수 있다.

즉 연령순으로 밀어내기(가지 쳐내기)를 하거나, 연령을 존중하는 두 가지 우리 나라 기업 인사 문화에서 자유로우며, “우리는 서진원급은 행장 정도로 보고 있으니, 그 이상의 자리에 낙하산을 보내려면 누가 봐도 그 이상 되는 자를 보내라”는 신호를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특정인 뒤에 줄서기’ 아닌 ‘노멘클라투라’가 부각되는 문화

흔히 사내 정치라는 부정적 요소를 이야기할 때, 학맥과 지역색을 중심으로 인맥을 설정하는 게 통례이다. 그런데 신한금융그룹, 작게는 신한은행 내에서 인사와 관련 이야깃거리를 공급하는 층, 즉 가장 많이 회자되는 핵심은 신한은행의 일본 지점 근무 경력이라는 특이한 근무 경력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금은 서로 상처를 주는 사이가 됐으나, 라응찬-신상훈-이백순으로 이어지는 핵심 역량층(예컨대, 이 전 행장이 한때 신 전 사장을 오사카지점에서 보필한 인연은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전에도 요직을 맡았던 인사들을 보면 일본과의 연계고리를 갖고 있는 층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한편, 일본에 보내는 직원은 본사에서도 검증된 인력군이라는 점에서, 인맥 중심이라기 보다는 단일한 경력을 기반으로 한 공감대를 공유하는 층으로 이해될 여지가 크다.
 
이런 신한의 독특한 인력층은 북한의 권력층처럼 왕조나 신정정치와 유사한 것이 아니라, 소련이나 중국처럼 혁명동지들이 (서로 경우에 따라 숙청 싸움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하한선은 지켜가면서 인력군 전체의 수나 질의 저하를 가져올 권력 투쟁은 하지 않는 식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노멘클라투라’를 형성시켜 놓고 이 두터운 인력 후보군을 통해 충원을 지속해 나간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간 ‘라응찬 체제’라는 굳건한 시스템이 있어 이같은 인력층을 가동할 기회가 적었던 것이지, 이것이 급히 붕괴할 상황에 대한 작계(作計, 한국군은 북한 붕괴 등에 대비, 전면전이나 국지전, 북한 진입 후 군정 실시 등에 대해 작계5027, 5028, 5029 등을 갖고 있다)는 추상적으로나마 마련돼 있었던 셈이다.

이에 따라 신한지주의 차기 회장 인선이 라응찬 대 신상훈 알력의 2라운드, 즉 라 전 회장과 신 전 사장의 대리전이 아니냐는 시각이 금융시장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점은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으나 그 방향에 대해서 어느 쪽으로 갈지를 모두 풀 수 있는 최종 키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먼저 “류시열이냐, 아니냐”라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차기 회장 후보로 강력하게 거론되었던 류시열 회장 직무대행은 라 전 회장과 막역한 인연이 있다. 그런 점에 기반해 그의 판단에 대한 해석론이 구구했는데, 지난해 말 신한은행장 인선 과정에서도 같은 맥락의 지적이 나왔다. 일부에서 라 전 회장이 류 회장에게 특정인을 행장으로 밀어달라고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던 것이다. 류 회장은 그러나 직무대행 선임 당시부터 사심이 없음을 강조하는 강단있는 언행으로 난관을 돌파했다.

지주의 새 회장감으로 거론되는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장이 이른바 친신상훈계로 거론되기도 한다. 하지만 한 이사장은 재정경제원에서 일하던 시절 벌금형 전력이 있어(1990년대 중반) 이에 대한 도덕성 검증평가 부담이라는 걸림돌이 있다. 신상훈측에서 대항마로 밀기에는 적절치 않은 구석이 있는 것이다. 29일 서치펌에서 들어올 명단을 받아 열릴 특위에서는 후보 평가 기준의 비중은 도덕성 30%, 신한금융과의 적합성 30%에 업무전문성 40%을 합치게 된다. 세부평가 요소는 윤리의식과 청렴도, 금융업에 대한 통찰력과 리더십 등을 검토한다. 따라서 신 전 사장이 대리전이라는 측면에서만 한씨를 밀기 위해 나서지는 않으리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결국 관료출신이든(류 대행은 근래 “관료 출신이 오는 것을 막지 않는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내부인사 출신이든(특히 전직, 즉 OB층이 두텁다)간에 신한에서 납득할 만한 후보군에 속하는 인사들이라는 용광로에 녹아들지 않으면(멀팅 팟 이론), 적어도 샐러드처럼 섞여들기 적절한 인사로 판단되지 못하면(샐러드 볼 이론) 어림도 없다는 점이 관전 포인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주 수장의 후보로 거론되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제1 인물로 앞서지 못하는 특수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만만찮은 외부 팬클럽 ‘남덕우 적통 계승 반정부 강골교수도 親신한’

더욱이 강 전 장관이 사실상 가장 강하게 MB 후광을 입고 있는 인물이면서도 현재 지주 회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에 다소 묻히고 있는 느낌마저 주는 데에는 신한 내부에서 육성된 전현직 인사들이 우수하고 충분하게 축적돼 있다는 점 외에도 다른 요인이 있다.

대표적인 인사가 서강대의 김병주 명예교수다. 차기 지주 회장으로까지 현재 거명되는 김 명예교수는 ‘서강학파의 마지막 주자’로 거론되는 학계의 유명인사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경제정책을 다듬었던 남덕우 교수에서 연원하는 서강학파는 선성장 후분배 정책을 강조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김 명예교수의 경우 2000년 은행평가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기 전에는 신한은행에서 사외이사로 일한 인연이 있는 등 오랜 우호적 외부세력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일부 은행에서 친MB 인사나 유력한 전직 고관대작을 사외이사로 급히 섭외하는 관행과는 인연의 끈의 굵기가 다르다.

더욱이 ‘강만수씨의 낙하산을 찢어버릴 수 있는 유력 인사’로 거론될 운명이었다고도 볼 수 있는 인물이다. 금융시장에 대한 당국의 간섭에 거부감을 보이는 등 이미 오래 전부터 관치  금융 논란을 막아낼 ‘소방수’ 자질을 충분히 다져온 인사다. 김 명예교수는 이미 2001년 정부가 금융기관에 전화로 압력을 넣는 ‘증거없는 압력’과 관치금융 관행에 대해 “은행장들은 반드시 정부로부터의 전화를 녹취해야 할 것이라고 공개석상에서 발언하는 등 강골(2001년2월22일 금융기관 연찬회 발언)임을 과시해 왔다.

일각에서는 김 명예교수의 이같은 점을 회상, 그가 지주 회장 후보감이라는 보도가 자꾸 흘러나오는 것이 바로 ‘강만수 킬러’역으로 제시된 것이라는 해석을 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신한지주의 차기 회장 선발 대회는 29일 명단 마련만으로 모든 윤곽이 드러난다거나, 일단 대강의 밑그림이 드러남으로 이해 세인들의 관심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차원과 다른 시청률 롱런 현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두터운 조연층이 받쳐주는 신한의 특색이 KB금융의 어윤대 낙하산 논란, 하나금융의 김승유 재선임 가능성 등 근래의 여러 케이스들과 어떻게 다른 드라마를 끌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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