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독수리(미국)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급소를 모두 피해 나간 용(중국).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이 서로 윈-윈하는 게임의 모델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서로 이익을 봤다고 하지만 중국이 적절한 카드를 사용한 점이 돋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 함께 이란 핵 문제나 한반도 안보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고, 중국으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이끌어 내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중국 인권문제와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확실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중국의 강경한 태도에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셈이다.
무엇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후진타오 중국 주석에게서 '위안화 절상'의 구체적 약속을 받지 못했다. 백악관은 환율 시스템의 개선이나 유연성 확대라는 원칙적 입장만 공동성명에 포함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환율전쟁의 기둥뿌리' 위안화 절상 '못했나, 안했나'…백악관도 휴전원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 정부는 최근에도 2000억달러를 쏟아 붓는 등 환율시장에 매우 강압적으로 개입해 왔다"고 비판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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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경제력을 협상 무기로 활용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 ||
이에 대해서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 위안화 문제에 대한 공격의 칼날을 아주 날카롭게 세우지 않는다는 기류가 조성된 게 아니냐는 풀이도 나온다.
중국에 대해 그간 비판적이었던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후진타오 주석의 방미에 앞서 "중국은 위안화를 높이는 것이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촉구 발언을 하기는 했지만, 이 발언을 보면 똑같은 무게로 무역장벽, 지적재산권 등 통상이슈를 제기했다는 것이다. 즉, 방점이 미국과 중국간의 관계 전반에 관한 것으로 옮겨 갔거나 무역전쟁에 찍히고 있지, '환율전쟁'은 일단 잠시 미뤄두기로 미 행정부 내에 공감대가 형성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런 풀이에는 이미 위안화가 상당폭으로 절상됐으며, 앞으로 이 추세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전제로 깔리고 있다. 지난 2010년6월 중국 인민은행이 달러 페그제에서 유연한 환율시스템으로의 변화를 밝힌 후, 위안화는 달러화에 대해 지금까지 3% 이상 절상됐다. 연율로 계산하면 절상 폭이 6%에 달해 미국이 더 압박해도 중국의 반발 외에 얻을 게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통큰투자'로 '오바마 체면 세우면서 압력도 행사'
더욱이, 중국이 보여준 커다란 선물 보따리가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을 이끌어 낸 게 아니냐는 풀이도 제기된다. 근래 롯데마트에서 국내 유통계에 주요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강력한 물량 공세로 인한 이슈 선점, 즉 '통큰** 시리즈'와 유사한 논제가 이번 미-중 회담에서도 목격되는 점은 흥미롭다.
중국은 이번에 경제인들을 대거 수행시켜 방미단을 꾸렸다. 실제로 중국은 '경협 선물 보따리'를 푸는 저력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로 450억달러 수출과 수십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선물 보따리를 얻어, 정치적으로 상당히 명분이 서는 혜택을 누렸다.
이렇게 대규모 경제효과를 유발해 줌으로써, 중국은 백악관의 체면을 세워주는 대신, 위안화 절상 효과를 사실상 대체하는 것이라는 협상력을 얻었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이같은 카드를 제시한 만큼 이슈를 우리가 선점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간다는 '거부하기 힘든 유혹'을 백악관에 들이댄 것이고, 실제로 그와 같은 효과(인권이나 대만 관련 논란을 피해감)도 얻어냈다. 일본이 경제 강국이면서도 미국의 압력에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플라자 합의'를 해 준 사정이나, 그 다음 입은 후폭풍 피해를 보면 이같은 중국식 처리가 미국측에 녹록찮은 상대라는 느낌을 주었을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에 따라 향후 환율과 관련한 여러 분쟁은 국제 경제에서 강한 논란거리로 남을 것이며, '환율전쟁의 2라운드'가 언젠가는 다시 불붙을 전망이지만 중국은 이미 지난 번 1라운드 이상의 방어기제를 갖추는 법과 대결을 피하는 방법, 그리고 그에 필요한 저력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환율전쟁'의 여러 당사자인 이머징 국가들은 중국의 이같은 빠져나가기를 시샘의 눈길로 지켜봐야만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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