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하나은행,천재지변이니 고객이 2000원손해봐라?

회현동지점 동파피해 ATM 사용중단에 '통장재발행'유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1.01.17 15:40:20

[프라임경제] 기록적 한파로 곳곳에서 동파 피해 등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 역시 이같은 피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부산이 96년만의 한파(16일 해운대구 -11.5도)를 겪는 등 전국을 덮친 한파로 각 일선 점포 등에서 피해가 없지 않은 것.

하지만 그 대응 방식에 있어 고객 불만을 더욱 가중시키는 예가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보수작업 들어간 ATM "영업시간 내엔 수리 안 돼"

서울 중구 회현동에 소재한 하나은행 회현동지점. 이곳은 동파 피해로 ATM 기기들이 설치된 부분이 피해를 입어 기계 사용이 전면 중단됐다. 17일 오후 2시 30분경 해당 부분의 1층 천장을 모두 뜯어내는 등으로 보수 작업을 검토하고 있으나, 문제는 영업 시간 내에 기기 사용을 재개할 방법이 마땅찮다는 것.

문제는 이같은 지점 사정으로 인해 고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은행 회현동지점을 찾은 고객들 중 체크카드를 사용하러 온 고객들은 기기 사용 중단 소식에 발길을 돌렸는데 이후 해당 지점에 문의한 결과 "어쩔 수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이 이어졌다.

   
하나은행 회현동지점은 동파관련으로 17일 ATM 전면 사용 중단 사태를 맞았다.

◆"수수료 부담 후 통장 재발급이 최선"

해당 지점 번호 02-318-1111로 문의한 결과는 대략 다음과 같다(이 경우 해당 지점을 관리하는 콜센터로 연결되며 문제 사항을 지점에 바로 확인하면서 답변 제시 대화를 하는 형식으로 고객을 응대한다).

   
사고가 난 하나은행 회현동지점은 천장을 뜯는 등 문제 부분을 찾고 보수공사 후 기기 점검을 하려면 17일 영업시간 종료 이후에나 사용이 가능한데, 문제는 체크카드 등만 들고 나온 고객들의 편의 배려가 전혀 없이 책임 전가를 한다는 부분이다.
고객: ATM 사용이 안 되는데 어쩌라는 건가?  은행 통장은 사무실에 없다. 이런 경우 인출 방법이 없나?

지점: 무통장 출금 거래는 안 돼 있나?

고객: 그런 건 안 돼 있고, 지금 지점에 ATM 전부 사용 안 되는 것 모르나?

지점: 저희는 지점이 아니고 거기 지점 연결되는 콜센터 번호다. (확인에 극히 짧은 시간) 그렇다.

고객: 어떻게 해야 하나? 신분증 갖고 가면 확인해서 출금해 줄 수 있는 방법 없나?

지점: 확인해 주겠다. (확인에 시간 약간 걸림) 그런 방법은 없다. 신용카드 문제라 안 된다.

고객: 본인이어도 안 되나?

지점: 가까운 다른 지점으로 가든지, 재발급을 받으라. 그런데 수수료 2000원이 있다.

고객: 통장 재발급 말인가?

지점: 그렇다.

고객: 지점에 확인한 답 맞나?

지점: 그렇다.

즉 본인임이 확인되고 은행 고객임이 증명되는데, 전산상으로는 연결이 돼 있기 때문에 이같은 경우 어떤 일반예금, 적금 내지 펀드 등을 갖고 있는지 현재 모두 파악이 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느 지점에 들러 요구하든 신분 확인만 되면 본인 앞으로 다른 지점에서 개설된 통장 폐쇄 등도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경우 오히려 지점 과실임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하는 데도, 하나은행측은 이를 일방적으로 '통장을 분실한 것처럼 가장'하여 '재발급 신청'을 한다는 방법을 쓰게끔 유도하고 있다.

통장 개설과 예금의 권리 관계는 은행법상 관련 규정에도 불구하고 그 가장 뼈대는 민사법상 '소비임치' 논의가 가장 바탕에 깔린 것인데, 특히 전시 등 특별한 사정이 아니면 '요구불예금의 경우' 언제든 즉시(거래 시간대 내에는) 잔금을 고객에게 내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게 상관습으로 돼 있다.

따라서 통상적으로도 전산 에러 등으로 거래 체결에 문제가 생기면 보통은 수수료가 발생하는 경우라도 이를 지점에서 감수하는 식으로 무상으로 처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천장에서 물이 쏟아져 기기 사용이 전면 중단된 지점이라면, 이러한 관례를 무시하고 천재지변에 의한 피해이니 고객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것인지, 현재로서는 하나은행 회현동지점의 독창적 논리가 전적으로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다.

◆느슨한 위기 관리 정신, 소비자 경고 귀 기울여야

더욱이 하나은행 회현동지점은 남대문시장을 앞에 두고 있는 입지상 중소상인들이 주거래층일 수 밖에 없고 이들은 신의관계가 깨지면 거래 형성이 잘 안 되는 특성이 있는 층이다.

무엇보다, 이 지역은 하나은행 회현동지점 200m 이내에 우리은행 본점 영업부가 버티고 있어, 적진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치열한 경쟁 사정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런 와중에 이같이 거래 고객을 유치하기는 커녕 떨어뜨리는 고지식하고도 책임전가에 가까운 응대 태도를 보이는 점은 하나은행이나 하나금융지주 상층부가 영업 강화 포석으로 연말연시에 각종 고위급, 지점장급 인사를 단행하고 있는 것과는 전면 배치되는 일이라 특히 우려를 사고 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