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낙지와 삼양라면 그리고 서울시

오세훈 시장 ‘자신만만’ 입장…관련 피해 발생시 논란 불가피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10.11 16:01:00

[프라임경제] 오세훈 서울시장의 자신감이 화제를 낳고 있다. 서울시에서 나온 낙지머리 중금속 유해성 논란이 식품의약안전청 결과와 배치된 가운데, 오 시장은 “되도록이면 낙지 내장과 먹물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주무부처와 서울시간 힘겨루기로 비칠 수 있는 데다, 국민들에게 혼선을 준다는 점에서도 과연 적절한 언행인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오 시장은 11일 열린 국회 행안위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서울시가 성과주의에 젖어 너무 성급하게 검사결과를 발표한 것 아니냐”는 민주당 이윤석 의원의 질타에 대립각을 세웠다.

이 의원은 “중금속이 묻을 수 있는 쇠칼을 검사도구로 쓰는 등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연구환경이 극히 열악하다”고 지적하며 맞섰다.

그럼에도 오 시장은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기술수준이 열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오 시장은 “다만 계속해서 기관 간에 대립이 되면 어민과 상인이 피해를 볼 것 같아 서울시가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 의원이 “대한민국 식품의 먹거리 기준은 식약청인데 무엇 때문에 서울시에서 서둘러 발표해 어민이나 상인들에게 피해를 주느냐”는 말처럼 이미 공격적으로 일을 벌인 뒤이고 또 타기관과 대립각을 세우는 등의 상황은 현재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오 시장의 태도는 이미 주승용 의원이 7일 식약청 지침도 무시한 방법으로 검사를 했다고 지적을 내놨고 이렇게 내용에 확실성이 없는 사항에서 “낙지까지 화가 났다”며 관련 어업 농가 피해 확산을 위해 자제를 당부한 것도 무시한 처사다.

산하기관인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결과에 대한 자신감에 기인한 발언이라도 여러 모로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서울보건연구원 신뢰성, 이미 여러 번 깨져

문제는 이처럼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각종 활동에 오 시장이 무한대로 신뢰를 보내는 게 옳지 않아 보인다는 데 있다.

오 시장 재임 시절인 2008년 4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중국산 과자에서 발암물질을 검출했다. 그러나,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이 같은 검출 사항을 식약청에 발송하는 과정에서 전산 오류로 제대로 접수시키지 못했고 이로 인해 문제를 적발해 놓고도 회수가 보름이나 지연되는 문제를 일으켰다. 정상적으로 식약청으로 통보됐으면 바로 식약청의 지청으로 연락, 회수 절차에 나서게 된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행정이 다른 관청과 엇갈린 결과를 내놓거나 내부적으로도 오락가락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경우는 또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양라면을 곤경에 빠뜨렸던 ‘우지 라면 파동’이다.

1989년 당시 검찰은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 조사를 의뢰, 공업용 우지가 식품위생법상 규격기준을 위반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1989년 11월 10일 매일경제). 하지만 논란이 확산되자 검찰은 국립보건원을 감정기관으로 지정하는 등 조사를 확대했다.

문제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내놓은 정제우지 샘플의 산가 도출 결과와 국립보건원 검사 결과는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등 공신력에 문제가 있고, 김종인 당시 보사부장관이 이같은 차이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부위, 검사기기 차이 등으로 검사결과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국립보건원은 검가에서 과학적이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썼다고 자신한다”고 사실상 교통정리를 하기도 했다.

더욱이, 서울시의 행정이 오락가락 큰 편차를 보이는 결과를 내놓고 있고, 스스로의 검사 결과를 뒤엎는 듯한 행보를 소속 공무원들이 보였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논란으로 가장 심한 타격을 받은 삼양라면을 생산하던 업체에서는 “수입원료우지의 경우 미 농부성 산하의 공신력 있는 민간관련단체의 시험성적표를 첨부토록 하고 있으며 정제우지 및 라면완제품은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검사를 거쳐 서울시 도봉구청의 허가를 받았다(1989년 11월 14일, 삼양식품 전응진 당시 사장 발언)”고 말해 서울시가 검찰의 사실상 수사 근거가 된 검사 결과를 내놓은 것과 상반된 행정행위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욱이, 이처럼 한쪽에서는 ‘문제없음’이라는 검사 결과를 주면서도 일부에서는 검찰에 계속 수사를 부추기는 듯한 신호를 주고 있었다는 점도 스스로의 공신력을 대단히 해치고 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이 사건은 결국 무죄판결이 났지만 해당 라면업체는 큰 이미지 훼손을 겪었다).

◆체면 살리겠다고 무리수 연타?

당대의 특수수사 전문가로 꼽혔던 함승희 전 검사에 따르면 “서울시 파견 공무원로부터 우지 문제를 보고받았으나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대안이 없어 묵혔던 기억이 새롭다”는 증언이 있고(회고록 ‘성역은 없다’ 등), 결국 이를 종합해 보면 서울시는 상당히 수치가 오락가락하는 검사 결과를 연이어 내놓으면서 이 같은 큰 편차가 나는 사항을 제때 인지해 규제를 가하는 데 활용하지 못했고, 그러면서도 관련 사항을 직원을 통해 기관에 흘리는 등 주체적인 행정집행을 포기하는 모습마저 보였다고 하겠다.

상황이 이렇고 보면, 서울시에서 산하 기관 자료에 맹신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면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과 설전을 벌이는 것과 식약청과 대립하는 것도 문제려니와, 몇 가지 문제들에서는 소극적인 행정과 일부 과실과 오류가 문제였다면 이번 낙지 파동에서는 서울시가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그로 인한 체면 문제로 무리수를 연타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