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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의 ‘손글씨 글꼴’ 다목적 포석?

기술력&시장장악력 우위 검증 이후 인문적 요소 초점 눈길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10.09 00:00:38

[프라임경제] 이제 대세는 손글씨다. 국내 제일의 포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이 9일 한글날을 맞아 무료 글꼴 배포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NHN은 한글날을 맞아 ‘한글캠페인’을 진행하고, ‘나눔글꼴 3.0 패키지’를 무료 배포한다고 8일 밝혔다. ‘나눔손글씨’는 지난 해 네이버가 한글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한 ‘2009 손글씨 공모전’에서 3만3000점의 응모작 중 대상을 받은 정재경님의 손글씨를 글꼴로 개발한 것이다.

나눔손글씨는 자연스러운 리듬과 절제된 생동감이 살아 있어 친근하고 편안한 느낌의 문서를 작성할 때 활용할 수 있다고 네이버 측은 설명했다. 나눔손글씨는 펜체와 붓체 두 가지로 제공된다.

   
 
이 글씨체를 원하는 네티즌은 누구나 네이버 한글캠페인 페이지(http://hangeul.naver.com/index.nhn)에 접속,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네이버 글자체 보급 노력의 완전판?

네이버는 지난 2008년부터 한글캠페인을 진행해 왔으며, 올해는 기존 무료 배포한 나눔고딕과 나눔명조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손글씨체의 경우는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는 관측이다.

일례로, 과거 배포된 바 있는 ‘나눔고딕 코딩체’는 개발자 맞춤 글꼴로, 개인 및 기업 사용자까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 가능하고 재배포할 수 있는 오픈소스 형태의 무료 글꼴이었다.

특히, ‘나눔고딕 코딩체’ 는 각 문자의 특징을 가장 잘 부각시킬 수 있는 디자인을 적용해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글꼴의 기능적 특징을 최대한 살려냄은 물론 한글/영문뿐 아니라 일어 문자도 포함되어 있어 국내 개발자뿐 아니라 아시아권 개발자들에게도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다.

즉 개발자에게 최상의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기능적 측면과 유려한 기능적 배경을 통해 디자인적 요인을 강하게 부각하는 데 초점이 있었다고 하겠다.

예를 들면, 알파벳 대문자 아이(I), 알파벳 소문자 엘(l), 숫자 1과 같이 혼동되기 쉬운 문자들을 명확하게 구별해 코딩 오류를 최소화하고, 글자들의 폭이 모두 일정한 고정폭 형태를 채택해 개발자들이 각종 프로그램 환경에서도 문제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하지만 이번에 제공되는 손글씨 글꼴의 경우는 이처럼 개발자의 편의적 요소와 기술적 최대치, 디자인 면에서의 강화 등 여러 요인 외에도, 사용자가 본래 글자를 손으로 써서 전달하던 아날로그적 감각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가장 아마추어적이고 플레인한 글꼴 개발 노력으로 초점을 바꿨다고 풀이되고 있다.

이는 NHN이 그간 네이버 운영에서 보여온 태도의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인터넷 포털 다음(구 한메일)이 부동의 1위이던 시절 네이버는 “카페에 안주하지 말라. 다음에 더 잘 한다는 말 믿지 말라”며 소비자 감수성을 자극하면서 틈새 시장 공략을 했던 역사가 있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으로 다음을 누른 이후에는 트래픽 증가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검색 기능 강화, 이로 인한 뉴스콘텐츠 운영 면에서의 對언론사 우위 장악 등으로 기술적으로 우위이고 모든 것으로 통하는 관문(포털)을 다 장악한 사이트로 도약,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NHN은 네이버의 발전을 위해 보다 인문적인 요인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 맥락에서 새롭게 주목하게 된 곳이 바로 SNS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근래 네이버가 “나는 Me친 세상으로 간다”으로 간다는 슬로건을 대대적으로 내걸고 ‘미투데이’ SNS 기능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편하고 사용자의 욕구에 부응하는 포털’ 표현하는 가장 좋은 도구

현재 주요 산업에서 마케팅을 펼 때 가장 주목받는 요인은 과거와 같은 소품종 다량 생산의 포디즘 시대의 판매 전략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과도기적인 상황으로는 기술력의 강조나 누구나 한다는 호승심의 자극 등도 일종의 마케팅 기법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실제로,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1000만 시대를 급격히 여는 등 누구나 하는 데 따른 추세적 참여도 적당한 시장 창출 방법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용자의 편의와 욕구, 사용하기 쉽고 질리지 않게 재미있는 점을 어필하는 것에 착안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DSLR 카메라 시장에서 늘 고전하던 삼성전자가 미러리스라는 모호한 영역의 틈새시장을 열면서 무한대의 기술력 경쟁 패턴에서 이탈해 사용자에게 편하고 간편하면서도 품질이 보장되는 점을 강조한 바 있고, SK그룹의 경우에는 “사람을 향합니다”라며 인문적 감각을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활용해 모범적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네이버의 손글씨 글꼴 역시, 기술력을 십분 활용하면서도 기계적인 발전상만을 강조하기 보다는 ‘사람’에 목마른 현 세태에서 부족한 부분을 긁어주는 작은 도구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높다는 점에서 온라인 세상에서 인기를 끌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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