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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문화원은 지난 8월말 여성 응시생들과 사무실이 아닌 인근 식당에서 술자리 면접을 진행했다. 특히 이 자리에는 면접관과 친분이 있지만 문화원과는 무관한 신원불명의 남성 등이 참석, 더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6일 이같은 내용이 보도되거나 이에 대한 언론의 논평이 나오자 서울시는 6일 저녁 각 언론사들에 전화 혹은 메일 등 여러 방법을 동원, "문제의 문화원에 서울시가 시비를 보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서울시 산하 기관은 아니다"라는 요지의 해명을 전달했다.
◆상식과 벗어난 주장…‘산하기관 아냐’ 선긋기 나선 서울시
서울시의 주장에 따르면, 서울시 각 자치구에 설치된 문화원들은 지방문화원진흥법에 의거한 것이며, 시비를 보조할 뿐이라는 것이다.서울시는 "해당기관에 대한 인사감독권한은 없으며, 정관에 대한 심사 권한만 있다"고 주장하면서 "따라서 동작문화원과 서울시는 하등의 관련이 없다"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해당 법에 따라 보면 이 문화원들은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행정청의 계선 조직(일선 행정 조직) 내지 참모 조직(자문 기관 등)으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항변으로 해석된다. 민간 법인에서 벌인 일을 시와 연관짓지 말라는 주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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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여러 면에서 무리가 있어 보인다.
과거 문화 관련 단체들의 순기능에 대해 주목한 정부는 관련단체들을 묶고 최종적으로는 문화원을 설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기에 이르렀는데 이 근거가 지방문화원진흥법이다. 자금 지원 등의 근거가 되는 법이다.
그런데, 이 법의 시행령을 보면, 시행령 제 7조 1항에서 "지방문화원은 매 회계연도 종료 후 2월 이내에 다음 각호의 서류를 관할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을 거쳐 시·도지사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또 2항에서는 "관할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제 1항 각호의 서류를 제출받은 때에는 이를 검토하여 지방문화원의 운영에 대한 검토의견서를 시·도지사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더욱이 동작구가 지난달 30일부터 15일까지 동작문화원과 복지재단, 보육정보센터, 자원봉사센터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행정기관 스스로도 다른 산하기관들과 문화원을 같이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작구의 예산 집행내역을 보아도 2009년도 1/4분기 지원, 3/4분기 시보조 등 자금지원이 통상적인 산하기관과 유사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어서 외형상으로만 민간기구에 대한 지원의 모양을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서울시의회에서도 서울시의 문화행정 관련에 문화원의 위상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있으며 직무 범위 내에 문화원의 감독 내지 관리가 들어가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2005년 서울시의회의 시정질문을 보면, 당시 한기웅 의원은 서울시내 공연장, 박물관, 미술관, 문화원 등의 문화공간이 일부 구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한 내용이 있고, "자치구들의 (문화원과 같은) 문화시설 확충에 힘쓰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가 있다.
그럼 다른 시·도 지자체의 경우에는 문화원에 대한 인식이 어떨까? 2004년에 경기도 하남시의회에서는 하남시문화원이 시비 지원액을 낭비했다며 집행부(시청)에 감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또 인사권이 없다는 서울시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어폐가 있다. 일례로 의정부문화원장의 경우 의정부시에서 내정했었는데 자질 시비로 인한 논란이 불거지자(낙하산 논란) 2003년에 문화원 이사들이 문화원장과 사무국장을 뽑기로 방식을 변경했다.
이를 종합하면 지원과 감독, 문제 발생 시 및 일상적인 관리 등이 지자체와 연계해 긴밀히 이뤄지고 있으며 현재는 변경되기는 했고 지역에 따라서 차이가 일부 있을 수 있지만 인사권을 쥐락펴락하는 등 실상 산하기관으로서 보아도 부족함이 거의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
임학순 저 '창의적 문화사회와 문화정책'(2003년간, 진한도서)에 보면(P.300) '준정부조직과 문화정책'이라는 제목의 장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민간비영리법인을 설립하여 운영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1997년에 설립된 경기문화재단을 대표적 사례로 들고 있다. 또 이 책에서는 "공립 세종문화회관의 비영리법인화, 부천문화재단의 설립 등 공립문화기관이 비영리법인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결국 형식상 전환 사례는 늘고 있고 하나의 트렌드를 구성하고 있지만, 이같은 조직은 어디까지나 순수 민간의 재단 내지 사단이라 볼 것은 아니라 준정부조직으로 인식하고 이를 관변에서 문화정책을 수행하는 전위로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관련법에 따른 비영리민간법인이라는 선긋기 시도는 축자적 의미에 집착한 항의에 불과한 것으로, 이같은 기구가 '산하기관'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또 행정청들이 스스로 그간 해온 업무를 뒤집어서는 안 된다는 '금반언의 법리'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각종 실정에 대한 논란 궁지몰린 서울시…국정감사 의식했나
결국 각종 법리와 일반적 관례 등에 비춰봐도 동작문화원에 대해 동작구가 일반적 관리를 해 왔음은 분명해 보이고, 이같은 산하기관을 거느린 구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다시 상급 관청으로서 일반적 감독을 할 권한과 의무를 갖는 것인데, 이러한 점을 도외시하고 감독을 하지 않았거나 사소한 문제를 간과했다면 그것은 그 내용과 폭에 따라 잘잘못을 따질 일이지 전적으로 연관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동작문화원 술자리 면접 파문에 급히 진화에 나선 것은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등 시기적 민감성을 의식한 반응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국감만 넘기면 그만이라는 접근에서 이뤄진 것이 언론사들에 대한 이번 항의성 해명이라고 한다면, 마찬가지로 국감만 넘기면 문제없다는 무사안일로 귀결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서울시가 과거 정두언 전 부시장의 성희롱 문제 등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일선 각 산하기관들에 이르기까지 작은 권력을 무기삼아 약자인 여성을 면접을 빙자한 술시중 자리에 불러내는 질적으로 나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도록 전반적인 무감각 상황이 번져 왔다는 방증으로도 이번 사건과 그에 따른 해명을 볼 여지도 없지 않다.
◆신거버넌스 시대 감각에 어울리지 않는 꼬리 자르기 급급
이에 따라 서울시 문화 관련 부서와 공보 관계자들이 이번 기회에 해당 사항을 '재고'하도록 시 내외의 촉구가 있어야 할 필요가 '제고'되고 있다고 하겠다.
문제는 또 있다. 모든 것을 행정청이 직접 그 인력과 조직을 신설해 그때그때 대응해 나가는 구시대적 상황에서 관련 민간조직 내지 반행정반민의 준행정조직을 적극적으로 활용, 유기적으로 연계해 일을 해 나가는 이른바 신거버넌스 시대에 이번 해명과 같은 서울시의 자세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신거버넌스 시대는 행정 기능을 일부 외부에 이관하고 방관만 하거나 그 과실을 따기만 한다는 것이 아니라, 일선 노젓기 기능은 민간과 준정부조직과 나누더라도 그 키를 다루는 기능과 지휘 기능 즉 방향잡기만큼은 행정기관이 책임감 있게 전담해야 한다는 논리적 바탕을 깔고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산하기관으로 조직논리상으로나 각종 관행상 등 명백해 보이는 문화원에 대해서까지 문제만 생기면 꼬리 자르기로 일관하고 있는 방식으로 이같은 시대적 조류를 잘 헤쳐 나가는 방향 설정이 가능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전임 시장과 오세훈 현 시장에 이르는 창의 시정 물결을 강화하고 그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신거버넌스 관례 역시 앞으로 훨씬 활성화되어야 할 것인데, 일선 공직자들의 이같은 근시안 처방을 목도한 많은 이들이 토사구팽을 느끼고 협력을 거부한다면 이는 서울시의 시정 발전을 저해하는 상당한 아쉬운 대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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