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전력이 느긋한 환위험 관리 감각으로 재원 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감사원이 30일 한전이 헤지를 게을리해 입은 손실을 밝혀내 우려섞인 시선을 끌고 있는 가운데, 이런 환위험 경시 풍조가 하루이틀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헤지할 방법이 없다? 다른 기업 사례 참고만 했어도!
30일 감사원에 따르면, 한전은 환헤지를 소홀히 해 앉은 자리에서 5000억원에 가까운 천문학적 손실을 입었다. 정부가 보유한 한전 주식 중 일부인 1890만주(지분율 2.96%)를 매입하기 위해, 한전은 지난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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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손실 예방을 위해 환위험관리 노하우를 높일 필요가 강조되고 있으나, 한전은 민간기업보다 느슨한 관련업무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
한전은 내부 규정에 따라 적정한 환위험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했다는 게 감사원 지적이다. 그러나 실상은, 이에 대한 검토 없이 해외 교환사채 전액을 환위험에 노출시킨 셈이다.
정부는 이같은 손실 가능성에 대해 우려, 공기업들에게 환차손 예방을 위해 보유 외화부채를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헤지하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전은 현금흐름이 불확실해 헤지가 불가능하다는 실무진의 의견만을 근거로 해외 교환사채를 장기사채와 함께 헤지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판단했다.
다른 기업의 경우, 해외교환사채는 선물환 매입과 동시에 선물환에 대한 풋옵션 매도계약을 체결하거나, 일부 통화스왑을 통해 환위험을 헤지할 수 있다는 점을 십분활용하고 있다는 게 금융권의 전언이다. 그럼에도 당시 다른 기업의 헤지 사례를 조사하거나 헤지 가능 여부를 외부에 자문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헤지 곤란한 100년짜리 채권?
문제는 한전의 환위험 관리 감각 부실은 이 5000억원대 손실 건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전체적으로 개념 자체가 잡혀있지 않은 게 아니냐는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한전은 지난 96년 3월 말 한국전력이 미국에서 100년 만기 채권을 내놓은 바 있다. 한전은 당시 미국 뉴욕에서 100년 만기 초장기채 양키본드인 '켑코센추리본드(Kepco century bond)'를 2억달러 규모로 발행했다.
물론 당시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도는 AA로, 연 8.28% 고정금리가 가능했다. 그러니 이런 발행을 좋은 조건을 십분 활용한 쾌거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 급등 등으로 외화채권이 부담이 되는 경우를 너무 장기간 겪어야 한다는 것은 문제다. 100년 만기이니 손실은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올 수 있지만, 외화사채의 경우, 원/달러 환율 변화에 따라 장부상 손실로 집계된다(외화환산손).
결국 외화부채가 커질 수 있게 하는 요인은 무엇이든 환위험에 회사 재원을 노출시키는 것과 동급인 셈이다. 무엇보다 장부상 손실이기는 하지만 회사의 손해가 커졌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주가 하락 유발 등이 가능하다. 회사의 위기관리능력 부실로 투자자들 눈에 비칠 수 있으니, 위상 추락이 일어나는 것이다. 사실 장부상 손실보다 이런 부분들이 더욱 큰 문제다.
더욱이 20년 이상 만기의 채권은 기술적으로 헤지 거래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는 게 금융권의 해석이다.
◆김쌍수 사장, 민간기업 계실 땐 환위험 관리 철저하기로 유명?
30일 감사원은 한전 김쌍수 사장에 대해 "환위험 관리지침에 따라 환위험관리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환위험 관리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요구하고, 해외교환사채를 발행할 때에는 다른 기업의 발행 및 헤지사례 등을 조사·분석해 벤치마킹하라고 권했다.
문제는 김 사장이 이걸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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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쌍수 사장> | ||
2006년 환차손 우려가 높아져 재계가 전전긍긍하던 때에는 김 사장(당시 LG전자 부회장)이 'LG전자 비상 경영'을 선언한 가운데 환차손 감소를 위해 유료화 결제 비중을 기존 50%에서 80%까지 확대했다.
또 시간을 좀 거슬러 올라가면, 2004년에는 환차익을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 사장이 회사내 금융팀 및 국제금융센터와 LG경제연구원, 은행 및 증권사 등 사내외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금융관리위원회'를 구성해 환율변동과 그에 따른 경영시나리오를 마련하도록 독려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위에서부터 실무진까지 모두 모르고 능력 부족으로 일을 못하기 보다는, 뿌리깊게 박힌 공기업 문화로 안일하게 일하는 결과 이같은 환위험을 맞는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가능하다. 김 사장 이하 직원들이 환위험 관리 뿐만 아니라 업무 전반에 민간기업과 동등한 긴장감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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