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중국과 미국간 환율 전쟁이 본격화되는 등 세계 경제에 자국 보호주의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이로 인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함께 높아지고 있다. 수출에 의존하면서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회복세를 구가하던 우리 경제가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 저공비행 수출 적신호
지난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55.20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5월 18일 이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며, 정부가 원하는 수준의 환율을 1160원~1220원 정도로 본 시장의 전망(예컨대, 1일 나온 신한금융공학센터 조재성 이코노미스트의 전망) 역시도 하회한 수준이다.
원화 가치의 절상(환율 하락)은 수출 경쟁력의 약화를 가져와 장기적으로 관리 대상이 된다.
수출에도 이같은 영향이 이미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낟.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하반기 들어 주력산업이자 수출의 중심 업종인 반도체와 자동차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반도체 7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7.6%에 그쳤고, 자동차의 7월 증가율 역시 25.9%에 그쳤다. 1분기 증가율 59.3%, 51.0%와 비교하면 반토막이 나, 사실상 성장 엔진이 꺼진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의 수출 증가율은 7월 70.8%에 이르렀다가 8월에는 59.6%로 떨어졌고, 향후 반도체 가격이 불안정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더욱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자동차 수출 증가율은 같은 기간 47.7%에서 27.5%로 낮아졌고, 현재 현대차의 리콜 이슈 등이 불거지면서 당분간 긍정적 전망을 걸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환율 조작국으로 찍히면 수출 더 곤란해져
환율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해도 당국이 개입해 이를 풀기 어려워지는 것도 문제다.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는 위안화 절상에 미온적인 중국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한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개혁 법안'을 24일(현지시간) 구두 표결로 통과시켜 이번 주 내 하원 전체위원회 투표가 에상되고 있다.
그런데 사실상 이 법안은 중국을 가장 큰 목표물로 겨냥하고 있다는 풀이에도 불구하고,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상황을 예상하지 않을 수 없다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법안의 '보복관세 부과대상'이 '환율조작이 의심되는 나라'로 돼 있다는 것. 이 때문에 법안이 발효할 경우 미·중 환율 갈등은 더 격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기타 국가들에 대해서도 시범 케이스 차원의 적용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다.
이미 원화 가치 상승으로 수출 고전 기미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선진국에서는 우리 나라의 원화 가치에 대해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고 평가절하된 통화로 지목하며 백안시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 이같은 환율 보복관세 법안의 대두 상황이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 지고 있다.
지난 22일 영국의 유력지인 파이낸셜타임스는 칼럼을 통해 원화가 아시아 통화 중 가장 평가절하된 통화라고 지목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자료를 인용해 엔화는 지난 5년간 실질실효환율 평균보다 13% 높게 거래된 반면, 원화는 이보다 13% 낮게 거래됐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더욱이 "한국이 원화 절상을 저지하고자 당국이 정기적으로 사전 공지없이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고도 공격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같은 상황은 '수치스러움을 모르는 태도'라는 것이다.
종합하면, 현재보다 수출에 불리한 환율 상황이 되어도 당국이 개입에 나서기 어렵고, 외환시장 개입 국가로 공공연히 지적되면 중국 다음으로 우리 역시 미국의 보복 관세 부과 대상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농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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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수출에 의존했던 한국 경제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이에 따라 내수 경기 활성화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프라임경제 컨테이너항 자료사진)> | ||
◆G20 회의 앞두고 근린궁핍화정책 수면 위로
11월 서울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에서 중국 위안화 환율 문제를 논의하자고 요구가 나오는 것도 사실상 중국 외에 다른 아시아 국가들을 함께 일망타진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중국이 들어가 있지 않은 G8 모임에서도 위안화 문제를 공식 논의하지 않는데, 중국이 포함된 G20 회의에서 논의해 자국 편의대로 답을 끌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는 점을 미국 역시 인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굳이 G20에서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은 중국 외의 국가들에게도 함께 경고의 메시지를 제기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본격적으로 근린궁핍화정책(beggar-my-neighbor policy)을 택하기로 방침을 굳힌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상대방 카드를 모두 빼앗아 온다는 카드 용어인 베거 마이 네이버(beggar-my-neighbor)처럼, 자국의 수출을 증가하고 수입을 삭감하여 국내의 경기나 고용상태를 개선하게 하는 대신 타국에게는 실업 증가와 경기의 악화를 야기하기로 했다는 것. 더 이상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할 수 없다는 피로현상을 느끼고 있다는 풀이다.
이미 미국은 가이트너 재무장관의 지난해 11월 발언을 통해, 세계 무역 불균형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그 주요 밑그림으로 중국과 한국 등 등 대규모 무역흑자를 지속하고 있는 신흥시장국들은 내수 위주 성장 전략 전환과 수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내수 경제 강화 필요성 상승, 부동산 부양만으로는 힘들어
가이트너 장관은 당시 "세계 각국 정부가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모두 저성장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이번 환율에 대한 보복관세 법안은 이런 공세의 현실화로 받아들여진다.
이같은 미국측 공세가 아니더라도, 현재의 불안상황에서 보듯 외부 충격에 취약한 사회·경제 구조를 시급히 바꿔야 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23일 현대경제연구원은 '2011년 국내 경제 전망과 정책 과제' 보고서는 세계 경제 상승세 약화와 내수 경기 둔화 등으로 내년 경제성장률은 올해 5.9%에서 4.3%로 하락할 것이라고 봤는데, 민간소비와 설비투자의 증가율 역시 낮아질 전망이다.
민간소비는 가계 부채 부담이 늘어나면서 올해 4.2%에서 3.8%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설비투자는 수출 증가 지속과 신성장 동력 투자 등에도 불구하고 투자 선행지표인 국내기계수주 증가율이 급락하는 등 올해 20.0%에서 8.5%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2011년은 경제위기 이후 5% 내외의 지속적인 성장 기조를 이어가가 위한 국면 전환의 시점"이라고 주장했는데, 유 본부장은 보고서에서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서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 서비스 산업 같은 내수 산업 육성을 통해 수출의존도를 낮춰야 할 필요가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정부 역시 이같은 필요에 대해서는 이미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대외여건 점검과 서비스 부문 육성 등을 통해 내수와 수출의 균형성장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서는 건설 부양, 4대강 정책 적극 추진 등으로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통한 건설경기 중심 내수 경기 부양을 대안으로 꼽고 있지만, DTI 규제 한시적 완화가 이미 발표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건설 경기 촉진책 카드를 남발하기 어렵고, 이미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는 등(금융감독원이 배영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등) 건설 중심 대책만으로 충분치 않아 서비스 산업 육성 등의 필요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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