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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본점 영업부도 못건드리는 카드시스템?

첨단IC카드 시대에 간단한 정보수정도 못해 "그냥 재발급하시죠"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9.08 16:33:59

[프라임경제] 일찍이 외환은행은 국제 통용카드인 ‘비자’와 업무제휴를 맺고 '외환 비자카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이 1978년의 카드 발급이 우리 나라 신용카드의 효시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외환은행의 카드 관련 체계는 유려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종종 나온 바 있다(관련 기사: http://www.newsprime.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2988  ).

한편, 외환은행이, 고객의 은행과 카드 업무 정보를 융합,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이 새롭게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은행에 카드사업부가 같이 있는 일명 '은행계 카드'이면서도 직원들이 사용하는 시스템이 엉망이라 은행관련 고객 정보 따로, 카드사 관련 정보 따로의 업무 패턴을 고집하고 있는 것.

◆국민銀 등 IC칩 장점 살려 신용카드에 각종 기능 심기 적극적

현재 신용카드의 고객 정보 저장 기능은 비약적으로 발전한 상태다. 마그네틱선 카드가 보안문제로 IC칩 카드로 진화하면서, 신용카드 전면에 심어져 있는 손톱 크기의 금색 칩이 신용카드마다 탑재됐다. 이같은 IC카드칩은 용량이 8~23KB에 달해 여러 정보를 담을 수 있게 된지 이미 오래이고 향후 이 용량을 늘리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있다.

여러 정보를 담을 수 있지만, 은행이 카드 사업부를 자신의 한 내부부서로 갖고 있는 은행계 카드(우리은행, KB국민은행 등이 카드사업을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라)나 전업계 카드라 해도 같은 금융그룹 내에 은행 계열사가 있는 회사(예컨대, 신한카드가 가족 은행으로 신한은행을 갖고 있는 경우)라면, 협업을 통해 거래 편의성을 도모하기 가장 좋은 경우가 바로 신용카드를 은행 입출금 카드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일이다.

즉 원칙적으로는, 은행 계좌의 입출금 편의를 위한 카드는 ATM카드가 따로 있는 것이고 신용카드는 신용카드일 뿐이라 별개 발급이 정석이다. 하지만 일정 금액을 은행이 보관하고 그 한도 내에서 신용카드처럼 쓰는 체크카드가 하이브리드 상품으로서 등장했듯, 신용카드와 은행계좌를 함께 쓰는 경우에는 번거롭게 발급하기 보다는 한 카드로 두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 줄 수도 있다.

IC칩에 정보를 다양하게 담을 수 있으니, 아예 처음에는 신용카드로 발급됐던 카드에 입출금 기능을 추가하는 게 간단하다는 것.

KB국민은행 계좌와 KB카드를 같이 쓰는 고객의 경우, "은행계좌에 딸려있는 체크카드를 분실했다. 재발급을 받기보다는 그냥 이 신용카드에 은행계좌 입출금 기능을 넣고 싶다"고 부탁하면 바로 해당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국민은행 본점 영업부(서울 여의도 소재: 본점에 속해 있으나 실상 일선 지점과 유사한 기능을 함)의 창구에서 의뢰해 본 결과 시간은 각종 서류 작성 등을 포함해도 5분 이내로 소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카드와 신한은행은 별개의 법인이나 이때도 KB 사례와 유사하다. 신한은행 일선 점포를 찾아 같은 기능을 넣을 수 있다. 신한은행 동여의도 지점을 통해 은행 계좌 발급과 신용카드 신청 등을 해 본 결과, 은행 계좌 개설시 함께 나온 체크카드를 정지시키지 않은 상태에서도 신한카드에 입출금 기능을 넣을 수 있었다.

은행권 관계자 등을 종합하면, 바로 신용카드 IC칩에 쉽게 정보를 추가로 넣을 수 있다. 그러므로, 회사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면) 접속을 통해서 고객 거래 정보를 수정만 바로 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외환은행의 경우는 이런 간단한 업무를 하지 못하고 있고, 개선 의지도 없어 보인다는 것.

◆직원도 못 건드리는 '만날 오류나는 시스템' 덕에 "재발급 권장"

"통장(6*0-19438*-**3 보통예금 계좌)을 개설할 때 입출금 카드를 발급받지 않아 이용이 불편하다"며 "마침 쓰는 외환카드가 있으니 여기에 입출금 기능을 넣어 달라"고 외환은행에 요청한 경우를 위의 두 은행 사례와 비교해 보자.

   
여의도의 모 점포(외환은행은 여의도, 여의도중앙, 여의도남지점 등을 갖고 있음)를 방문한 결과는 "우리 지점에서는 이 기능을 추가하기 어렵다"는 답변.

이렇게 카드 발급 건수 유치에는 어느 지점을 막론하고 직원들이 모두 열을 올리면서, 정작 카드 관련 민원을 처리할 수 있는 지점은 따로 있다는 자체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본점 영업부라고 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8일 정오 무렵 본점 영업부(서울 을지로 소재)에서 이같은 내용을 의뢰해 본 결과, 외환은행은 자행 신용카드 정보에 은행 관련 정보를 이식하는 시스템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본점 영업부에 이같은 사항을 요청하자 돌아온 답변은 "카드를 재발급해야 한다"는 것.

직원 중 선임인 직원의 발언 내용은 더 문제가 많다. 후배 행원들에게 설명하는 내용으로는, 해당 사항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자주 오류가 나므로 그냥 깔끔하게 재발급을 하는 게 관행이라는 것. 결국 회사 시스템 전반이 엉망이라고 볼 여지가 농후하다. 

◆"깔끔하게 재발급"? 불필요한 재발급에 장당 1만원 낭비

이렇게 지체되면 "그냥 재발급 해 달라"는 쪽으로 기우는 게 인지상정. 어쨌든 개별 고객 입장에서는 같은 결과를 받아들었으니 다른 은행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서비스에 문제가 없다)고 느끼고 넘어갈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재발급이 원활한 것도 아니어서, 해당 점포에 재고가 있으면 바로 재발급을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신청 후 기다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외환은행과 외환카드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정작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이렇게 재발급을 하게 되면 고객에게 재발급 비용을 청구할 수도 없다. "다른 은행에선 해 주는데 왜 안 되느냐"는 사람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게 곤란하기 때문. 외환은행은 이런 경우 카드 오류로 처리, 재발급을 해 주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럼 언제부터 "깔끔하게 우리가 손해보고 재발급하고 말지"라고 외환은행 직원들은 외쳐 온 걸까?

신용카드의 위·변조를 막고자 IC칩이 붙은 카드로의 전환이 적극 추진된 기간은 2003년부터 2008년까지다. 그러므로, 이때부터 정보를 추가해 달라는 고객 니즈가 발생했다고 볼 것이다(그 이전 마그네틱선 카드 시대엔 이같은 요구를 하면 교체&재발급이 당연했다). 외환은행은 적어도 5년 이상, 길게는 7년 가량 이같은 패턴을 반복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이야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IC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졌지만 2000년대 중반까지는 IC카드 발급 비용이 만만찮았다. 신용카드 한 장을 만드는데 비용은 당시 1만원 정도였다. 다른 은행계 카드들이 신용카드의 IC 위력을 십분 활용하면서 재발급을 가급적 줄여나가고 있을 때, 외환은행은 이런 칩 비용을 고스란히 부담하면서 "재발급을 받으시라"라고 유도해 온 셈이다.

고객 정보를 수정하려 했다가 오류가 수시로 나 진행이 어려운 점이 늘상 반복됐다면, 은행 전산 시스템을 수정하는 방법을 찾았어야 할 텐데, 재발급을 유도하면서 '미봉책'을 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하나은행이 이미 '팍스하나 시스템'으로 전환, 차세대 전산 시스템 강화를 마무리하는 등 경쟁 은행들은 전산 기능 강화에 나서는데, 외환은행은 발견된 오류 수정조차도 서로 쉬쉬하고 있다는 점은 경쟁력 약화는 물론 기강 해이로도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이 이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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