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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민병덕 행장, '오픈카 사열' 논란

참전용사 등도 누리기어려운 예우…자매결연 기업에 과도한 대접?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9.07 09:25:50

[프라임경제] KB국민은행 민병덕 행장이 해병대 사령부를 6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일 관계자와 국민은행 사내방송 KBN에 따르면, 민 행장은 사령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의장대를 사열하는 등 최상의 예우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 행장은 무개차(컨버터블카)에서 의장대 사열을 했으며, 통상 장관 이상의 방문 등에서나 연출되는 장면인지라, 국민은행 사내방송은 이를 편집, 행원들을 대상으로 상영했다.

하지만 이같은 행보는, 지난 7월 모 해군 대령이 군작전용 소형선박인 고속단정에 민간인 탑승을 요청했던 기강문란 사례(이것이 전복돼 탑승자 2명이 의식불명에 빠지는 등 물의를 빚었음. 군 전역자 등에 따르면 원래 민간인 탑승이 안 되는 이같은 선박에 고위장교 가족·지인 등을 '유람'차원에서 태우는 것을 일종의 특권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음)에 비교할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과도한 영접을 받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KB국민銀-해병대사령부 자매결연 끈끈하기는 하나…

   
<사진=민병덕 국민은행장>
국민은행과 해병대사령부의 관계가 각별하기는 하다. 해병대사령부와 국민은행은 2008년 4월 3일 자매결연을 맺었다.

이후 국민은행은 해병대 주관 '서울 수복 기념 마라톤대회'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공동으로 실시하고 있다.

특히 현재 행장인 민 행장인 부행장 시절 산악자전거를 해병대 장병들에게 기증하는(300대 규모) 데 직접 나서는 등 인연이 깊다.

◆사열 등 군 의전, 함부로 베풀어도 받아서도 안 되는 게 도의

의전(儀典:protocol)은 본래 외교행사에서의 형식이며, 형식은 관행으로 굳어져 운영되는 것이니만큼 경우에 따라 변형이 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하지만 정해진 원칙이 없다고 해서 함부로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특히 군 의장대와 관련된 의전은 국가 품격을 대표해 행사를 집행하러 대표적으로 나서는 단체이므로 주의를 요한다는 견해가 많다. 귀빈의 등급에 따라 정상회담 때와 장관급이 다르고, 일반적으로 말하는 명사(VIP)가 방문하는 경우가 다르다. 군 의장대 사열이나 레드 카펫 등을 제공하느냐 여부도 민감한 사안이다(보통은 국빈급에 한정, 이뤄지는 게 관례다).   

따라서 군에서도 보통 국방부 의장대가 국빈 의전에 동원되는 경우나, 각군의 고위 장성이 주요 보직에 이취임식을 하는 경우가 아니면 자주 남발하지는 않는다.

민간인의 경우는 과거 구 일본군의 관동군 사령부가 대장성 관료가 방문하는 경우 사열을 한 예가 있으나, 이는 대표적으로 빈축을 사거나 대장성의 비정상적으로 높은 위상을 대표하는 사례로 언급되는 좋지 않은 예이다.

우리 군의 경우 민간인에 대해서는 사열 기회를 주는 경우가 드문데, 이례적으로 한국전 참전 용사에 대해서는 대함 경례 형식으로 사열에 참여시킨 적이 있다.

한국전 발발 직후 일어난 대한해전에 참전했던 참전 용사 등 2300여명을 최신예 함정인 독도함에 태우고 부산 앞바다에서 '대한해전 60주년' 기념행사를 치른 뒤 참석한 함정들이 독도함을 향해 대함 경례(승조원들이 모두 도열해 경례를 함. 상대적으로 지위가 높은 함에 하는 것)를 한 것을 사열로 볼 수 있다.

◆선 넘었나 논란 불가피, '사양했으면 아름다웠을 것'

은행장 같은 경우는 대체로 군사령부 단위를 방문해도 예방에 만족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것으로 보인다.

해군의 경우를 보면, 부산은행 이장호 행장이 2008년 2월 '해군작전사령부'의 부산 이전 축하차 방문했으나 위문금 전달과 장병 격려, 고위 관계자 면담 등을 한 경우가 있다.

육군의 경우엔 2007년 12월에'제3군사령부'가 '금발벽안'의 외국인 행장 방문을 받은 드문 경험을 했는데, 외환은행 리처드 웨커 당시 행장은 12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육군 제3군사령부를 방문하여 장병들을 위문하고 사령관에게 성금을 전달했다.

어느 경우를 보든 간에 은행장급이 군사령부 단위를 방문하는 경우 특별한 격식을 갖춘 행사는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즉 이번 민 행장의 의전 사례에서도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하거나, 몰상식이라고까지 볼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조직일 뿐 아니라 국가 안보의 간성이며 국격을 대표하는 기관인 군에서 통상적인 수준 이상의 영접을 하는 경우에는 스스로 사양하는 게 '노블레스 오블리제' 아니겠느냐는 지적에선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군이 민간 위에 군림하는 시대는 분명 아니지만, 외국인 대주주 지분이 높은 금융기관의 일개 임기제 수장이 국가원수나 장관급, 혹은 참전 용사 등과 동렬의 예우를 누리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공감대 조율은 앞으로 신중히 논의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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