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민주노동당이 존재감을 키워 나가고 있다. 한때 약진했던 민노당은 종북주의(북한을 맹종하는 일부 진보 세력내 경향) 논란과 진보신당과의 분당 등으로 지지율 추락과 국회 내 의석 감소 등을 겪으며 위기의 시간을 보내 왔다.
하지만 강기갑 의원이 경남 사천에서 한나라당 사무총장 출신의 거물 이방호 전 의원을 꺾으며 반전의 계기를 잡은 이래, 이정희 대표 시대 개막 이후 세력 확장에 속도를 높이는 양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 대표는 "수도권에서 진보정당이 당선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2012년의 총선에 서울에서 지역구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정희 '지역구 출마, 목표선거구 관악을'
이 대표는 지난 7월 28일 'FUN20과 시민주권이 함께 하는 차세대 대학생 리더 캠프'에 참석한 자리에서 "진보정당이 수도권에서 당선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히면서 "민주노동당이 수도권에서 당선을 해야 작으니까 포기하는 정당이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고 폭 넓게 정책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2일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오늘은 많은 분들이 그 동안 관심을 가지고 기다려주셨던 지역구 선정에 대해 먼저 말씀 드리겠다. 2012년 총선에서 수도권 출마를 약속했고, 지난 당대표선거에서도 민주노동당의 수도권 돌파에 앞장서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을은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13부터 17대까지 내리 5선을 할 정도로 야당과 시민사회진영의 성향이 강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선거구 문제에 대해 이 대표도 "이 지역은 진보정치세력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많은 곳이다. 시민사회운동의 뿌리가 깊고 유권자들의 정치의식도 매우 높아 진보진영이 꾸준하게 두 자릿수 득표를 올린 곳"이라고 설명했다.
◆'유연한 진보' 효과와 한계 인식…본격적으로 존재감 높인다
다만 이 지역구가 진보정치세력에 우호적이나 현실적으로 보면 민주당 김희철 의원이 맡고 있다는 점에서 보듯, 민노당과 이 대표로서는 관악을 지역구만 놓고 보더라도 민주당과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후보 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그야말로 '칼부림'을 해서라도 뺏을 것인지 향후 나타날 이 대표의 관악을(을 바탕으로 나타난 수도권 지역구 금배지 배출)에 대한 의지의 강도가 세인들의 관심을 끌 전망이다.
이 대표 역시 이같은 사정을 모르지 않는다. 이 대표는 2012년 총선에서의 수도권 위상제고 노력이 이같은 문제를 안고 있음을 의식한 듯, "지역 당원들과도 함께 이야기했다. 기대하시는 것만큼 당당하게 헤쳐 나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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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유연한 진보'라는 기치를 들고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최초로 기초단체장을 배출(배진교 인천남동구청장, 조택상 인천동구청장)하는 등 위상을 높였다. 울산 지역 등 한정된 지역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기존 인식을 깬 것.
이는 '유연한 진보' 정책이 가져다 준 가장 큰 혜택이라고 할 수 있다. 범야권 단일 후보의 효과를 본 면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 등과의 동거만을 유일한 정책으로 내걸기는 어렵다는 점도 여실히 입증한 것이 지난 번 지방선거였다고 볼 수 있다. 민노당은 7월에 치른 재보선에서는 광주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민노당은 한나라당 2중대'로 공격을 하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고, 서울 은평을에는 '잘못된 공천 논란'이 민주당내에서도 큰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이 단일후보로 나섰다 패배하는 것을 목도해야 하기도 했다. 단일 후보 배출을 위해 '감수'할 부분이 작지 않다는 것이고, 당의 자체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언제고 반복될 문제이자 '을'의 입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도 확인된 계기라는 풀이다.
따라서 이 대표가 몸소 다음 총선에서 지역구를 목표로 뛰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이같은 당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민주당과의 연대 등 다른 야당들과의 연대·협력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어젠다 마련이라고도 볼 수 있다.
◆'유연한 진보'와 '작다고 포기하지 않는 정당' 사이서 '스탠스' 정립
이로써 이 대표가 밝힌 '유연한 진보'의 윤곽은 대체로 확인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지난 번 당대표 취임사를 통해 "진심의 정치, 유연한 진보로 강한 민주노동당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취임사에서 "거친 구호나 작은 차이에서 진보의 정체성을 찾지 않겠다"면서 "시대와 국민이 요구하는 과제를 위해서는 우리 안의 작은 고집이라도 내려놓고 가장 먼저 희생하고 헌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권위와 기득권에 대해 단호히 맞서는 힘은 바로 그 유연함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진심의 정치, 유연한 진보로 강한 민주노동당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었다.
종합하면, '유연한 진보' 기치는 결국 전술은 유연하게 하더라도 전략의 기본틀은 버리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되고, 이번 관악을 출마 선언은 대표 개인의 신상 발언이라기 보다는 이같은 당의 비전에서 나온 발상이라고 볼 수 있다. 유연한 진보라는 개념이 정립되고 민노당의 향후 '스탠스'를 분명히 한 것이 이번 지역구 출마로 표출된 셈이다.
"거친 구호나 작은 차이에서 정체성을 찾지 않겠다"(당대표 취임사)던 민노당은 더 큰 파이를 찾는 과정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을 통해 몸을 푼 유연한 진보 민노당은 이제 민주당 등에게 버거운 상대로 성장해 나가는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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