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서울특별시가 시청 리모델링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본관 지하에 공간 확보를 하기 위해 첨단 공법으로 알려진 '뜬구조 공법(Underground Space Extension Method)'을 채택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뜬구조 공법'은 건물 밑에 지지 파일을 세우는 기법이다. 지지 파일을 세우고 유압잭을 설치하면 건물을 띄울 수가 있는데, 이렇게 한 뒤 땅을 파내 지하 공간을 만드는 방법이다. 지하 20여m를 파고 130여개의 파일을 박는 대역사다.
◆문화재 보호 제약으로 인한 고육책
이같은 공법은 서울시청 외에 시도된 전례가 극히 드물다. 비용도 많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에서는 볼쇼이 극장 공사에 이같은 방법을 동원한 바 있고, 일본에서도 문화재급 건물을 고치는 방법에나 주로 활용할 정도다. 국내에서는 신세계백화점 본점 지하 증축 케이스가 유사 사례로 꼽힌다. 지하 1층·지상 5층이었던 신세계백화점 구관은 지금 75개의 기둥에 의지, 공중에 띄운 뒤 공간을 확보하는 공사를 했다.
그럼에도 이같은 방법을 택한 데엔 이유가 있다. 서울시의 청사 본관 건물은 2003년 국가 등록문화재 52호로 지정돼 허물거나 훼손할 수 없다. 서울시는 문화재청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고 긴급 철거 강행 등 무리수를 뒀지만 결국 태평관은 허물되, 전면파사드(외관)와 중앙홀돔 원형보존 등의 과제를 안고 타협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건물을 보존하면서 연면적 1만여㎡의 지하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뜬구조 공법'이 유일한 수(手)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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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서울시청 리모델링은 근래 몇년새 '뜨거운 감자'였다. 최근에는 아직 국내엔 생소한 기법인 뜬구조 공법 시도를 감수하면서까지 지하 공사를 강행하려한 점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관심과 우려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청 본관 리모델링 관련 市홍보 페이지의 소개 내용> | ||
◆모스크바 지반 붕괴 우려, 서울서도 재연될까 '기우'
이같은 결정은 서울시가 나름대로 문화재 보호라는 족쇄에 고심한(의식한) 것으로는 풀이된다. 지하 공간을 키워 이 곳을 시민들이 찾는 서울시 대표 도서관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에 어떤 불순한 의도가 작용한다고 볼 것만도 아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그림에서 보자면 과연 적당한 방법인지는 의문이 남을 수 있다. 삼성건설의 시공능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나, 이 공법은 아직 국제적으로도 널리 사용되는 방법은 아니고, 심지어 언론에 알려지기 전인 금년 초부터 일부 명문대 건축관련 학과들이 관련사에 견학을 요청할 정도로 '미답'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이같은 구상을 펴기에 서울시의 상황이 과연 녹록한가에 의문이 없을 수 없다.
2006년 9월, 러시아 볼쇼이 지하 공간 공사에 대한 영국 언론 보도를 참고 삼아 살펴 보자.
영국 언론 '인디펜던트'지의 인터넷판은 '러시아 모스크바의 지반이 지하 상가와 주차장 건설붐으로 인해 붕괴될 위험에 처했음'을 보도한 바 있다. 모스크바 중심부의 일부 고층건물 아래 지반이 지하 쇼핑센터와 주차장으로 인해 약해졌기 때문에 모스크바시 여러 곳이 줄줄이 붕괴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하는 내용이다.
◆신세계百 구관보다도 의미높아…훼손 가능성 0 아니면 신중 필요
보도 당시, 실제로 모스크바에서는 땅에 균열이 생긴 위험사건이 3건이나 발생했다. 모스크바를 오가는 주요한 간선도로인 레닌그라드스키 대로에서는 밤새 한 구역이 붕괴돼 10m쯤 되는 구덩이가 생겨나고 트럭 등이 함몰됐다.
당시 볼쇼이 극장 지하 공사 작업에도 이같은 사고들은 영향을 미쳤다. 유리 루쉬코프 당시 모스크바 시장은 지난주 지반 붕괴 위험을 이유로 볼쇼이 극장 아래 지하 콘서트홀의 신축 작업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모스크바 시정부는 또 모든 신축 현장 관계자에게 건설 작업으로 지반이 훼손되는지 점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인디펜던트는 보도했다.
서울의 지반은 모스크바보다 굳건하다고, 또 각종 공사로 인해 약해져 서로 도미노처럼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지난 2009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옆에 자리한 환구단을 이루는 건물인 황궁우가 북서쪽으로 기운 것으로 나타나 급히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당시 서울 중구는 신세계 아케이드 지하주차장 설치에 따른 지반 침하와 목재의 건조 현상이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2007년 연말에는 역시 시청과 가까운 지역인 서울역 정거장 지하 굴착 공사 문제에서, 구조물 침하가 일어났고, 그 원인으로는 지하수 변동 또는 열차운행에 따른 진동에 의한 지반침하로 추정된 바 있다. 코레일은 서울역 건축물 정기 안전점검 시행결과 승강기 일부에서 균열이 발생한 것을 발견,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승강기 운행을 정지한 바 있다.
이같은 사정을 감안하면 거미줄 같은 지하철망과 각종 지하공사를 위한 굴착이 상당히 이뤄진 서울시의 경우, 지하 공사를 자꾸 시도하는 자체가 좋게 볼 일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더욱이, 서울시청 같은 무겁고 안전도가 높지 않은(서울시는 당초 문화재청에 맞서 건물을 전면 철거하여야 할 근거로 안정등급이 D등급 이하로 나왔다고 하고, 건축당시 일제가 경성부청사가 건축되던 1925년 7월 무렵에 대해 "서울지역에 이틀 동안 700㎜의 폭우가 쏟아진 '을축 대홍수'로 건립공사가 어려웠다는 기록이 있다"고 해 날림공사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문제가 이미 지적된 바도 있다. 이런 사정에서, 자칫 유압계 등에 의지해 건물을 들어올렸다가는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높은 시청 본관의 일부가 영영 훼손되는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는 셈이다.
과거 유사 공사가 진행됐던 신세계 구관은 1930년 일본 미스코시백화점 경성점으로, 일제 자본에 의한 유통업 점포인 만큼(한국인이 설립한 최초의 백화점은 화신백화점임) 광복 후 이를 물려받아 신세계가 들어섰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것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혹한 식민 통치의 본산 중 하나인 동시에, 현재 구 총독부 청사(중앙청)가 사라진 상황에서 유사한 역사적 의미를 가진 동급의 서울시내 건물은 유일하다시피 한 서울시청 본관을 위험성이 있는 공사에 걸기에는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다고 하겠다.
결국 서울시가 시청 본관 리모델링에 열의를 갖고 있는 속내는 충분히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서울시의 각종 지하 개발 사업의 안정성을 총체적으로 점검한다는 취지에서도 이번 뜬구조 공법 시도(마이크로 파일 활용)에 대해서는 지속적이고 강도높은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 속에 일부 전문가나 학계를 위주로 한 견학만 할 게 아니라, 숭례문 복원처럼 (제한적으로나마) 시민 일반에 대한 공개 시도도 시도해 볼 만 한 것으로 보여진다는 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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