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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SK카드는 최근 CJ그룹과 제휴해 전월 사용실적 제한 없이 할인과 적립 혜택을 주는 '하나SK CJ 티타늄카드'를 선보이거나, 모든 가맹점에서 최대 3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연말까지 시행한다고 밝혀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카드대란 이후 보통 전월 실적 조건을 혜택 제공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이 일반적이며, 가맹점의 할부 이자 부담을 카드사가 사실상 떠안는 행사도 이례적이라는 것.
일부에서는 이같은 공격적 전략을 후발주자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해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카드사 간 과열경쟁을 막기 위해 '부가서비스 수익성 분석' 등으로 카드사의 할인혜택 경쟁에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일련의 행보가 손익분기점을 넘겨 역마진이 나는 정도까지는 아닐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분사 당시 본연의 목표였던 금융,통신,유통 등 영역별 벽을 허무는 컨버전스(Convergence)를 추진, 새 시장을 창출하려는 문제에서는 장족의 발전을 이루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나 지난 2월 나온 하나SK카드 이강태 사장의 선언으로부터 불과 6개월만에 이같은 상황에 빠진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우리가 살 길은 통신 캡티브","연내 50만 모바일카드고객 확보" 이해는 정확했는데…
예컨대, 하나금융그룹 김승유 회장은 지난 1월 '출발 2010'행사 발언을 통해 "하나카드가 금융, 통신, 유통을 아우르는 회사로 전략적 방향을 설정한 이유도 이런 트렌드를 선점하고 주도하기 한 것"이라고 강조했고, 하나금융경제연구소 정희수 수석연구원은 지난 2009년 연말 '2010년 신용카드산업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2010년도 카드분야의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가 카드와 통신의 컨버전스를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라고 강조했다. 정 수석연구원은 "향후 금융지주계열 전업계 카드사를 중심으로 경쟁구도가 재편되어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며 "금융-비금융 컨버전스가 활성화되면서 캡티브 시장을 가지지 못한 금융지주계열 전업계 카드사의 통신 기반 비즈니스 영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통신 캡티브 시장을 확보한 금융지주계열 전업계 카드사를 중심으로 경쟁 구도가 재편될 것이며, 이는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통한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신용카드산업전망 보고서)"이라는 데 하나금융지주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사장이 지난 2월 22일 내놓은 기자간담회 발언은 이같은 회사 내외의 요구를 확인하고 목표를 본격적으로 제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사장은 이날 "하나와 SK의 장점을 융합한 브랜드 이미지"고 하나SK카드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올해 안에 모바일 신용카드 신규 고객 40만~50만명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현재 추진 중인 각종 출혈 논란까지도 불러오고 있는 혜택 제공 역시 "강력한 인센티브와 편리함을 제공하지 않으면 플라스틱 카드에 익숙한 고객의 결제습관을 바꾸기 쉽지 않을 것(간담회 발언 중)"이라는 해석 하에 고육지책으로 풀이돼 왔다.
◆합작의 함정 빠져 컨버전스 시장 공략 성과 작다?
즉 유통 등의 컨버전스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통신 시장이 캡티브 영역으로 뒷받침되어 주지 않으면 후발주자인 금융지주 산하 전업 카드사로서는 극적 돌파구를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통신과의 융합 부문에서는 SK텔레콤과의 합작이 오히려 하나SK카드의 공략 영역을 제한하는 효과를 불러오고 있다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현재 하나SK카드의 모바일 카드는 터치1, 터치7, 터치S 등이 출시돼 있다.
터치1 카드의 경우 많은 혜택으로 눈길을 끌고 있지만(7월 말 출시된 터치1 카드는 관련업계에 따르면 출시 3주만에 2만장 가량 발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공행진이라거나 돌풍으로까지 보기에는 어려운 감이 있다.
지난 2월로 시점을 거슬러 올라가면 신한카드의 S-MORE 카드의 혜택을 누리기 위한 포인트통장이 출시 100영업일만에 10만좌 판매를 돌파, 카드 상품의 인지도를 가늠할 수 있게 한 바 있고, 하나SK카드 자체 기록을 보더라도, 분사 이전인 2007년 지하철이나 버스이용시에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 마이웨이카드를 출시해 8주만에 50만장을 발급한 전력이 있어 3주간 2만장 발급은 아쉬운 감이 크다는 것. 롯데카드의 디씨플러스카드는 지난 2009년 6월 말 출시 이후 100여일 동안 20만명 이상의 회원을 모집했다.
터치1 카드의 경우 사실상 혜택을 모두 누리기 위해서는 SK텔레콤 사용자로 T멤버십을 가입했어야 하며 그 한도가 남아 있어야 하고 전월 사용 20만원 이상이 충족되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전제 조건이 있다는 풀이다<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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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T 월드 홈페이지에서는 제휴사인 하나SK의 상품을 소개하고 있지만, 터치1카드의 모든 혜택을 다 누리기 위해서는 사실상 SK텔레콤 고객으로서 다른 카드의 혜택 제한선과 유사한 조건을 충족해야 함을 설명하고 있다.> | ||
하나SK카드의 터치7 카드도 홈플러스,훼미리마트,SK주유소 등에서 사용하면 결제액을 3% 할인(가맹점별 월 1회,1회 최대 5000원) 받을 수 있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출시 직후 사실상 SK텔레콤 휴대폰 이용자만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나SK카드가 SK텔레콤과 합작사여서 다른 통신사와 제휴를 맺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절름발이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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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S 카드의 경우 고가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통신료 할인을 받거나 기계 대금 충당에 이를 사용할 수 있다는(이에 따라 이 기계를 과거 유행한 '선포인트 카드'로 표현하는 언론도 있다) 아이디어 자체는 호평을 받을 만 하지만, 스마트폰을 싸게 구입할 방법, 그리고 할인을 받는 방안 등은 요금제 등과 여타 카드 상품들을 활용하면 없지 않아 부동의 비교우위를 갖지 못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다른 경쟁자들은 서로 교류의 폭을 넓히고 있다. 통신과 금융(카드)의 컨버전스 효과의 중요성에는 대체로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이 이해를 같이 하지만, 특정 파트너에 사실상 의존하는가(하나SK카드) 연계의 길을 넓히는가에 차이가 있다. 기존에 출시된 신한카드와 비씨카드의 모바일 카드는 모든 통신사 이용자들이 발급받을 수 있다. KB카드의 모바일 카드는 SK텔레콤,KT 양사 고객이 쓸 수 있다. 신한카드의 네이트 A1 카드처럼 SK텔레콤이 이들과 여전히 제휴관계를 맺고 있어서다.
통신업체로 SK텔레콤과는 경쟁관계이자 BC카드 지분 인수로 통신+카드의 새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보이는 KT가 추진 중인 쇼터치(SHOW Touch)도 이같은 문제를 더 키우고 있다. 8월부터 전국 GS25 4100개 편의점과 수도권 1100개 GS주유소를 시작으로 시범 서비스가 단행되는 쇼터치는 휴대전화 USIM에 쿠폰, 신용카드, T머니 등을 저장하여 상품 결제 시에 간편하게 쿠폰 할인과 멤버십 적립혜택을 동시에 받는 스마트 포켓 서비스다.
문제는 쇼터치는 현재 신한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하지만 조만간 BC·농협·롯데·KB 등 다른 신용카드로까지 파트너십이 확대될 예정이라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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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신한카드는 여전히 SK텔레콤과 파트너십을 갖고 있고, 다른 카드사업자들과 함께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업계 사정은 SK텔레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하나SK카드가 성장하는 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
이렇게 보면 하나금융지주가 SK텔레콤과 합작할 때 텃밭으로 본 잠재고객 즉 SK텔레콤 가입자가 2500만명이나 됨에도 이처럼 모바일 카드 발행 성과가 만 단위를 헤아리고 있는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셈이다.
◆경쟁 구도 속 체력도 문제
다른 카드사들이 금융위기 해소 기류 속에서 수익성 제고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것과 달리 거의 나홀로 적자 상황을 겪고 있는 점도 문제다.
하나SK카드는 분사 이후 2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지속했다. 하나SK카드는 하나은행에서 분리될 때 인수한 1조2500억원 규모의 장기저리 회사채와 SK텔레콤의 4000억원 유상 증자로 기본적으로는 체력이 나쁘지 않다는 평을 들었다. 자기 자본이 충분한 상황이라 해도 카드 시장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터이고 이같은 기초 마케팅 비용으로 인한 적자 행진으로 회사채 발행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SK카드는 지난 5월에 일괄신고서 제출을 통해 내년 5월 초까지 3000억원 규모의 여전채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첫 여전채 발행 규모는 400억원으로 결정됐고 발행금리는 만기 5년에 5.59%로 정해졌다.
문제는 앞으로 기준금리가 점점 인상되면 조달금리가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하나SK카드 등 신용등급이 AA인 전업계 카드사들이 발행하는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올해 6월 초만 해도 4.6% 수준이었으나, 근래에는 5%대로 상승했다. 아울러, 전업카드사들이 발행하는 채권은 영업경쟁격화에 따른 실적악화와 수급부담 등의 영향으로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K증권 염상훈 연구원은 최근 채권투자보고서를 통해 "카드사들이 과도한 영업경쟁을 펼치면서 올해 상반기에 6개 전업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8.7% 감소했다"며 "제휴사 지급수수료와 발급사 보전수수료 등 영업확대 시 증가하는 마케팅비용의 증가가 실적 악화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염 연구원은 "카드사 간 영업경쟁 심화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며"더구나 카드사들이 영업경쟁을 위해 작년부터 회사채를 대량 발행해 수급 부담도 상존해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4대 카드사가 발행한 카드채 잔액은 올해초에 비해 1조원 이상 늘어난 15조원 수준).
결국 현재와 같이 각종 할인 행사를 통한 마케팅 전쟁만 펼쳐서는 시장 순위 자체를 뒤집기 어렵고 통신 캡티브 마련에는 어려움이 큰 데다, 이같이 마케팅 전략을 당분간 고수하기 위한 실탄 등으로 자금 동원을 추진하려 해도 어렵다는 3중고에 빠진 셈이다. 이미 적자 행진으로 체력이 약해진 데다 내년 5월까지 지속적으로 대규모 여전채 발행을 감행하기엔 채권 시장 사정이 이미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사장의 지난 2월 발언은 6개월 반환점을 이제 막 돈 지금 재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50만 모바일 고객 확보라는 대전제를 밀어붙이기에는 여러 모로 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 하나SK카드의 본격적인 첫 사업연도의 연말 성적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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