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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실적 즐겁지않은'위기의중년'대한항공

여객 경쟁력 하락에 화물시장 축소…IFRS부담까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8.16 11:32:05

   
[프라임경제]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대한항공의 향후 사업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해 창사 40주년을 맞은 대한항공은 13일 2010년도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분기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2분기에 352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며, 이는 2007년 3분기 2813억원을 기록한 이후, 사상 최대의 실적이다.

대한항공은 13일 2분기 영업이익 3521억원을 기록 흑자전환했으며 매출액은 2조8364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36.7% 증가했다고 부연했다. 매출액도 2008년 3분기 2조7597억을 기록한 이후 사상 최대의 실적이다.

다만 외화환손실로 인해 233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성적을 놓고 대한항공의 향후 성장세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주로 국내외로 의견이 엇갈리는 양상이라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 애널 '여객시장' 바탕 호의적 vs. 외국 증권사들 '날개 꺾였다'

이번 성적표를 받아든 국내외 증권사들의 향후 전망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토러스투자증권은 16일 대한항공에 대해 여객호조로 실적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목표주가 9만5000원과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김재범 연구원은 "3분기에 화물 수송량 증가세는 둔화될 전망이나, 성수기 국제여객 호조세로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조원에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고 봤다.

키움증권 조병희 연구원은 같은날 대한항공에 대해 3분기에 사상최대 영업이익 갱신이 무난할 전망이라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9만3000원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대신증권은 "밸류에이션 부담은 옛날 이야기"라며 호조 전망에 가세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화물 등의 문제를 들어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증권은 화물 운송 수익률 둔화를 우려해 목표가를 기존 8만원에서 7만3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증권은 "총 4270억원에 달하는 환손실로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는 부분에 주목했다. 또 "기존 21%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올해 전체 화물운송 수익률이 전망치보다 낮은 19% 증가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메릴린치증권은 '올해 고점을 찍고 내년부터 수익 둔화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우려섞인 시각을 제시했다. 투자의견은 '시장수익률 하회'를 줬고 목표가도 6만6000원을 유지해 사실상 대한항공에 투자를 하지 말라는 의견으로까지 읽힌다.

메릴린치증권은 "대한항공이 지난 2분기 여객 및 화물 수요 증가로 3520억원의 견조한 영업이익을 거뒀으며 이는 예상치와 부합한다. 3분기에도 이같은 실적 호조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지금까지 화물 운송 수용능력은 과도하게 성장한 반면 내년부터는 화물 운송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화물 수익률이 10% 가량 감소할 것"이라 전망했다. 아울러 "현재 대한항공의 주가는 PBV 1.5배로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있음을 지적했다.

◆화물 운송 문제 부담감 커질 듯

대한항공은 세계 화물 항공 순위 1위, 여객 부문 13위를(2009년 기준) 기록하고 있으며 항공화물 순위는 6년새 같은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화물에서의 악재가 현실화되면 대한항공의 위상은 하락할 가능성이 있고 내년도 항공화물 시장의 위축 여부에 따라서는 타격을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이같은 위상을 떠받치는 데에는 담합에 의한 유지가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여, 향후 입지에 변화 가능성이 따라서 화물에서의 악재가 현실화되면 대한항공의 위상은 하락할 가능성이 있고 내년도 항공화물 시장의 위축 여부에 따라서는 타격을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제카르텔 벌금 순위 현황'을 보면, 대한항공은 에어프랑스와 KLM이 화물운송료 담합으로 인한 3위(3억5000만달러)를 이어 4위(3억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화물 운송 수용능력은 과도하게 성장한 반면 내년부터는 화물 운송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화물 수익률이 10% 가량 감소할 것"(메릴린치증권)이라는 상황에서 담합이라는 공동이익의 우산을 벗어던지게 된 상황에서 대한항공이 어디까지 경쟁을 견뎌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사진=나보이 화물터미널 준공에 참석한 대한항공 관계자들>
대한항공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우즈베키스탄 나보이 프로젝트 역시 내년도 화물 운송 수요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짐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12일 나보이 화물터널 준공식을 갖고 중앙아시아 운송·물류 허브 구축의 본격적 신호탄을 쏴 올렸다.

나보이 화물 터미널은 건축∙운영∙조업 등 모든 분야에서 세계 항공화물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노하우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사업이다. 민간 외교의 기념비적인 사업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높고 우즈벡 정부의 지지와 지원 열기 또한 높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이번 화물터미널 준공과 함께 나오비 공항이 허브 기능을 갖도록 지원하면서 쏟아부어야 할 유무형의 노력은 화물시장 성장 국면에서라면 모를까, 화물 시장의 레들오션화 국면에서는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나보이에 B747-400 대형 화물기 27대 분의 항공유를 저장할 수 있는 유류탱크도 조만간 완공되면 나보이 공항이 허브 공항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는 핵심 기반 시설을 모두 갖추게 된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나보이를 중앙아시아 물류 허브 공항으로 개발하는 데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과 이 과정에서 수익을 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대한항공은 지난 2008년부터 인천을 출발, 나보이 경유 밀라노, 브뤼셀 화물 노선을 주 7 회 운항하고 있으며, 2009년부터는 나보이 출발 델리, 뭄바이, 방콕, 프랑크푸르트 노선을 주 9회 운항하고 있다. 기존 직항 노선을 우회하게 하는 과정에서 부담이 생긴다는 지적이 많았다.

여기에 대한항공은 나보이 화물터미널이 본격 가동에 들어감에 따라 나보이를 기점으로 이스탄불, 두바이, 알마티, 다카 등의 도시를 운항하는 노선을 추가로 개설할 계획이라 출혈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여객 시장, 견디기 힘든 운임 부담에 '담합' 논란도 불사한다? 

대한항공은 여객 시장에서도 고민이 없지 않다.

대한항공은 2년 연속으로 장거리 운임을 인상했으며, 제주 등 탄력운임 적용으로 많은 원성을 사고 있다.

지난 7월 대한항공은 지난 2009년 운임을 인상한 후 1년만에 미주, 유럽, 대양주 일부 노선에 대해 5~10%의 운임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의 인상안에 따르면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 미주노선은 5%, 터키, 스페인,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 유럽노선과 호주, 뉴질랜드 뉴칼레도니아 등 대양주 노선의 공시 항공요금은 각각 10% 오른다.

주목할 부분은 따로 있다. 대한항공의 이같은 연속적 공시운임 인상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점이 행간에 읽히기 때문이다. 항공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제항공운송협회 소속 해외 항공사들이 운임을 올릴동안 대한항공은 운임을 인상하지 못해 요금 정산시 손해가 따랐다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이  이처럼 정산 협정 등 해외 협정을 이유로 가격을 맞추게 되면 경우에 따라서는 담합 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같은 인상 카드를 꺼낸 것은 결국 정산 과정에서의 부담을 견디지 못할 정도로 부담을 지고 장사를 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객시장에 경쟁력을 이미 잃었다고 자인한 것으로도 풀이되는 부분이다.

◆여객 시장: 마일리지 문제도 숙제, 부담 넘기려다 카드사 등에 이미 한판패

대한항공은 여객 시장에서 또다른 고민도 안고 있다. 그간 논란을 빚어온 마일리지 문제를 해결하여야 하는데 이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

대한항공은 2011년 IFRS 회계 도입 강제화에 직면하고 있다. 일각에선 외화 거래 민감성이 높은 해운과 항공 등의 특성상 기능통화제 활용 가능성을 수반하는 IFRS의 조기 도입 가능성마저 점쳤지만, 대한항공은 조기 도입을 고사했다.

여기에는 마일리지 문제에 대한 부담이 높을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관련 기사:http://www.newsprime.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2892)

상장회사협의회와 한영회계법인은 'IFRS 주요 이슈 해설'이라는 자료를 통해 지난 4월 마일리지나 포인트 제도를 운영하는 업종은 IFRS 도입으로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현행 기준은 포인트까지 모두 매출에 포함시키지만 IFRS에선 매출로 잡는 시기를 고객이 해당 포인트를 쓸 때까지 늦추는 이연처리 방식을 택하게 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와 소비자 단체 등은 대한항공에 마냥 호의적이지는 않다. 공정위는 연초부터 마일리지 제도를 개선하라고 항공사를 줄곧 압박하고 있다. 소비자단체나 시민단체들은 항공사들이 마일리지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지나치게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면서 폭리를 취한다고 주장해 왔다. 공정위 손인옥 부위원장이 "마일리지 제도가 소비자 편의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라디오 방송에서 발언한 것(지난 3월)에는 형후 마일리지 정책이 대한항공이 지속해온, 그리고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임을 압축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공정위 등과 협의한 이후 '2008년 7월1일 이후 적립된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은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그 이전에 적립한 마일리지는 평생 사용할 수 있게 하며', '마일리지로 예약할 수 있는 좌석 비율도 평균 4%인 현 수준에서 두 배 가까이 늘리는' 방안을 7월 중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이같은 추진에 머뭇거리는 양상이다. 7월에 나올 것으로 알려졌던 이상의 내용을 담은 마일리지 개선안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는 소리가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대한항공 등 항공업계가 신용카드사, 이동통신사 등 54개 제휴사업자에게 마일리지 적립 대가로 연간 1300억원에 이르는 제휴 마일리지를 판매하면서, 소비자가 마일리지를 청구했을 때 불공정한 약관을 근거로 좌석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IFRS가 도입되고 더욱이 이같은 여러 방면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10년 마일리지 유효기간제를 도입한다면 압박이 상당히 커진다. IFRS에서는 포인트를 부채계정인 이연수익으로 처리한다. 수익으로 간단히 보던 것에서 문제가 달라진다. 허락되는 마일리지 사용 기한이 길어질 수록 장기간 언제 이를 수익으로 잡을지라는 문제에서 장기전으로 돌입하게 된다.

부채비율도 문제다. KGAAP에서는 포인트(마일리지) 발생 원가를 기준으로 부채를 설정하는 데 반해, IFRS에서는 포인트의 공정가치를 기준으로 부채를 설정하기 때문에 포인트의 공정가치가 원가보다 크다면 부채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

공정가치를 '시장가격'으로 보는 순간 부담이 증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IFRS 도입 이후 대한항공의 부담 증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같은 부담을 거래 회사들에게 전가하려던 논의도 이미 몇년 전 있었으나, 보기 좋게 한판패를 당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2005년 비씨카드 등에 마일리지를 일괄 거래하는 방안에서 개별 카드사업자들과 협상을 하려 했고, 또 이같은 거래 과정에서 마일리지 판매가격 인상을 시도했다.

하지만 결국 이 문제가 공정위에 제소되면서(시장 지배적 사업자 여부와 지위 남용 판단 건) 이 문제는 전원위원회에 회부돼 재심의되는 등 장기전 과정으로 들어갔다가 결국 당시 그대로 조건을 유지하는 것으로 유야무야됐다(1마일당 12∼15원의 단가를 유지).

이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대한항공은 이미 마일리지 부문에서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향후 회계 방식이 변화하는 충격을 견디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재무구조개선 약정 조기졸업 '선봉장' 못할 것 

이같은 사정은 대한항공이 지난 4월 IR에서 내놓은 자신만만한 발언을 퇴색시킬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이상균 재무본부장(부사장)등 대한항공 임원들은 이날 재무구조개선 약정에 대해 작심한 듯 항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사장은 "항공산업의 특성은 무시한 채 실적이 가장 안 좋았던 해의 재무제표를 근거로 맺은 불합리한 약정"이라면서 조기 졸업론을 꺼냈고, 차기 그룹 회장 후보군 중 하나로 꼽히는 조원태 전무는 "올해 안에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완곡어법이긴 하나 '조기 졸업론'에 무게를 실었다.

한진그룹의 한 축인 대한항공의 호조를 무기로, MOU 조기 졸업 가능성으로 돌파할 뜻을 시사한 셈이다.

하지만 이같이 대한항공이 실속없는 성장을 하고 있고(최대 실적에도 2분기 순손실), 2011년부터 고전하게 되면 한진계열의 MOU 조기 졸업에 대한항공이 동력을 공급하기는 커녕 오히려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한진계열은 이미, 재무구조평가 결과 기준점수에 크게 못 미치는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비재무평가에서 가점을 받았지만 기준점수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것. 한진계열 36개사의 2009년 말 기준 명목 부채비율은 291.4%, 실질 부채비율은 437.1%로 나타났다. 실질 부채비율을 적용했을 때 한진계열의 재무평가 기준점수(부채비율 400% 이상)는 80점이다.

따라서 한진계열이 대한항공 등 주력 기업의 빠른 회복세에 거는 기대감이 높았을 것은 불문가지다. 그러나 이처럼 2011년 기준으로 성장세 날개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는 상황에 IFRS 관련 문제 등 부담이 더해지면서, 이같은 전략 구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불혹을 맞이한 대한항공이 어떤 사업 성적표를 받을지 주목된다. 중년의 위기를 맞은 대한항공이 한진계열 전반의 모멘텀을 공급할지, 동반 약세를 겪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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