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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마일리지 정책, 사상최대 2Q실적 망쳐?

마일리지 문제가 기능통화제 도입연기 한몫…내년 정리여부 관심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8.13 17:39:31

   
[프라임경제] 대한항공이 이번 2분기 매출 면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은 13일 2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7% 증가한 2조8364억 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여행심리 회복 등으로 여객수송량이 증가한데다 화물 역시 LCD와 반도체, 자동차 부품 항공수요가 늘어 매출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기이익은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이같은 성과에 빛이 바랬다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2011년 상장사들이 모두 의무 도입해야 하는 국제회계기준(IFRS)을 선제도입했으면 이같은 현상을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운업체 등은 IFRS 선도입으로 일정한 혜택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IFRS  '기능통화제도' 도입하면 환차손 피해↓

주된 활동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등으로 장부를 쓸 때 외화 사용도가 높은 기업들은 국제회계기준(IFRS)의 '기능통화제도' 도입으로 환차손 피해가 실적에 잡히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IFRS의 기능통화 개념은, 현재 회계 시스템의 보고통화(표시통화)와 대비되는 기능통화는 기업의 영업활동이 주로 이뤄지는 경제 환경의 통화를 말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거래의 대부분이 원화가 아닌 달러로 이뤄지더라도 원화로만 회계처리토록 해왔다. 달러표시 부채에 대해 차입 당시 환율을 적용해 장부에 표시해 놓았다가 연말 결산 때 가서 다시 결산일의 환율을 적용해 원화로 환산하여야 한다.

즉, 영업활동의 주요 무대가 국외이고 영업, 투자 및 재무활동의 주요 거래통화는 외화라 해도 원화 환산 기록을 만드는 문제 때문에 결산일 환율 적용으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기능통화 도입을 해 놓으면, 기능통화가 미국 달러화인 경우 자산·부채가 모두 일단 미국 달러화로 표시돼 있다가 결산일에 결산환율을 적용해 보고통화인 원화로 환산된다. 외환환산손실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게 된다.

사상 최고 기록이라는 이번 실적만 해도, 대한항공은 순손실을 입었다는 성적표를 받아들었고 그 변명으로 언론에 "회계년도가 시작되는 연초 환율과 2분(기) 마감일 환율간의 환차손이 발생해 233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보였다"고 설명했는데 이 결산일 환율 적용 문제가 극명히 작용한 실제 케이스다.

더 심각한 환차손 비극도 이 기능통화 도입 유무로 갈린 적도 있었다. 대한항공이 '10년만에 최대 손실'을 기록했다는 2008년 3분기를 예를 들어 보자. 당기 순손실은 외화부채에 대한 환차손까지 겹치면서 6천781억원으로, IMF사태후 10년래 최대 규모를 기록해 업계는 물론 재계 전반의 경악을 샀다.

대한항공 측은 당시 "3분기 항공유 평균 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달러가 급등하면서 유류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한 1조2637억원으로 상승했고 외화 부채에 대한 환산손실이 약 7600억원 발생해 당기순익에서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즉, 달러표시 거래가 많은 해운업이나 항공업 등은 환율의 상승과 하락에 따라 달러표시 부채가 증감하면서 손익계산서에 가공적인 환산손익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IFRS 도입을 통한 기능통화제 활용 효용성이 높다고 하겠다.

기능통화 도입으로 기능통화가 미국 달러화인 경우 달러표시 부채로 조달한 자금으로 고정자산을 취득하면 자산·부채가 모두 일단 미국 달러화로 표시돼 있다가 결산일에 결산환율을 적용해 보고통화인 원화로 환산된다. 외환환산손실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


◆대한항공의 말못할 고민은 무엇?

실제로 이런 장점에 주목, 같은 외화거래 의존도와 영향도가 높은 업종 중에는 이미 기능통화제를 선제도입한 경우가 있다. 해운업쪽이 주로 그렇다.

하지만 대한한공 등은 일부의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도입을 하지 않아 왔다. 이번 2분기 실적 발표에 즈음해 그 원인이 새삼 궁금증을 낳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항공업의 특성상 리스 의존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항공기 구매 방식에는 직접 구매, 금융 리스, 운용 리스 등이 있는데 IFRS를 도입하면 기업들은 운용리스를 자산, 부채 항목에 기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 문제는 항공업과 IFRS(및 기준통화제)를 논하는 데 대한 설명이라면 몰라도 대한항공의 경우와는 조금 비껴간 일반론이라고 볼 수 있다.

외환위기의 파고가 여전하던 2000년 초만 해도 대한항공은 여타 항공사들과 마찬가지로 운용리스 비중이 높았지만(2001년 초 보유 중인 항공기 119대 가운데 66대가 운용리스 도입) 그러나 2003년을 기점으로 운용리스 비중이 크게 줄고, 금융리스가 크게 드는 등 직접구매와 금융리스 비중이 상승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자신감이 지나치다고 까지 우려했다. 당장 리스부채로 잡히는 액수만 3조원 수준으로 급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IFRS 도입 등 미래를 생각하고 이같은 결단을 내린 게 아닌가 하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같은 일시적 사정 변화를 감수하기만 하면 전체적으로 봤을 때 회계면에서 선구적인 접근, 즉 미리 위험을 드러내고 선반영한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남은 문제의 사실상 거의 하나뿐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일리지 문제다.

KTB증권 신지윤 애널리스트가 지난 6월 대한항공 목표주가 상향 조정을 천명한 보고서에서, "이어 "IFRS 도입으로 마일리지 충당부채 증가가 불가피해 규모에 따라 부채비율이 급상승할 수도 있어 잠재적 위험요소이 될 것"이라며 지나가듯 언급한 게 그것이다.

◆절대로 놓지 않는 마일리지, 점점 쌓여가는 '폭탄적 부담'?

대한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이 고객들의 마일리지에 대해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적립된 마일리지를 쓰는 데 너무 불편하게 돼 있어, 사실상 쓰지 말고 소진하라는 방침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다.

물론 대한항공이라고 해서 마일리지를 쌓아만 놓고 소멸되기 기다리는 데 아무 노력을 안 하면 되는 게 아니다. 적립하는 충당금 부담이 있고, 이것 역시 대한항공에 부담으로 증가해 작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등 자료를 종합해 보면, 현재 대한항공은 약 3000억원의 마일리지 충당금을 적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빠른 마일리지 소멸을 위해 오히려 사용을 장려해도 신통찮은 사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IFRS 도입 및 기능통화제가 아무리 탐나도 그야말로 안 찾아가고 쌓인 마일리지를 부담으로 기재하게 되는 IFRS 특성 때문에 당장 도입이 어려운 것으로 해석된다(부연하면 2011년 강제 도입까지는 마일리지 문제 역시 처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고객들이 마일리지를 사용할 경우 항공사는 남는 좌석 등을 쓰므로 비용부담이 거의 없거나 적지만, 이를 충당금으로 쌓을 경우 실제 이용비용으로 환산해 충당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이로 인해 묶여있는 자금 부담을 스스로 키운다는 모순이 생긴다.

더욱이, 대한항공 등은 마일리지 개선책을 내놓으라는 압박을 당국이나 여론으로부터 받아 왔으며, 당초 빠르면 7월말에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방침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아직 이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IFRS 및 기능통화제를 도입하는 한 수단으로 마일리지 소진 장려 역시 전향적으로 판단해야 할 대한항공이고 보면, 현재와 같은 만만디 상황은, 어쨌든 마일리지는 공짜이고 대한항공 스스로의 주머니를 털어 주는 듯한 부담감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대한항공이 IFRS  및 기능통화제 선제 도입을 늦춘 데 적잖은 이유가 된, 그리고 앞으로 언젠가는 정리해야 할 마일리지 소진 문제를 어떻게 접근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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