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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非은행강화-매트릭스 '백일몽'

제휴효과 저조 각종 갈등만 증폭,M&A大戰전 해결시급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8.11 11:36:06

   
<사진=서울 을지로 하나금융 본사>
[프라임경제] 하나금융그룹의 시스템 운영에 제동이 걸렸다. 하나금융그룹은 KB금융이 효율성 제고 필요 때문에 우리금융·외환은행 등 굵직한 M&A 대전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인수합병전의 유일한 주인공 후보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수평적 조직 관리 시스템인 매트릭스 도입은 이제 2년을 맞는다. 하지만 이처럼 외형상 화려한 2010년을 보내고 있는 하나금융그룹은 내부적으로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그간 강점으로 꼽혀 온 제휴 문제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비은행 강화 등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M&A의 승자가 되는 것은 차치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어 보인다.

◆“시장흐름 주도, 비은행 강화” 상부에선 꿈이 큰데

금년 상반기 시중은행들은 실적 쇼크를 경험했다. PF와 기업구조조정 등으로 대손충당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은행마다 실적에 비상이 걸린 것.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어닝 쇼크를 겪었고 신한은행과 외환은행 정도가 선전했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가 아니더라도 은행의 성장 한계는 이미 예고된 바 있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그룹은 이미 지난 3월부터 ‘비은행 사업 강화를 통한 시장 흐름 주도’를 주요 전략으로 꼽은 바 있다.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하나금융지주 고위관계자는 “하나금융은 향후 전개될 시장 변화에 대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진화시켜 시장의 흐름을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개별 산업 안에서 이뤄졌던 경쟁이 전방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해외영업과 비은행부문의 사업성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영역의 벽이 사라지는 상황에서는 매트릭스 시스템 도입에 앞장선 하나금융이 강점을 띨 수 있다. 비은행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은 최종적으로는 M&A를 통해 규모를 키우더라도 비은행 등의 성장이 절실함을 강조한 것이다. 총자산 179조원인 하나금융지주는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에 비해 총자산에서 크게 밀려(310조~330조원 가량) 규모의 경제 논리만으로는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휴정책 통한 성장 노하우, 비은행엔 안 먹힌다?

비은행 부문은 하나대투증권을 제외하고는 제휴 전략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해외 금융그룹이나 타산업자본과 제휴를 하고 있는 것.

하나은행의 경우 선진금융 노하우를 받아들여 재미를 본 경험이 있다. 1970년대부터 VIP 고객을 대상으로 자산관리에 초점을 둔 영업을 실행해왔지만, 1995년 맥킨지 컨설팅을 통해 현대적 의미의 PB 모델을 도입하면서 차별화된 경쟁력과 탄탄한 고객기반을 갖추는 데 성공한 전례가 있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이 모태가 된 하나금융그룹의 각 소속기업들이 적극적인 제휴정책을 모색하는 데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카드 시장 공략을 위해 SK텔레콤과 손을 잡은 하나SK카드를 비롯, 영국계와 합작한 하나HSBC생명, 스위스 금융에 지분을 일부매각한 하나UBS자산운용(이 회사는 지분의 과반

   
<사진=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하나2010 결의대회>
수가 타기업으로 넘어간 경우라 하나금융지주에서는 다른 회사와 달리 ‘관계사’로 본다) 등이 대표적인 예다. 후발주자로서 시장 공략을 위한 유용한 시도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막상 이같은 합작 사업은 크게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하나SK카드는 통신과 금융의 컨버전스(융합) 가능성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SK텔레콤이 가진 1200만명의 캐쉬백 고객망이 카드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경우 폭발력이 초반부터 무서울 것으로 점쳐졌기 때문.

하지만 지난해 11월 SK텔레콤으로부터 49%의 지분 참여를 받으면서 은행에서 분사한 하나SK카드는 상반기 기준 234억원의 순손실을 입는 등 고전하고 있다. 초기 투자비용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신설 회사가 아닌 하나은행 카드부문이 기반이 된 분사 케이스라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은 손실이라는 지적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하나SK카드는 3월 터치세븐 카드를 내놓는 등 컨버전스를 통한 시장 개척에 열의를 보였지만, 모바일 카드의 시장성이 아직 확실히 성장하지 않은 관계로 고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까지의 모바일카드는 RF기술 방식을 활용한 비접촉식 터치(Tagging) 방식으로 속칭 동글이로 불리는 단말기가 있어야 되지만 이 단말기 보급에 한계가 있다.

SK텔레콤이 하나SK카드와 손잡고 8일 내놓은 안심클릭 서비스는 인터넷 결제와 유사한 거래조건을 모바일에 구현하면서도 인증에 편리성을 더해 눈길을 끌고 있지만, 하나SK카드의 성장의 ‘킬러 컨텐츠’로 부상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생명보험과 자산운용 등에서는 해외 유수 금융기관들과의 협력을 추진해 왔으나 실적이 연이어 추락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하나UBS자산운용은 하나대투증권이 지분 중 51%를 UBS에 매각하고 49%를 보유 중이다. 최근 3년간 운용사 수익률을 보면, 하나UBS자산운용은 7.96%로, KB자산운용(16.13%), 신영자산운용(14.81%),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12.19%), 한국투신운용(8.54%) 등 경쟁기업에 비해 상당히 밀리고 있다.

더욱이 9일 일명 ‘양재동 PF’가 파산 국면을 맞이하면서, 자산운용계에도 후폭풍이 불고 있는데 하나UBS자산운용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사업의 채권단은 하나UBS자산운용 부동산펀드(3900억원), 우리은행(1880억원), 교원공제회 농협 등 나머지 채권단(3000억원) 등으로 자산운용 등 금융 주요사들이 망라돼 있지만 가장 큰 위험부담을 진 곳은 하나UBS자산운용이다. 리스크 관리 능력에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하나HSBC생명은 최근 녹십자생명과 인력 빼내기 갈등을 빚는 등 진흙탕 싸움이라는 평을 들으면서 체면을 구겼다.

더욱이 금년 2월에 윤인섭 전 사장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사퇴하면서 역시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윤 전 사장은 보험업계 최연소 CEO에 보험사 4곳의 대표이사로 선임되는 등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진 인물이라 그의 낙마가 뉴스가 됐다.

이 회사는 실적면에서도(순이익) 2006회계년도 33억원, 2007년도 -16억원 등으로 고전해 왔다. 2009년도에도 -2억원을 기록해 세계적인 영국계 보험사 HSBC의 노하우를 접목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파트너십 관리 못하거나 잘못 선택

이같은 고전이 이어지면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관리하는 데 한계에 부딪힌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자산운용부문에서는 신한은행 계열사인 신한BNP자산운용과 하나은행 계열사인 하나UBS 자산운용 등은 자산운용사 지분을 외국계와 나눠 갖고 있어 자율경영에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므로 이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유사한 구조와 수익률 등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을 보면 구조적 한계만이 작용한 것은 아니라는 반론이 따른다. 하나UBS자산운용의 경우 하나대투증권이 갖고 있던 지분 100% 중 51%를 넘길 파트너를 잡으면서 너무 서둘렀다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2005년 5월 예금보험공사가 대투운용을 하나 측에 산정한 180억원의 가치가 UBS에 매각되는 시점에서는 단 3600억 원으로 껑충 뛰어 올랐다. 하지만 이같은 놀라운 차액을 2년만에 거두게 되고, 이 수확에 급하게 나서면서, 파트너를 잘못 잡았다는 비판이 당시부터 나왔다.

UBS는 스위스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 경고 이상의 조치를 받은 바 있고, 2006년에는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미국 국채 가격의 시세를 조작한 혐의로 조사를 받는 등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에 따라 2006년 7월 말 하나금융지주가 대투운용을 UBS에 매각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지만 UBS의 지배주주 자격문제로 본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던 전례도 있지만, 결국 이를 재차 강행했던 것이다.

이번 PF 관련 손실 논란 등을 보면 UBS가 안정적인 선진금융기법을 배울 파트너라기 보다는 수익성 극대화의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에 경도된 외국계 업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더욱이 UBS와 지분매각 거래를 할 때 10년 보호예수를 걸어 우리CS자산운용의 결별 사례처럼 문제시 정리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구조다. 2008년에 하나금융측 임원들이 물러나면서 입김을 넣는 데 한계가 생긴 것도 단순한 지분투자 지위에 하나금융쪽이 머물게 된 이유로 풀이된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듯 하나은행 등의 판매 몰아주기 등 관계사 챙기기 등 왜곡된 협력 관계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하나HSBC생명의 경우도 HSBC의 노하우를 끌어들이는 데 실패한 경우다. 국내 보험계에서 잔뼈가 굵은 CEO들을 연이어 선임한 데다, 공격적 영업에 매몰돼 타사 인력 빼내기 갈등까지 빚는 등 HSBC의 노하우 전수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것. HSBC의 경우 보험업에 대한 상품개발 능력 및 노하우에 대한 역량을 인정받으면서 합작 당시 기대를 모았지만 현재 성과는 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어 좋은 파트너를 잡아놓고 묵히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나SK카드도 3월 터치세븐 카드를 내놓는 등 컨버전스를 통한 시장 개척에 열의를 보였지만, 파트너십의 관리 때문에 문제를 겪고 있다. 모바일 카드의 시장성이 아직 확실히 성장하지 않은 시점에 합작에 너무 빨리 뛰어든 게 아니냐는 게 고전의 원인에 대한 한 풀이로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의 모바일카드는 RF기술 방식을 활용한 비접촉식 터치(Tagging) 방식으로 속칭 동글이로 불리는 단말기가 있어야 되지만 이 단말기 보급에 한계가 있어 컨버전스 효과가 초기에 불붙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차라리 초기 과반수 지분을 누가 잡느냐는 힘겨루기를 할때 SK텔레콤이 회사를 주도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향후 모바일 관련 금융상품 발전의 초기 비용이나 발전의 연구비용을 통신사가 주도적으로 치르는 쪽으로 정리가 되지 않았겠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SK텔레콤은 하나SK카드와 손잡고 8일 안심클릭 서비스를 내놓는 등 분발하고 있지만, 인터넷 결제와 유사한 거래조건을 모바일에 구현하면서도 인증에 편리성을 더해 눈길을 끌고 있는 이 서비스가 하나SK카드의 성장의 ‘킬러 컨텐츠’로 부상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문제는 또 있다. 이같은 모바일 카드 발전에 관해 경쟁업체들도 손을 놓고 바라만 보고 있지 않다는 것. 비씨카드도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모바일 신용카드 결제 및 보안기술 연구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 하나SK카드가 이번에 내놓은 인증 편리화 연구 성과를 따라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통신쪽에서도 SK텔레콤의 맞수 KT가 모바일 신용카드 서비스 확대를 위해 카드사들과 접촉하고 있고, 특히 KB금융이 KT와 협력 가능성을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카드 부문 분사를 추진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데다, 비씨카드 지분 매각 추진을 계기로 KT와 통신과 금융 융합을 위한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KT가 하나SK카드보다 규모가 월등히 큰 비씨카드를 인수하고 나서는 비씨 회원사들에 새로운 융합 서비스 모델을 제시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2008년 금융지주회사 중 처음으로 계열사 조직을 법인별 체계가 아닌 개인금융, 기업금융, 자산관리 등 사업부문별로 수평적으로 묶는 매트릭스 조직구조를 구축했지만 이 매트릭스 역시 삐걱거리는 소음을 내고 있다. 자회사간 시너지를 극대화하자는 취지는 아직 큰 효과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직원 위화감은 현실적 문제로 드러나는 등 벽을 없애기 위한 매트릭스 조직이 오히려 벽을 만든다는 지적이다. 하나은행은 우선 BU별 임금차를 줄여 지난 2008년 1000만원에 달하던 기업금융과 개인금융간 초임 차이를 400만원선까지 좁혔지만, 미봉책이 그친다는 지적이다.

◆규모의 함정에 빨리 빠졌다 우려 상승

이같은 상황은 하나금융그룹이 ‘규모의 함정’에 빨리 빠졌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빅3에 비해 아직은 작은 조직이지만 단자회사에서 출발, 숨가쁜 성장세를 이뤄오다 보니 자기 규모에 걸맞는 능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 규모의 함정을 해소할 방안으로 외부 협력-제휴망 강화가 적절한 수혈 대책이 될 수도 있었지만, 현재 여러 계열사에서 이 역시 관리의 어려움이라는 잡음을 낳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비은행을 강화하고 기회가 오면 놓치지 말자는 최근의 발상은 처리 용량을 초과한 조직과 부하직원들에게는 힘에 부친 주문일 뿐이라는 우려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이는 ‘장기집권 체제’가 이어져 오면서 후계 그룹을 비롯, 간부층이 두터워지는 것이 은연 중 제어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은행과 비은행을 막론하고 노하우를 갖춘 인력풀이 마련되지 못하는 제휴 사업들의 추진은 한계가 없을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하나금융그룹의 현재 상황은 M&A 작업 추진 본격화 전에 한 번은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과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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