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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금융은 '민영화 과정'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특히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비은행 부문의 역량 강화 등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우리금융 이팔성 회장의 "민영화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발언과 맞닿아 았다. 최근 우리아비바생명의 유상증자부터 멀게는 임기를 남겨둔 우리자산운용의 대표 교체, 그리고 IT 관련 조직의 정리와 통합 등이 이같은 기본적인 구상을 공통점으로 꿸 수 있다는 것.
이 와중에서 우리은행이 매번 난색을 표해 온 비씨카드의 보유 지분 매각 문제가 KT쪽으로 일부 매각되는 것으로 급물살을 타면서, 이것도 우리카드를 분사시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향후 KT와의 협력 모델 구축을 위해 협조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카드 부문은 우리은행에 합쳐져 있고(1조원대 손실을 낸 후 2003년 합병) 은행을 이끄는 이종휘 행장은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은행의 전반적인 카드 정책이 나오지 않는 한 비씨카드 지분을 매각할 수 없다"는 등 소극적 태도를 보인 바 있다. 6월 이후 비씨카드의 지분 매각 논의가 나오긴 했지만 이처럼 빠르게 진척되면서, 카드 역시도 각종 비은행 역량 강화 케이스처럼 분사로 가닥을 잡았고 이 때문에 이같이 일사천리 진행을 하는 게 아니냐는 풀이를 낳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KT와의 지분 거래는 공적자금 최대 회수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상황 해석과 아전인수식 이용에 '발군의 실력(?)'
주지하다시피, 이같은 지분 매각 논의는 과거 보고펀드와도 진행된 바 있지만, 우리은행쪽에서 부정적으로 반응해 무산된 적이 있다.
따라서 우리은행이 비씨카드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보고펀드와 KT를 공개적으로 경합시키는 게 자금 회수에는 더 유리하지 않냐는 의문을 낳는다. 물론, 카드사 분사 등의 과정에서 통신과 카드금융의 컨버전스를 추구할 수 있다는 그림은 많은 이들로부터 실현 가능한 구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KT와 협력하기 위해 지분 매각 대상을 임의로 정한다는 것은 공적자금 최대 회수라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공적자금 금융기관 구제와 이후 정리 과정의 대전제를 깨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우리은행, 사실상 우리금융은 각종 문제를 해결하면서 국면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공익적 관점보다는 집단이기주의에 경도돼 있다고까지도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이기주의 논란이 처음 등장하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당초 한빛·평화·경남·광주은행 등 5개 부실은행이 편입된 우리금융지주는 출범 직후부터 이같은 위험성을 드러낸 바 있다.
2001년 5월 기자간담회를 가진 우리금융 전광우 당시 부회장은 기존의 부실은행들이 갖고 있던 인력과 조직을 고스란히 떠안으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간담회에서는 정보기술(IT)자회사 신설,신용카드 자회사 설립,배드뱅크 신설 등 조직확장 계획이 주로 제시됐다.
특히 부실자산 처리 전담은 물론 기존의 은행기능까지 가지는 배드뱅크 신설을 추진한다는 것은 법적 근거 미비 논란까지 고 있어 논란을 빚었다. 무엇보다, 이같은 배드뱅크 구상은 부실자산 처리방안에 있어, 부실 자산을 배드뱅크로 몰아놓으면 장부상 재무재표만이라도 깨끗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다.
또 매머드 규모의 IT자회사를 만들자는 구상은 우리금융으로 편입될 기존 부실은행이 안고 있던 조직과 인력,예산을 고스란히 승계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부실한 기관끼지 모아놨음에도 다이어트와 체질개선보다는 유지와 확장에 골몰하며 첫 단추를 꿴 셈이다.
◆우리금융에선 확장론자들이 늘 득세한다?
더욱이 2003년에는 윤병철 당시 지주회장이 이끄는 우리금융이 이덕훈 당시 행장과 우리은행을 몰아세우면서 집안싸움이 난 적이 있는데, 이때 배경 역시 "확장에 쓰기 좋은 돈을 왜 과소계상하는가"라는 지주쪽의 공격이었다.
우리은행은 SPC 회계처리에서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 순이익을 처리했는데, 우리금융에서는 이를 부적절한 회계처리, 분식회계로까지 몰아세우면서 금융당국까지 개입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우리금융으로서는 법적인 기준에 맞춰 처리하면 1983억원의 순이익을 과소계상한 것으로 나온다는 기본골자의 주장을 했는데, 당시 금융당국은 회계논리와 법적 해석 중 결국은 후자가 우선하겠지만, 우리은행쪽의 보수적 해석 역시 결국 최종적 계산에서는 맞지 않느냐는 논리를 펴면서 '내부적으로 잘 정리하라'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뒷배경이 무엇인가를 보면, 우리금융이 왜 이같은 무리수를 뒀는지 오히려 분명하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금융으로서는 2003년 뉴욕상장을 통해 주식예탁증서(DR)을 매각해야 할 처지였는데, 한푼의 이익이라도 아까운 상황에 왜 '과소계상(?)'하느냐는 지적을 했다는 것.
결국 과소한 계상인지 아닌지 자체도 논란이려니와, 지주의 팽창을 위해 자회사인 은행을 억압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이후 몇 차례 고위 임원들이 바뀌었지만, 이처럼 확장론이 득세하는 경우는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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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황영기 전 회장> | ||
우리투자증권은 금융 기능의 아웃소싱 등으로 노조가 반발하고 있는데, 이 근원은 멀리서 찾자면, 위에서 말한 2001년 IT자회사 설립 등 군살의 유지 방침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고 보면, 우리투자증권 분리매각은 상법상 특별결의요건이며 이를 추진하는 것은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논리를 우리금융이 공자위 등에 전달한 것은 오히려 애교에 가깝다.
◆재무적 투자자들의 분할적 지배 염두에 두고 몸집 키우나?
당국이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와 관련해 참여자가 2곳 이상만 되면 인수방식과는 상관없이 경쟁입찰로 간주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민영화 추진이 유연해질 전망이라는 작금의 상황 역시, 우리금융 내의 확장론이 힘을 얻을 주요고비로 해석된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입찰에 참여한 2곳의 인수 후보자들이 서로 다른 인수 방식을 제안했더라도 인수 가격 비교는 가능하다는 해석 하에 이를 경쟁입찰로 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9일 알려졌다.
이것이 실제로 민영화 과정에 반영되면, 지분투자만 원하는 재무적투자자 한 곳과 지분 인수와 합병 방식을 선호하는 하는 투자자가 각각 한군데씩만 나오더라도 경쟁입찰로 간주, 민영화 추진이 가능해진다. 현재 KB금융이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 관계로, 우리금융 인수전에는 하나금융을 제외하면 국내에서는 적당한 매수주체가 없다. 이때문에 경영에는 관심이 없고 지분투자만 할 회사들이 우리금융의 주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
이 경우 우리금융은 공적자금 투입 후 사실상 주인이 없는 상태에서 여러 모로 관성화 내지 기회가 닿을 때마다 규모 확장을 해오던 상태를 답습할 여지를 허락받을 수 있어 보인다. 우선 당장 우리카드 분사 등이 추진될 수 있고, 이같은 흐름은 우리금융 이 회장이 주장하는 'M&A 과정에서 주도적으로'라는 발언이 결국 '누가 주인이 되든 우리는 쪼개지지 않는다'는 논리로 왜곡될 여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처음은 부실금융기관들의 구제를 위해 묶는다는 좋은 의도로 탄생한 우리금융이지만, 확장론을 신봉하는 임원들이 득세하면서, 그리고 윤병철, 전광우, 이덕훈, 황영기, 이팔성 씨 등 기라성 같은 실무능력과 학식, 그리고 '뒷배경'까지 갖춘 이들이 줄줄이 고위직을 차지하면서 몸을 키우는 과정에서 누구의 규제도 받지 않으며 부작용만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순진한 당국이 쪼갤 수 없는 괴물 만들어
일종의 대마불사론(too big to die)으로만 해석하기에는 주인없는 회사의 단점과 실세들의 활동으로 인한 부작용이 합쳐졌다는 점에서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는 셈이다.
'금융구조조정의 현황과 향후과제'라는 국회사무처 예산정책국(2000년)의 논문을 보면, 당시 정부는 금융지주회사를 2단계 금융개혁의 유효한 수단 중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같은 '개혁' 도구로서의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더 커지고 있는 것.
이 보고서에서 일말의 가능성으로 지적한 "그러나 동시에 부실금융기관을 금융지주회사 산하의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것은 부실의 확대가능성, 또는 동반부실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동반 하향평준화 가능성이 오히려 현실화된 감이 있다.
오히려 공적자금이 투입된 특성상 확장에 원칙적으로 제약을 거는 제도를 마련했어야 하는 게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우리투자증권 분리매각 반대 의견 전달 이후 나오고 있다. 공적자금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2002년 펴낸 '공적자금 失政 조사보고서'는 "종전의 '금융업 인허가지침(99.7.23 제정)'에서 '부실 금융기관의 대주주는 5년간 신규 금융업 진출을 할 수 없다'고 되어있던 것을 불과 5개월 후인 같은 해 12월 24일 개정"하였다고 소개했는데, 이같은 오래 전 예를 참고해 신규 금융업 진출 등 확장을 제도적으로 막는 것을 추진하는 것도 일종의 방법으로 가능하다는 풀이다.
각종 종금사들이나 대한생명 등 부실 금융기관이 정리되어 외환위기 상처가 아물어 가는 상황에서,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 중 우리금융이 아직 자금 먹는 하마 신세로 남아있는 데에는 이같은 확장 만능사상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이라 향후 개선 방향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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