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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카드 부문 운영기조, 변화 움직임

BC지분 매각,이종휘式 안전드라이브 퇴조 반영여부 눈길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8.09 00:33:52

   
[프라임경제] 우리금융 이팔성 회장의 카드사 분사 추진론이 득세한 데 따른 결과물인가?

우리은행이 비씨카드 지분을 KT에 매각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용카드 부문의 향후 사업 추진 방향과 분사 추진 여부와의 연관성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은행 비씨카드 지분은 지난해 보고펀드 인수 가능성 타진부터 산업은행으로의 매각 등 여러 차례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렸으나 실질적인 결과물이 나온 적이 없다. KT 역시 지분 인수를 타진한 바 있지만 지난 가을에는 우리은행측이 지분 매각에 난색을 표했다는 뉴스가 언론에 오르내렸던 적이 있어 이번 지분 매각이 담은 의미가 관심을 끌고 있다.

물론 우리은행이 보유한 비씨카드 지분 모두를 넘기는 것도 아니고 단 1%라도 주주은행로서 연관성을 남겨놓으면 우리은행은 현재처럼 은행계카드로 비씨카드의 영업망 등을 사용하는 데엔 문제가 없으니 별 일 아니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우리은행 이종휘 행장은 기존에 누누이 "비씨 카드 지분 매각은 당행의 카드사업 전략과 연관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며 당분간 매각할 생각이 없다"는 발언을 해왔는데, 새삼 이같은 상황 변화와 이 발언이 겹쳐 보이면서 단순한 지분 매각 결정이 아니라는 풀이도 나온다.

◆우리은행, KT 카드업 진출 왜 힘실어 줬나?

우리은행은 보유 중인 비씨카드 지분 총 27.65% 가운데 콜옵션 조항을 붙인 지분 6%를 포함(우리은행이 다시 사들일 수 있다는 조항을 붙인 것), 20%를 KT에 매각하기로 하고 오는 12일 이사회에 관련 내용을 보고할 예정이다.

더욱이 14%의 지분만 매각하기로 했지만 KT 측에서 경영권 확보를 위해 매각지분을 늘려달라고 요청하고 이를 수용, 매각 비율을 늘린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사실이라면 유례없는 끈끈한 협력관계가 마련된 셈이다.

우리은행 매각 뉴스 이전에 부산은행도 지난 4월 KT와 비씨카드 지분 매각 MOU를 체결, 보유한 비씨카드 지분 4.03% 중 1%를 제외한 3.03%를 팔기로 했고, 신한카드도 비씨카드 지분 중 1%만 남기고 13.85%를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카드와 부산은행, 우리은행 등의 이같은 지분 매각은 비씨카드 지배구조를 바꾸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연말께면 보고펀드가 '우호지분 포함 사실상 1대 주주'였던 상황에서 KT가 비씨카드 경영권을 잡는 상황으로 상황 변화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사실상 KT의 본격적 카드업 진출에 길을 열어준 셈이다.

더욱이, KT로서는 우리금융 민영화 이후에 지분을 매입하려면 어떤 형태로든 몸값이 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자금을 소모가 예상되기도 했다. 신한카드 역시 KT와 MOU를 체결하기는 했지만 이른바 넌바인딩 방식(Non-Binding 방식)으로 추이를 지켜보면서 아직 매각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런

   
때 우리은행쪽에서 지분 매각 움직임을 시작, 빠르면 연내 매각 마무리가 가능해지면서, KT는 신한카드와의 지분 인수 MOU 매듭에 한층 힘을 얻게 됐다. 우리은행도 팔았으니 신한카드도 지분을 팔아달라는 요청을 하기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이같은 매각 과정에 부산은행-신한카드-우리은행이 각자 매각이 아닌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팔지는 부수적인 문제다). 결과적으로 KT는 신한카드와 우리은행으로부터 지분을 넘겨 받아 보고펀드(및 그 우호지분)보다 목소리를 키우게 되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왜 이처럼 KT의 소망에 시원스럽게 힘을 실어주는 선택을 한 것일까?

KT의 카드업에 대한 관심은 비씨카드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차단한다고 해서 백지화되는 것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로는 이런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할 정도로, 내부적으로도 국면 변화가 생겼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KT는 이미 KB국민은행과 지난 5월 금융-통신 융합 사업기반 구축 협력을 위한 전략적 업무 제휴를 체결한 바 있는데 실상 내용을 보면 은행업무에 대한 제휴보다는 (아직 분사를 하지 않아 KB국민은행 내에 있는) 카드 사업에 관련한 협업이 중요한 뼈대를 이루고 있다. 이 제휴를 통해 KT는 KB카드의 웹페이지 콘텐츠 및 제휴 가맹점에 관련한 정보 등을 모바일 환경에 맞게 구현하는 스마트폰용 'KB 모바일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제공 사업 추진에 나섰다. 합작사 탄생 가능성 등을 타진하는 워밍업으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언젠가는 SK텔레콤의 경우와 같이(하나SK카드 지분 참여 형태로 진출) 카드 시장에 KT가 어떤 형태로든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나의 가능성으로는 KT국민카드 탄생을 바라봐야 할 수도 있다. 반면 KT에게 비씨카드 지분 매입의 길을 열어주면 카드사업권 중복가능성 때문에라도 KB와의 합작 등은 여지가 줄게 된다. 비씨카드의 형식상 최대주주로 남아 있는(그리고 은행계 카드로 카드 사업을 영위하는) 모델에 안주하기 보다는 지분 매각을 하고 전략적 제휴 관계 등 과실을 노리자는 결단이 나올 수 있는 시점이다.

KT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새로 등장할 '부담'으로서의 가능성이 아니라 우리카드가 우리은행에서 분사될 경우 등 여러 경우에도 양사간 '협업' 관계를 맺는 등의 '길'로서의 가능성도 열자는 판단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은행(멀리는 우리금융이라는 지주 차원에서)의 카드 사업 전략에 전체적으로 변화를 가져오는 이런 판단이 나오는 데에는 일정한 모멘텀이 필요하다.

이 행장이 "가격이 안 맞으면 비씨카드 지분을 안 판다"는 발언(지난 6월) 등을 상황에 따른 매매 가능성 자체는 확인해주는 적극적이고 열린 발언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카드부문에 대한 장기적인 발전 계획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비씨카드 지분 매각을 이야기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발언한 것이 불과 지난 5월 중순이라는 점에서는 이런 해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약 2달여 만에 이 행장이 스스로 납득할 만한 카드분야에 대한 장기적 발전 계획이 나왔거나, 혹은 평소 조심스러웠던 카드부문 운영에 대한 소신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엔 카드사 분사가 한 추세를 이루고 있는 카드업계의 현황과 우리금융이 민영화를 앞두고 비은행 역량 강화 내지 몸집 불리기를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는 점이 어느 정도 설명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는 현재 호기를 맞고 있다. 연체율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카드 사용액은 꾸준히 증가하는 등 성장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이런 중에 KB은행과 우리은행의 카드 부문은 오히려 전업 카드사에 밀려 소폭 점유율이 하락하는 양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은행계 카드의 한계 때문이다. 이에 따라 농협 등의 카드사 분사 가능성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하나금융은 이미 지난해 카드사를 분사시켰다. 신한지주가 지난해 8500억원대 순익을 올린 '캐시카우' 신한카드를 갖고 있는 것은 은행과 분리된 카드사를 가진 금융지주사의 '지향점' 내지 '꿈의 모델'로 꼽힐 만 하다.

우리금융 민영화 관련 문제도 있다. 이같이 카드부문를 갖고 있는 회사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카드사 분사 바람 외에도 우리금융은 최근 민영화 국면에서 우리투자증권에 대한 분리매각 저지, 우리아비바생명 유상증자 추진 등 비은행 영역 강화와 이를 기반으로 한 매각시 몸값 키우기로 해석되는 일련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分社 이팔성 지론 vs. 이종휘 式 카드접근

우리은행의 비씨카드 지분 매각은 지난 가을의 불발 못지 않게 금년 6월과 7월에도 안갯속이었다. 8월 들어 지분 매각 협상이 급물살을 탄 것은 결국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민영화의 기본 방안을 마련하고(7월 말) 이어서 지주쪽이 이에 대응, 우리금융 몸값 높이기라는 키워드가 등장한(8월) 과정 속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히 매매대금 혹은 협력모델 강화라는 모멘텀만으로는 그동안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를 못 느꼈지만, 카드 부문을 키우는 등 다각도로 전체 금융지주 가치를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다급함이 태도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또 경쟁업체들의 변화에도 발맞출 수 있는 방편이자 KT라는 통신과 금융의 컨버전스 파트너를 잡는 방안이라는 문제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판단을 한 것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자세 변화에서 이 행장의 신중론 저편에는 "하반기 내 카드사를 분사시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는 우리금융 이팔성 회장이 서 있다.

이렇게 되면 이 행장 스스로 카드 운영의 전략 마련으로 지분 매각 등을 단행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분사 이후를 염두에 둔 구상을 강조해온 이 회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는 게 더 자연스러워진다. 종종 갈등을 빚는다는 소리를 들어온 이 회장과 이 행장의 관계인 데다, 민영화 과정이라는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비은행 영역 경쟁력 강화라는 이 회장 스타일의 구상들이 속속 7월말, 8월초 들어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 속에서 이 행장의 스타일이 일정 부분 밀렸을 가능성이다.

◆이종휘式 신중한 카드 운영 저무나?

이 행장은 징계 문제로 사실상 연임이 어려워진 점(이제 1년 남짓 임기가 남았음) 등으로 점차 입지가 축소되는 양상인데, 민영화를 앞두고 오히려 주도적 역할론을 강조하는 이 회장의 소리가 커지는 형국이라 이같은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에 따라, 이번 비씨카드 지분 매각이 단순히 우리은행의 은행계 카드사업 유지 과정에서 이뤄지는 것인지 카드사 분사라는 그림 속에서 결정되는 것인지 눈길을 끌고 있다.

이를 가늠할 하나의 방안으로 우리은행의 '카드 IT시스템 구축' 사업의 추진 경과가 눈길을 끌 전망이다. 우리은행 내부에서 추진해온 이 사업은 사실상 우리은행으로부터 카드가 분사하지 않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한다. 1990년대의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것인데 '은행 리테일 부문 내에서 신용카드 영업부문을 강화'하는 것이 사실상 골자를 이룰 것으로 전망돼 왔다.

우리금융이 지주 차원에서 카드사 분사를 적극 모색하고 또 우리은행도 이같은 기류에 순응하는 양상으로 귀결된다면 이 사업의 추진 방향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300억원대에 이르는 이 사업이 카드사 분사 이후까지를 포괄하는 방향으로 갈지 혹은 은행 내의 카드 영업 강화를 위한 시스템으로 특화될지 여부도 비씨카드 지분 매각과 우리금융 민영화 추진 내용이 속속 구체화될 내년 초쯤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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